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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VS앱] 피키캐스트 vs 카카오토픽: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의 포석을 닦다

김인욱 기자 기자 ㅣ appetizer@chosun.com
등록 2014.12.19 10:53 / 수정 2014.12.24 14:51

미디어는 세상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각 매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과거의 신문-잡지가 그랬고, 최근의 온라인 매체-포털이 그랬다. 2014년 12월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가 있다면 'SNS'가 아닐까. 이를 반영하듯 SNS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피키캐스트'와 '카카오토픽'.

'피키캐스트'는 국내 No.1 페이스북 미디어로, 20대를 주 독자층으로 하는 매체다. 매주 1200만 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구독하고 있으며, 세상의 이야기를 '콘텐츠 큐레이팅(Contents Curating)'을 통해 독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다음 카카오는 합병 이후, 카카오톡을 강점을 활용한 '카카오토픽'을 선보이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 카카오톡 회원들에게 2~3일에 한 번꼴로 관심사 메시지를 보내며 유입 증가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SNS라는 강력한 소통의 매개체를 바탕으로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피키캐스트'와 '카카오토픽'에 대해 알아봤다.

피키캐스트(왼쪽)와 카카오토픽(오른쪽)의 시작화면

피키캐스트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밌다"가 아닐까.

따분하지 않다. 기존 포털 앱이 추구하는 선(先) 뉴스 노출 방식을 지양했기 때문. 세상 돌아가는 복잡한 이야기에 멀어질 수 있고, '재미'와 '감동'을 찾아 끌리는 콘텐츠를 클릭만 하면 된다. 무거운 뉴스가 첫 화면이 아니니 부담스럽지 않고, 몰랐던 세상 이야기가 나오면 신기해서 다시 보게 된다. 특히 메인 화면을 채운 사진들과 이에 맞는 짧은 제목은 이 앱이 계속 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각각의 콘텐츠마다 집중 또 집중하게 한다.

이렇듯 피키캐스트는 모바일이란 작은 화면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선택과 집중'으로 풀어낸 것 같다. 한 가지 콘텐츠에는 흔히 말하는 '움짤'(움직이는 짧은 동영상)이나 사진, 음악. 그리고 센스 있는 코멘트가 전부다. 마치 짧은 영상을 본 느낌. 그래서 뒷맛의 여운이 묻어나고, 보고 나면 다른 게 또 보고 싶다. 이것이 콘텐츠 큐레이팅의 강점이다.

피키캐스트(왼쪽)와 카카오토픽(오른쪽)의 메인 화면. 피키캐스트는 썸네일과 콘텐츠의 제목으로 이루어져있고, 카카오토픽은 실시간 검색어와 같이 키워드와 썸네일로 표시되고 있다.

반면, 카카오토픽은 '토픽(TOPIC)'이라는 말이 갖는 기대감을 사용자에게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토픽의 뜻은 화제, 이야깃거리! 수많은 정보 중에서 사람들에게 회자될 만한 이야깃거리를 뽑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토픽은 다음 카카오가 가진 수많은 정보를 가져와 다듬어서 넣어둔 앱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PC나 기존 포털 앱에서 많은 뉴스를 보고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발 주자인 카카오토픽의 첫 번째 화면의 '투데이'는 기존 포털 앱들과 차별화를 느끼지 못한다.

물론 투데이, 시사, 소셜, 여행, 연예, 스포츠, 인디칼럼, 꿀잼, 여행/맛집, 패션/뷰티, 컬처, 인테리어/디자인, 건강/다이어트, 자동차, IT/모바일 등을 자기가 원하는 카테고리를 순서대로 배치할 수 있지만, 그 마저 귀찮게 여기는 사용자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모바일 화면에서 배치되는 사진이나 제목들을 봤을 때 산만하다. 작은 화면에 글씨의 크기가 다르고, 제목이 채 다 나오지 못한 콘텐츠들도 많다. 그래서 사용자들의 궁금점을 자아내지 못한다.

피키캐스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기존의 널려있는 콘텐츠들의 재가공한 '정성'이다. 그래서 쉽고 신선하다. 갑갑한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슥-하고 훑어볼 수 있고, 큭큭 웃을 수도 있고, 울컥 가슴이 뭉클하게도 한다. 피키캐스트는 사람의 감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피키캐스트를 활용해 보면서 잘 몰랐던 이야기들을 간단한 클릭만으로 얻을 수 있기도 했고, 데굴데굴 구르는 강아지들을 보며 지친 하루의 피곤함을 풀기도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피키캐스트는 사용자들의 귀차니즘과 산만함을 잘 알고 있다.

카카오토픽에서는 카톡 이모티콘을 활용한 감정표현이 가능하다.(왼쪽) 또한 2~3일에 한 번꼴로 관심사 메시지를 보내며 사용자 유입을 유도한다.(오른쪽)

카톡 이용자라면 이모티콘을 자주 쓴다. 대화하면서 나와 상대방의 기분을 나타내는 표시이기 때문. 카카오토픽은 다음이라는 방대한 정보와 콘텐츠, 카카오톡 메신저의 장점을 결합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다음의 방대한 정보를 추려내 '토픽'이라는 말에 맞는 화제를 찾았으면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앱의 카테고리를 각 캐릭터의 표정과 결합하는 콘텐츠 제작이다. 지금은 좋아요 버튼이나 로딩 중 표시 수준에서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는데, 희로애락을 담은 캐릭터 표정으로 이슈를 정리한다면 보기 쉬울 듯하다.

또한 가끔 카톡으로 오는 기사나 콘텐츠들도 각 이모티콘의 이름 따 사용자들에게 보내 흥미를 유발해 보는 건 어떨까. 기존 포털 앱과도 차별화가 필요한 지금, 캐릭터 표정 별 카테고리 분류는 카카오토픽만의 정체성도 만들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피키캐스트에서 볼 수 있는 성인 대상 콘텐츠. 콘텐츠 첫머리에 성인만 들어오라고 명시되어 있고, 작성자도 콘텐츠 수위에 분명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미성년자가 이 콘텐츠를 읽는 것을 제한할 방법은 없다. <출처: ‘여자친구의 性적 분포도 #2. 흥분의 심화’ 닉네임:성적분포도>

20대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만큼 피키캐스트는 점잔을 빼지 않는다. 그래서 재밌다. 몇 번은 하하하 웃지만, 보다 보면 "굳이 이 타이밍에 비속어나 은어들이 있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많다. 욕설이 해학의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 거들먹거림으로 보일 때도 있다.

또한 제목부터 이미지까지 아예 성인들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들도 꽤 볼 수 있었다. 물론 다수의 사용자가 즐겁게 보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성년자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에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19금 앱도 아닌데, 성적인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거나 비속어가 난무하는 콘텐츠를 자주 접하게 될 때면 기분이 언짢을 때도 종종 있었다. 콘텐츠 자체로도 충분히 재밌는 소스들이 많다. 피키캐스트에서 연령 인증 시스템을 하루 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비속어도 사용자들 스스로 정제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토픽의 메인화면(왼쪽)과 주제별 페이지(오른쪽). 딱 떨어지는 디자인과 뉴스의 나열이 마치 다음 포털사이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유분방한 피키캐스트와는 달리 정적인 느낌이다.

모바일에서 어떤 콘텐츠를 보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제목과 사진 정도다. 그럼 사용자를 사로잡으려면 이 두 가지를 파악해야 한다. 카카오톡과 연동돼 로그인해야 볼 수 있는 카카오토픽, 로그인을 강요하는 귀찮은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콘텐츠로 사용자에게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왜 카카오토픽을 잘 안 보게 될까' 고민해봤다. 생각해보니, 재기발랄함이 없다. 촌철살인도 없다. 많은 정보만 있다. 기존의 많은 정보가 앱 속에 들어있지만, 굳이 '카카오토픽'을 통해 볼 이유가 없다. 아직 정체성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굉장히 정적이다. 카카오토픽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투데이의 제목은 그저 '검색어' 같다. 3시간 마다 교체되는 9개의 주제는, 다른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다 본 기사들. 그래서 각 콘텐츠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첫 장에서 흥미를 잃으면 다른 분야의 콘텐츠도 흥미를 잃게 된다.

SNS를 기반으로 탄생한 두 매체는 SNS의 속성을 잘 염두에 두어 두어야 한다.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모든 정보와 희로애락을 속도감 있게 대중성-친밀감을 담아 유연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하고 모바일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포털과 다른 길을 찾는 新미디어로서 각 분야의 콘텐츠들을 배열하는 방식도 고민해봐야 한다.

'피키캐스트'는 재미라는 한 방이 있지만, 타깃을 20대라고 표현함으로써 세대 간 장벽을 만든 한계가 있다. 반면, '카카오토픽'은 카톡 사용자라는 무수한 잠재적 독자와 다음의 방대한 콘텐츠가 있지만 새로운 미디어로서 정체성이 부족하다. 어떤 것의 처음이 된다는 것은 항상 어렵다. 거부감이 대체로 수반되기 때문.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 했다. SNS 기반 新미디어의 포문을 연 두 앱의 용기 있는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발전된 내일을 기대해본다.

'피키캐스트' 앱 다운로드 : http://bit.ly/Ll2HJ1
'카카오토픽' 앱 리뷰 바로가기 : http://bit.ly/1z28R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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