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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융합과 통합뉴스룸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10.11.15 16:58 / 수정 2010.11.29 17:34

2007년 부터 2009년까지 OECD 회원국의 신문시장은 미국의 경우 평균 30%, 영국은 21%나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31개 회원사 중 한국(-6%)을 포함한 20개국에서 신문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요. 신문산업이 이렇게 어려워진 원인은 여러가지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최첨단 IT기술 만들어 낸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난관 극복을 위해 지금이라도 뉴미디어의 미래 향방을 예측함으로써 신문이 직면할 환경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일개 포털의 뉴스캐스트 방식 변화에 죽느니 사느니 흥분하질 않나 삼성폰이 최고인줄 알고 있다가 스마트폰이 수입되면서 마치 천지개벽을 목격한 모양 호들갑을 떨어선 더 이상 안된다는 말입니다.

많은 신문 독자들이 벌써 멀티미디어와 인터엑티브 기능이 구현되는 새로운 매체로 떠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의하면 신문을 본다는 미국인은 전체의 26% 가량으로 2006년 38%에 비해 낮아졌습니다. 반면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은 17%가량으로 2년 전 9%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요. 여기서 우리는 뉴욕대 클레이 서키(Clay Shirky)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혁명은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할 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사회가 새로운 행동을 채택할 때 일어나는 법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중은 이미 새로운 행동을 채택하고 있다”

미디어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과거 경쟁상대가 아니었던 통신산업이 갑작스럽게 뉴미디어의 총아로 돌변하면서 그 예측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이제 5년~10년 이후의 IT기술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대중들의 행동이 이미 채택하기 시작한 방식에서 영원히 소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대중들이 채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의 수용방식에 대해 토마스 백달(Baekdal.com)이 2009년4월 제시한 도표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토마스 백달(Baekdal.com)이 2009년4월 제시한 도표

이 도표를 통해 그는 올드 미디어로 대변되는 신문, 잡지, 라디오, TV가 2020년에 근본적으로 사라지고 Social Networks와 Social News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얘기한 가까운 미래 사람들이 선택하게 될 소통방식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까운 미래에 인터넷 사이트들 조차 보다 동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개인의 정보를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에 의해 서서히 쇠퇴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모든 능동적 정보전달 행위의 허브 기능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웹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는 하나로 통합될 것이며 소셜뉴스는 대중이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다. 전통적인 기자와 기사에 의한 정보전달은 소스 자체가 대중에게 직접 전달되는 소셜뉴스로 진화된다. 모든 대중이 잠재적 기자가 되고 기존의 실제 기자는 뉴스를 리포팅하는 역할 대신 곳곳에 산재해 있는 뉴스들을 종합해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편집자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The journalists will turn into editors who, instead of reporting the news, bring it together to give us a bigger picture)”. 토마스 백달의 예측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트위터가 어느 순간에 우리를 찾아왔듯 누군가는 또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찾아낼 것이고 그 도구는 분명 지금보다 더 접근 용이하고 개방적이며 참여 지향적으로 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통합뉴스룸’이라는 대안

미래 미디어의 모습이 대략 어떨 것이라는 감이 잡혔다면 신문은 이제 과거의 컨텐츠 생산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생존 가능한 경쟁력 있는 틀을 짜야 합니다. 국내외 신문들이 급변하는 뉴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현재까지 내놓은 최적의 대안은 통합 뉴스룸입니다. 통합뉴스룸이란 뉴스생산조직을 디지털시대 뉴패러다임에 최적화시키기 위해 통폐합, 재구성해 운영하는 방식을 의미하죠. 통합뉴스룸의 주된 기능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 하나의 뉴스를 다양한 플랫폼이 갖고 있는 각각의 특성(기사의 길이, 심층도, 노출되는 형태 등)에 맞게 가공하는 기능이고 둘째는 기자와 지식대중이라 불리는 능동적 뉴스 소비자들이 생산한 컨텐츠를 적절히 혼합해 보다 빠르고 깊이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입니다. 통합 뉴스룸의 기능을 보면 취재보다는 편집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플랫폼의 기자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서로 협력해 공동 취재하라는 방식이 아닌 그 누가 취재한 기사라도 오리지날 소스가 통합 편집 시스템을 거치면 각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가공돼 유통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통합 뉴스룸이 해줘야 하는 것이죠. 이 시스템의 전제조건은 오리지날 소스가 멀티미디어 환경에 맞게 입체적이어야 한다는 것과 사전에 컨텐츠 총감독에 의해 최종 컨텐츠가 어떤 모습이 될지 기획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뉴스룸 통합은 디지털시대 뉴비즈니스 패러다임에 맞춘 뉴스 생산과정의 변화, 생산전략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즉, 뉴스룸 통합은 신문,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미디어 컨텐츠를 단일 시스템 하에서 소화해 내는 뉴스 생산 흐름을 갖추고, 멀티미디어 제작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으로 인쇄 신문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통합뉴스룸에 대한 이해를 위해 실제로 그 안에서 벌어질 법한 상황을 상상해 보도록 하죠.

『 G20가 개최될 예정인 2010년 11월11일 오전. 모 일간지 G20 TF팀 Editor 겸 Contents Cordinator 김 부장은 팀회의를 소집했다. 참석자는 볼펜기자, 사진기자, VJ, 지면 편집자, 방송PD, 웹PD다. 지면 편집자는 이 자리에서 지면을 채울 아이템과 총 면수, 사진 크기 등에 대해, 방송PD는 총 꼭지수, 앵커 진행 또는 기자 리포팅 여부 등에 대해 그리고 웹PD는 텍스트와 사진 그리고 동영상 조합을 어떻게 디자인할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각 기자들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모든 의견이 조율된 후 기자들은 현장으로 투입됐고 각 플랫폼 제작 담당자들은 소속 Staff들에게 당일 컨텐츠 제작 방향에 대해 브리핑했다.현장 기자들이 보내온 각종 기사와 사진 그리고 동영상이 통합 편집 시스템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방송파트와 웹파트는 부산해지기 시작했다(현장 기자들의 권한으로 일부 Raw Data는 이미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능동적 뉴스 소비자들에게 뿌려진 상태다). 방송파트는 동영상을 신속히 편집해 스튜디오에서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 다섯 꼭지를 제작했다. 웹파트는 일단 기사들을 속보로 처리하고 지식대중들이 올린 다양한 의견과 현장 주변 스케치 등을 취합해 세련된 FLASH 디자인이 들어간 페이지를 제작했다. 이 모든 컨텐츠들은 제작과 동시에 통합 편집 시스템에 올라갔고 김 부장은 가공된 각각의 컨텐츠를 자사 인터넷 및 모바일 홈페이지는 물론 계약된 이동통신사 및 케이블 방송에 전송했다. 마지막으로 지면 편집자는 fact기사 대신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과 기자들의 심층취재 내용 위주로 구성된 지면을 마감시간에 맞춰 통합 편집 시스템에 올렸다. 』

상상에 불과한 것이므로 현실은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 뉴스룸을 제대로 시행하는 신문사의 미래 편집국 풍경을 그려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래의 이 풍경 속에는 현재 신문사 편집국 인력과 관계 없는 방송, 웹 등 추가 인력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며 출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인력충원에 의한 컨텐츠 생산비용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미래 신문의 대안인 통합 뉴스룸을 구현하는데 있어 가장 큰 복병은 다름아닌 투자비 증가입니다. 통합 뉴스룸 구축의 목적을 1인 3역 또는 원소스멀티유즈를 통한 ‘비용절감’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통합 뉴스룸이 여러매체를 동시에 취급하기 때문에 1+1은 2가 아닌 3이 되는 효과를 안겨다 주는 것은 맞지만 이와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과 물적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구성원 간의 정서적 통합 또한 통합뉴스룸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직까지 신문사 편집국은 좀처럼 인터넷과 평등해지려 하지않고 새로운 매체들과 소통하는데 인색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막대한 투자를 통해 들여온 다방면의 컨텐츠 생산자들과 최첨단 장비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통합 뉴스룸에서는 기사 생산과 유통 등 뉴스의 모든 과정에 전혀 다른 관점의 시각과 해석, 전략을 녹여내야 합니다. 이것은 그동안 단방향적인 뉴스 생산과 유통에 머물렀던 전통매체 종사자들에게 신기술 적응 스트레스, 조직 통합에 따른 정체성 위기, 업무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노동강도 고조 등의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은 뉴미디어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뉴스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고 그들과 최대한 많은 접점을 형성하려는 신문이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입니다. 멀티미디어형 뉴스는 이용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광고주들에게 어필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뉴스생산 과정에서 기존 신문기자들은 온라인 파트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실무자들과 보다 많은 소통을 해야 합니다. 또한 동영상 제작, 웹디자인 등에도 관심을 갖고 그 분야의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조만간 신문사는 창의적, 탈권위적, 개방적 그리고 멀티스킬한 기자를 필요로 할 것이고 이제 기자들은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럼 과연 통합뉴스룸이란 대안이 모든 신문사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통합뉴스룸 구현을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과 장비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동영상 컨텐츠 생산을 위해 카메라 기자와 카메라 및 NLE(비선형편집기) 장비를 도입해야 하고 기자 수를 늘려 취재파트를 속보팀와 탐사팀으로 양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텍스트, 사진, HD동영상을 동시 가공해 각각 다른 플랫폼으로 전송할 수 있는 통합 편집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고 능동적 뉴스 소비자들의 네트워크에 들어가 그들에 의해 생산된 컨텐츠를 가공해 내보내는 부서를 신설해야 할지도 모르죠.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뉴미디어 플랫폼들이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보상을 최소한 아직까지는 담보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기적 비전을 갖고 뉴스룸의 통합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국내 신문사는 현재 극소수입니다. 그리고 이들 조차도 통합뉴스룸이 가져다 줄 미래의 성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기타 대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지난해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한 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웹 사이트의 경우 페이지뷰가 20% 상승했고 순방문자 수도 매달 늘어가고 있죠. 주말판에 한정된 종이신문 구독 추이도 안정적입니다. 편집자 존 옘마(John Yemma)는 “종이신문 구독자 43,000명 중 93%가 주말판 매거진 구독에 동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비용을 줄이는 주말판으로 전환한 것이 틈새 시장 진입에 효과적이었고 경쟁력 있는 속보를 위주로 한 온라인 서비스 강화도 한몫 했다는 평가입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독일 베를린에선 ‘맞춤형 신문’ 니우(NIIU)’가 등장했습니다(헤럴드경제 2009.11). 이 신문은 독자가 스포츠든 정치든 패션이든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 신청하면 해당 기사들만 모아 신문을 만들고 이를 오전 8시 이전 집으로 배달합니다.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며 가격은 학생 1.2유로, 학생이 아닌 경우 1.8유로로 책정했습니다. 게재된 기사들은 한델스블라트, 빌트, 타게스슈피겔 등 독일 주요 신문과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 뉴욕타임스 등 해외신문과 주요 블로그, 인터넷 뉴스 등에서 골라온 내용들입니다. 설립자 반야 오베르호프는 “이미 1,000명 이상이 인터넷으로 ‘니우’를 신청했다”며 “이는 예상을 넘어서는 것으로 학생뿐 아니라 다른 독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젊은층이 뉴스를 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 것에 피곤을 느낀 나머지 맞춤형 인쇄신문에 흥미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창간호는 16페이지였으나 앞으로 독자들은 신문의 분량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바쁜 월요일 아침에는 8페이지 정도, 한가한 금요일자는 6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문사에게 있어 변화는 필수입니다. 그러나 모든 신문사들이 한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니 그래선 안됩니다. 변화는 유행이 아닌 생존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각 신문사들의 블루오션 모델이 같을 수 없고 따라서 자본규모, 인력현황, 독자성향 등을 고려한 각자의 다른 미래전략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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