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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TV의 미래는 CRM이다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10.12.06 13:20 / 수정 2010.12.23 15:12

TV시청

TV를 시청하는 유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편성시간을 인지한 상태에서 TV 앞에 앉아 프로그램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적극형과 다른 하나는 무작위로 리모콘을 돌리다가(zapping)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채널을 고정하는 소극형입니다. TV가 기본적으로 쇼파에 기대 앉아 편하게 보는 미디어(lean back media)임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후자에 해당되는 유형이 많을 것입니다. 필자 또한 마찬가진데요…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아무 생각없이 TV 앞에 앉아 리모콘을 돌리는데도 특정 프로그램은 꼭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는 다름 아닌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있습니다. 저의 경우 주중에 늦은 귀가로 TV시청을 못하다가 주말 오전 늦게 일어나 신문을 펼치면서 TV를 틀면 KBS1의 영화정보 프로그램 '영화가 좋다'를 꼭 보게 됩니다. 직업과 생체리듬이 바뀌지 않는 한 저는 매주 주말 비슷한 시간에 일어날 것이며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잽핑하는 가운데 무의식적으로 '영화가 좋다'를 선택할 것입니다. 방송국 입장에서 시청자의 이런 일관된 패턴을 DB화해 분석하면 편성전략 수립은 물론 광고매출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침 이를 가능케하는 도구가 있는데, 바로 CRM(consumer relation management)입니다.

CRM은 고객과 관련된 제반 자료를 분석해 이에 기초한 마케팅 활동을 계획, 지원하고 평가하는 프로세스입니다. 그동안 방송국은 시청자 특성을 디테일하게 분석해 이를 광고주에게 서비스하는 작업에 소홀했습니다. 그 이유는 방송광고 자체가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고 아날로그 환경 속에서 시청자 행태를 상세히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방송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TV시청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점점 인터넷, SNS, 게임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광고주들 또한 타겟이 모호한 방송(Broadcasting) 보다 시청자 특성이 명확한 개인화 미디어(Point-casting)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환경의 영향으로 쌍방향 방송이 실현되면서 방송국은 시청자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방송국들이 시청률 자료를 전문 기관으로부터 받아 성별, 연령, 소득, 직업 등의 시청자 자료를 분석합니다. 그러나 조사가구가 많아야 4천 가구 정도로 모집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패널이 TV시청 때 마다 일일이 피플미터기를 조작해야 하는 데서 오는 오류 등 신빙성 있는 자료를 얻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올해 출시된 애플, 구글 그리고 삼성 스마트TV 등은 OS가 인터넷 기반이기 때문에 쿠키(Cookie)라는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의 시청행태가 정확히 파악됩니다. 이것은 방송국에게 있어 커다란 비즈니스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콘텐츠 보안, 판매가, 광고주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동안 인터넷 기업의 전유물 이었던 맞춤형, 인터엑티브 광고가 가능해진 것 만으로도 미래 TV비즈니스의 청신호라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방송국은 낚시 관련 콘텐츠를 좋아하는 시청자 그룹의 데이터를 축적해 이들이 TV 앞에 앉는 시간에 맞춰 여행 또는 낚시 광고를 편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광고는 명확한 타겟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광고주의 ROI(Return on investment)를 높여줌으로써 지속적인 계약을 가능케 해줍니다. 또한 시청자 정보에 대한 명확한 파악은 그동안 활성화 되지 못했던 T커머스(T-Commerce)에도 활력을 불러일으켜 방송국 매출에 적지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문

CRM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한 것은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문은 오랜 기간 동안 독자 정보 관리를 지국에 맡겨둔 탓에 마케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고객DB 자체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국도 영세한 곳이 대다수라 체계적 독자관리를 하는 곳이 드물었죠. 그러던 것이 2002년 이후부터 메이저 신문사를 중심으로 독자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점차 CRM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났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온라인 상에서 나타났습니다. 많은 신문사들이 독자 멤버십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조선일보 ‘모닝플러스’, 중앙일보 ‘JJLIFE’, 경향신문 ‘스마일경향’, 한겨레 신문 ‘하니누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적은 예산, 담당 부서의 왜소한 규모 및 역할, 타부서의 몰이해 등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특정 독자가 몇 시에 신문을 읽고 어떤 기사를 선호하며 광고를 보는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인구통계학적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최근 사용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점으로 내세워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매체들과 대적하기 위해 신문사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신문과 TV 모두 이제 타 신문 기사, 타 방송국 프로그램이 경쟁자의 다가 아닙니다.   

인터넷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과거 별개의 서비스로 분리돼 있던 각 미디어 기업이 이제는 동일 서비스로 동일 시장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졌습니다.  19세기 철도회사는 고객이 단지 이동하고자 하는 니즈(needs)가 있을 뿐 기차를 좋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선로(線路) 인프라만 고집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등장한 자동차에게 기존 시장의 대부분을 내주고 말았죠. 매체 이용자들 또한 유익한 정보와 엔조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할 뿐입니다. 신문과 방송이 기존 플랫폼 만을 고집할 당위성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고객이 선호하는 플랫폼을 찾아 가서 그곳의 새로운 Player들, 예를 들자면 포털, SNS, UCC, 게임 등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경쟁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객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고객이 어떤 장르의 콘텐츠를 어느 시간대에 읽고 가는지, 어떤 유형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무엇을 쇼핑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DB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DB들을 고객 유지와 유치를 위해 또는 광고주들에게 어필하는 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New Media

신문과 TV도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새로운 Player들과 싸워 이기려면 고객 친화적이 되어야 합니다.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상품을 파는 사람의 첫번째 자세이며 그 정보가 경쟁자들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일 때 승률은 높아집니다. 스마트폰, 타블렛PC, 스마트TV 등 각종 콘텐츠들이 힘을 겨루는 중원에서 신문과 TV는 손자(孫子)의 병법(兵法)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는 신이 주는 것도, 영감으로 얻어지는 것도, 또 과거 사례를 참조해 얻어지는 것도 아닌 그것을 아는 자로부터 얻어내는 것이다”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은 고객이고 그 이유는 고객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CRM은 특정 콘텐츠를 고르는 고객들의 심오한 마음을 읽는 데 적지않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비즈니스앤TV 전략기획부 부장 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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