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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광고와 콘텐츠 유료화(Open platform vs Walled garden)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10.12.17 18:43 / 수정 2010.12.17 18:53

스마트폰 게임 앱 '앵그리 버즈(Angry Birds)'가 전세계 60개국에서 5천만 가량의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각종 IT매체의 2010년 '올해의 앱'에 선정됐습니다.
새들이 알을 훔쳐간 돼지들을 육탄 공격으로 응징하는 이 단순한 게임의 개발비는 고작 10만 달러…그런데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이 앱은 아이폰 유료 판매 매출 월 120만 달러를 기록하더니 지난 10월 무료 서비스 시작한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월 100만 달러의 광고 매출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제작사 로비오 관계자 말마따나 연간5천만 다운로드라는 수치는 세기의 게임이라 불리는 테트리스가 사용자 1억 명을 기록하는데 20년 걸린 것을 감안할 때 기념비적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2010년 반기별(4~9월) 실적에서 7년만에 최초로 적자(20억1천만엔)를 기록한 게임 업계의 철옹성 닌텐도와 비교해 볼 때도 매우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7월 미국 IT전문가 토미 에이호넌은 “어플리케이션 평균 개발비3만5천 달러, 연간 평균 수입 682달러”라는 저주 섞인 통계치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전세계 앱 개발자들은 주눅이 잔뜩 들었죠. 아마 신세 한탄을 하며 전업을 고려한 개발자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핀란드산 '성난 새들'이 보여준 수익률은 대단히 의미있는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유료화를 할 것이냐 광고를 붙일 것이냐 갈팡질팡하는 앱 개발 업체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앵그리 버즈'는 아이폰엔  유료, 안드로이드폰엔 광고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실적으로는 유료화 모델이 월 매출 기준으로 약20% 정도 광고 매출을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폰 유료화가 2009년 12월에 시작됐고 광고는 안드로이드폰에 런칭한 지난 10월에서야 시작된 점을 감안할 때 광고모델의 성장속도가 월등히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10년 3분기 미국 아이폰 시장 점유률은 보합세에 그친 반면 안드로이드폰 성장률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추세를 볼 때 향후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광고주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이 한 가지 결과만 보고 소위 말하는Open platform이 Walled garden 모델 보다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릴 순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짧아 제대로 된 연구 보고서 하나 없는 앱 비즈니스의 좋은 모델로서 시장 참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의 새로운 플랫폼에서 미래 비전을 찾고 있는 미디어 업계는 ‘앵그리 버즈’ 모델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SNS등의 뉴미디어 플랫폼에 밀려 경영난에 직면한 올드미디어들은 최근 새롭게 불어닥친 스마트 붐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상륙하자마자 이들은 경쟁적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고 그 형태도 다양했습니다. 당당하게 유료화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부분 유료화(In App Purchase)를 시도한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대세는 당장 런칭하기 쉬운 무료화였습니다. 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왔죠. 무료 뉴스가 범람한 인터넷의 전철을 다시 밟는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료화의 선봉에는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루퍼드 머독이 서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그는 Open platform의 선봉장인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에 맞서 인터넷 뉴스 유료화를 역설해 왔습니다. 실제 1990년대에는 뉴욕타임즈(NYT) 해외 온라인 독자에게 구독료를 받았고 2006~2007년에는 사설과 칼럼을 유료화했습니다. 그러나 두차례 시도 모두 독자 감소로 인한 광고매출 급감에 타격을 입고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때 받은 충격 탓인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앱의 유료화에도 매우 소극적입니다.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NYT, WSJ 모두 뉴스 전용 앱은 무료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단, 부가사업으로 개발한 게임, 교육용 앱과 아이패드 전용 뉴스 앱은 유료화하고 있죠(아래 표 참조). 특히 머독이 아이패드에 쏟는 애정은 각별한데요…지난 11월 그는 애플CEO 잡스와 함께 '더 데일리'라는 아이패드 전용 신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340억원의 비용과 150명에 달하는 인력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의 성패는 향후 뉴스 콘텐츠 유료화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해외 언론사 어플리케이션 유료화 현황>

 출처 :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뉴스콘텐츠 유료화』 (129쪽), 최민재•김택환•조영신, 2010,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스마트폰 게임 및 뉴스 앱을 콘텐츠 앱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었을 때 지금까지 스코어는 Open platform의 승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그리 버즈'는 유료화에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미국내 안드로이드폰 시장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 또한 안드로이드 OS 선호 분위기가 강해 향후 광고매출 쪽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폰 뉴스 앱의 경우도 아직까지 유료화 모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이지 못한 반면 모바일 앱 광고 플랫폼 '애드몹'의 PV가 국내에서 월 10억을 넘어서는 등 광고매출의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Open platform과 Walled garden 모델의 우열을 가리기는 아직 이릅니다. 그러나 이미 전문가들은 게임, 뉴스, 동영상 등과 같이 체류시간이 긴 콘텐츠 앱에는 Open platform이, 유틸리티와 같은 특수 목적을 가진 앱에는 Walled garden 모델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단, 콘텐츠 앱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필요에 의해 봐야 하는 특화된 정보의 경우 부분 유료화(In App Purchase)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가령 앱은 무료 서비스하고 그 안의 프리미엄 콘텐츠에 한해 과금하는 형태는 사용자의 선택권을 존중함으로써 매우 환영받을 수 있는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상륙한지 벌써 1년이나 지났습니다. 2011년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스마트폰을 통한 수익모델을 구축해야 할 시기입니다.
남들이 성공했다고 해서 자신의 콘텐츠에 동일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각자의 콘텐츠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고객은 왜 그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토대가 돼야 수십만개의 앱 가운데 몇 안되는 성공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즈니스앤TV 전략기획부 부장 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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