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인터뷰] 돌아온 만화가게 아들, 중국을 노린다. 레진코믹스 권정혁 CTO

정영민 기자 기자 ㅣ appetizer@chosun.com
등록 2014.11.03 13:31

만화는 그에게 운명이었나 보다. 초등학교 6년간 '만화방 아들'이었던 그는 성인이 되어 '만화방 주인'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만화방 주인 된 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그 '만화방'이 200만 명의 독자를 거느리고 100억 매출을 바라보고 있으며, 중국에까지 진출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놀라운 만화방의 주인공은 바로 레진코믹스의 권정혁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다. '레진코믹스'는 안드로이드 국내 만화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리미엄 웹툰 앱이다. 2013년 3월 한 커피숍, 한희성 현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권정혁 개발자에게 이 '대박 아이템'을 내밀었다.

# 1.
“얘기를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될 것 같았다”

Q. 레진코믹스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은 어디서 나왔나?

당시 한희성 대표가 내게 가져왔던 것은 우리 사업 모델에 적합한 만화 40여개의 계약서였다. 아무것도 없던 한 대표가 혼자서 일 년 동안 발로 뛰어 만들어낸 것이다. 맨바닥에서 오직 비전 하나로 전국의 만화가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도장을 찍어 온 대표에게 믿음이 갔다. 이 만화들에 이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좋은 콘텐츠 선구안을 가진 사람과 내 기술이 합쳐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두 분 다 만화를 좋아하나 보다. 우연한 만남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

대표의 첫 질문이 참 좋았다. 커피숍에 앉자마자 “만화 좋아하세요?” 라고 묻더라. 나는 “어릴 때 저희 집이 만화 가게였는데요?” 라고 답했고. 그런데 그 다음에 “그럼 지금도 만화 보세요?” 라고 묻는데 말문이 턱 막혔다. 그리 좋아하던 만화를 왜 지금은 안 볼까 하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아마 그 기회가 아니었으면 지금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Q. 창업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또 사업을 시작하기 두려웠을 것 같은데

두 번 창업했지만 실패했고, 그 이후로는 오랫동안 사업할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 와중에 모바일과 웹 서비스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레진코믹스 아이템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큰 두려움 없이 시작했다.

Q. 레진코믹스는 '웹툰=무료'라는 인식을 깼다. 그런데 레진코믹스가 유료 만화 서비스라는 얘기를 듣고 '사람들이 돈 내고 만화를 볼까' 라는 생각에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유료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콘텐츠가 그 자체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유료로 판매돼야 한다. 무료 기반 서비스에서는 부가 수익에 기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단지 트래픽이 늘어나는 쪽으로 콘텐츠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료'에만 집중했다면 아마 실패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부분 유료화'였다. 일부는 무료로 제공하되, 그 다음 몇 편을 미리 보려면 비용을 내야 하는 형태이다. 기존의 무료 독자들과 좋은 만화를 찾아 헤매던 유료 독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화 유료 판매가 좋은 점은 또 있다. 만화가들에게 지속적인 수익을 주어 더 좋은 만화를 만들게 하는 발판이 된다. 그러면 독자들은 더 좋은 만화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 2.
“중국에서 제 2의 ‘별그대’ 열풍 꿈꾼다”

2014년, 레진코믹스는 정신없이 바빴다. 3월엔 웹툰의 게임화를 위해 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에는 배우 하정우가 속해있는 기획사 '판타지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 웹툰의 영상화도 추진 중이다. 그리고 10월, 중국 최대 포털인 큐큐닷컴·유요치에서 레진코믹스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해외 진출의 첫 걸음을 뗀 것이다.

Q. 일본 진출을 생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중국에 먼저 진출했다

'별그대' 이후 중국 내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 만화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만화 감상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변하고 있는 점도 기회 요소라고 생각해 일본과 동시에 중국 진출도 준비했다.

Q. 중국에도 웹툰이 있나?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데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나?

웹툰 형식의 만화는 없고 일본식 망가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중국은 만화 자체의 수익보다는 만화를 활용한 영상화 및 L&M(Licensing & Merchandising) 시장이 큰 곳이라 내러티브적 완성도가 있는 레진코믹스 만화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다. 현재 염려되는 점은 불법복제인데, 내년부터 중국 내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저작권 단속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Q. 중국 시장과 함께 일본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만화 강국인 일본은 어떻게 공략할 생각인가?

알다시피 일본 만화시장은 세계 최고 규모다. 2, 3, 4위인 미국, 영국, 프랑스 시장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 또한 일본 만화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어서 일본에서 자리 잡으면 세계 진출이 더 용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1억 5천만원의 상금이 달려 있는 '제1회 세계만화 공모전'을 진행 중인데, 우선은 이를 통해 일본 시장에 이름을 알리는 것이 목표이다.

Q. 한국 웹툰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웹툰 한류'의 포문을 여는 셈인데 그 첫 주자로서 포부가 있다면?

레진코믹스는 웹툰으로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확장하는 트랜스 미디어 전략을 시행할 예정이다. 제2, 제3의 '별그대' 같은 한류 콘텐츠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3.
“웹툰 작가님들이 부자가 되는 것이 성공의 기준”

레진코믹스 안드로이드 앱은 출시된 지 48시간 만에 앱스토어 만화 부문 1위가 됐다. SNS에서 유명 인사였던 한희성 대표와 권정혁 CTO는 오픈 한 달 전부터 티저 사이트를 만들고 연재할 만화들을 하나씩 공개했다. 이를 보고 팬들이 찾아와 '좋아요' 버튼을 누르니 자연스레 홍보가 되더란다. 덕분에 레진코믹스는 창업 첫 해 흑자 달성이라는 놀라운 성장을 했다.

그러나 아직 만족은 이를 터. 본인이 생각하는 회사의 ‘성공’은 뭐냐고 물으니 "우리 서비스에 연재하는 모든 작가님들이 부자가 되는 것"이라는 어미새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Q. 업계에서 레진엔터테인먼트를 '개발자 대우가 좋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한다더라. 직접 회사 자랑을 한다면?

우리 회사 근무·복지 조건이 SNS에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실제로 내가 대기업·중소기업·벤처 등 여러 회사를 지내보며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취합했다.

우선 사용하는 장비를 최고급으로 갖춰주는 건 기본. 문화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을 월 10만원씩 제공하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다. 사람들이 재미있어 한 건 '날 찾지마' 휴가와 매일 1시간 이상 만화보기. 콘텐츠를 직접 보고 평가하는 것도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 회사에 들어오려면 자격이 있다. 만화를 매우 좋아해야 하고 뭔가 하나에 깊게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Q. 회사 다니기 참 재미있을 것 같다. 나도 웹툰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과거 '음지 문화'라고 여겨졌던 만화가 이렇게 대중화 된 데는 웹툰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앞으로 만화는 또 어떻게 발전하게 될 것 같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책에서 시작한 만화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으로 정말 많이 확장되고 있다. 만화는 이렇게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는 원천 콘텐츠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매체이다. 쉽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적게 든다. 앞으로 하나의 콘텐츠가 만화, 영화, 애니, 게임 등 여러 형태의 매체로 넘나드는 미디어 믹스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 4.
"무턱대고 시작하기보다 다양한 공부가 필요"

6만 여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진 권정혁 CTO. 그는 인터넷에서 더 유명한 개발자이기도 하다. 게임, 만화 이외에 그의 취미는 심심할 때마다 기술 관련 뉴스를 찾아보는 것. 몇 년간 RSS Reader를 손에 끼고 살며 수백 개의 해외 블로그를 살펴봤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그는 "빠르게 시작하고 빠르게 실패하는 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무턱대고 시작해서 실패하기 보다는 엄청난 공부를 하라"고 조언한다. 개발자라고 기술만 알아서 되는 게 아니라 각종 트렌드와 비즈니스 모델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 사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했지만 권정혁 CTO의 꿈은 평생 개발자로 남는 것이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준비 중인 사업에 대해 물어보니 그는 "우리 만화 서비스가 처음에 그랬듯 사람들이 의문부호를 가질만한 일을 계획 중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만화'와 '개발'을 좋아하는 두 남자의 열정이 만들어 낸 레진코믹스는 이제 막 첫 돌을 넘겼다. 첫 도전이 그랬듯, 그들은 앞으로 더 많은 '물음표' 들을 '느낌표'로 바꾸게 될 것이다. 언젠가 세계 만화시장의 중심에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우뚝 서 있길 기대해 본다.

☞ 권정혁 CTO 약력
現 레진엔터테인먼트 최고기술책임자
   한성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겸임교수
前 KTH 기술전략팀 팀장, 에반젤리스트

'레진코믹스' 앱 리뷰 보기
: http://app.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18/2013061800976.html
'레진코믹스'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lezhin.comics
'레진코믹스' iOS 앱 다운로드
: https://itunes.apple.com/kr/app/lejinkomigseu-lezhincomics/id664973122?mt=8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