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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가 거쳐야 할 통과의례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10.11.16 15:03 / 수정 2010.11.29 17:33

구글TV

ABC, CBS, NBC는 얼마전 구글 스마트TV에서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 시켰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일엔 폭스 마저 구글TV를 거부했네요. 애플TV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대주주인 디즈니와 계열사 ABC 이외의 방송국은 애플TV의 구애에 아직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방송국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가능한 많은 플랫폼에 유통시키는 게 유리할텐데 스마트TV에겐 왜 이리 비우호적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첫 번째 이유는 광고매출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TV의 이용자가 증가하면 일반TV 시청률 하락과 함께 방송국 광고매출 감소라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구글이 나눠주는 광고 수익에 의존하며 구글TV라는 플랫폼에 얽매이는 처지가 돼버리겠죠. 두 번째 이유는 스마트TV의 수익성에 대해 아직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플TV가 제시한 프로그램 편당 시청 가격은 0.99달러인데 방송국 입장에선 3~5달러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애플TV의 박리다매 정책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타 플랫폼보다 현격히 낮은 가격에 콘텐츠를 제공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초기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건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IPTV와 DMB가 그랬고 아마도 삼성 스마트TV가 유사한 절차를 밟을 것입니다. 현재 삼성 스마트TV에 서비스되는 채널은 EBS지식채널e, EBS수능, SBS드라마, SBS예능 정도입니다. LG스마트TV의 경우 KBS, CJ와 긴밀하게 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애플TV

초기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많은 것을 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하드웨어와 OS를 갖추고 있더라도 콘텐츠가 부실하면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업 초기 출혈을 감수한 마케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면서 가입자가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콘텐츠 사업자들이 거꾸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프로그램을 넣어 달라고 간청하게 되죠. 앞으로 모든 스마트TV 사업자들이 이런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메이저급 방송사 2~3군데와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업체가 있다면 마케팅 비용 감소는 물론 경쟁사를 따돌리고 시장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금력 있는 스마트TV 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전략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KT와 SK가 IPTV와 위성DMB를 런칭할 때 처럼 말입니다. 물론 KT는 드라마 제작사 올리브나인을 인수 3년만에, SK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IHQ를 인수 4년만에 각각 매각하는 등 양사의 콘텐츠 사업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성격의 사업을 시작하는 게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애플과 구글은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메이저 방송국들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콘텐츠 사업 진출에 대한 소식이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말이죠.

삼성 스마트TV & LG 스마트TV

어쩌면 기존 방송 플랫폼과 스마트TV를 직접 비교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짓일 수도 있습니다. 기존 플랫폼들은 방송 콘텐츠 전용이었기 때문에 방송국이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으면 생존할 길이 없었던 반면 스마트TV는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강력한 콘텐츠로 가입자 모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지 최근 삼성 스마트TV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어플리케이션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가별로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비록 스마트폰에서는 어플리케이션 확보 전쟁에 졌지만 스마트TV에서는 설욕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입니다. 또한 이들을 바다OS 기반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에서 호환 가능케 하는 N스크린 전략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사실 이미 갤럭시폰와 갤럭시탭을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출시한 상태에서 바다OS를 어떤 식으로 연계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어쨌든 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TV가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장점입니다. 어쩌면 방송 콘텐츠 없이 파워풀한 어플리케이션 몇 개만 가지고도 스마트TV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KT자료에 의하면 전세계 스마트TV 시장이 올해 3천800만대에서 2013년 1억대(1천2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누가 이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인가는 결국 콘텐츠 확보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초기 사업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입니다.  향후 애플, 구글이 방송국들과 어떤 형태로 콘텐츠 협상을 할지, 그리고 삼성과 LG는 얼마나 경쟁력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확보할지…스마트TV 경쟁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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