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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1살 한국의 주커버그, 어떻게 젊은이들 손가락을 유혹했나…위자드웍스 표철민 대표 ②

정영민 기자 기자 ㅣ appetizer@chosun.com
등록 2015.03.09 09:43

본 인터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3. "대형 포털 규제? 아직은 얘기할 때 아냐"

'중학생 창업자'부터 '위젯 전도사', '한국의 주커버그'까지. 표철민 대표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때는 '주커버그보다 페이스북을 더 많이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나'라고 농담할 정도였다고. 특이한 이력 덕택에 IT업계에서 줄곧 주목받아 온 그는 대학생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도 곧잘 불려나간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 IT업계의 문제점은 뭘까?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부탁했다.

Q. 한 토론회에서 "네이버가 메모장, 알람시계, 가계부까지 다 만들면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무얼 만드나"라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형 마트처럼 대형 포털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당시 IT업계에서 나더러 '징징대는 나약한 창업자'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하더라. 그때 나는 네이버의 독점 상황 해결을 희망하는 수많은 언론사, 업계 전문가의 대변인처럼 싸웠지만, 그 이후 바뀐 것은 없었다. 말 그대로 징징대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거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철저한 시장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만약 IT업계에 뿌리 뽑아야 할 큰 문제가 있다면 먼 훗날 실력을 갖춰 다시 제기할 것이다. 대형 포털 규제에 대해서는 그 때 다시 얘기하고 싶다.

Q. 예나 지금이나 스타트업은 여전히 발붙이기 힘든 환경이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지원들이 있어야 한다고 보나?

- 창업 정책에 관해 사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회수시장 활성화다. 투자금의 회수가 가능해져야 민간투자가 늘어나는데, 투자금을 회수할 길은 상장이나 M&A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상장 요건은 지나치게 까다롭고 M&A는 막혀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사는 대신 비슷한 제품을 베껴 내지 않나. 미국에서는 절대 용인되지 않는 일이지만, 한국은 이런 문화가 팽배해 있다. M&A가 없으니 회수시장 전체가 막힌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문제 접근 없이 무작정 창업만 하라고 하는 건, 하수구 막아놓고 수도꼭지 물 틀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Q. 16년차 사업가다. 아이디어, 인맥, 돈, 용기, 끈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겠지만, '이것만은 놓치지 말라'고 꼭 말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뭘까?

- 사람과 끈기다. 돈은 얼마든지 놓칠 수 있지만 사람은 꼭 지켜야 한다. 끈기는 적당히 있어서는 안 되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끝까지 가보자'하는 배짱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렸을 때 나에게 끈기를 만들어 준 원동력은 두려움이었다. 연대보증의 빚이 현실의 빚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끊임없이 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도전을 하다보니 이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바뀌더라. 어쨌든 계속 도전하는 끈기와 진실된 사람대함, 이 두 가지는 꼭 잊지 말았으면 한다.

Q. 쉴 새 없이 변하는 IT업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후배들에게 조언도 한 마디 해 달라.

- 우선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좋은 정보를 올려주는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거나 인터넷기업협회에서 보내주는 메일링 리스트를 구독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정보는 다 알 수 있다. 선배들의 블로그를 꾸준히 읽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정보를 얻은 다음엔 직접 만들어 보면서 스스로 더 깊은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때로는 철석같이 믿고 있던 플랫폼도 한순간에 망하고, 존경받던 서비스 기업도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생기지 않나. 끝까지 살아남는 회사나 제품에 있는 무언가를 잘 관찰해 보라. 그게 공부의 시작이다.

#4. "650만 명이 누른 테마키보드, 성공 포인트는 바로…"

많은 우여곡절을 끝에 근 10년간 위자드웍스를 지켜 온 표철민 대표. 그의 최종 목표는 20년 가는 순수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장 이후 게임이 아닌 인터넷 서비스 만으로 장기 생존한 회사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 한국 인터넷 역사에 작은 방점 하나를 찍기 위해, 위자드웍스는 올해 '테마키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Q. '테마키보드' 앱의 성장세가 거침없다. 전작인 '솜노트'의 이용자수와 매출을 가뿐히 뛰어넘은 '테마키보드'는, 위자드웍스가 한창 어려울 때 대박 난 '효자 앱'이기도 하다. 이 앱의 성공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 것 같나?

- 10~20대 젊은층은 카카오톡 테마가 핑크색인데 자판을 칠 때 올라오는 키보드가 우중충한 회색이면 이를 참을 수 없어 한다. 키보드 역시 카카오톡 테마와 세트로 핑크색이어야 한다. 이런 점이 젊은층의 유저들에게 잘 어필한 것 같다. 특히 다른 키보드 앱은 테마가 100종 정도에 불과한데, 우리는 테마가 1만 종에 달한다. 이것 역시 엄청난 경쟁력이다.

Q. 앱은 좋은데 광고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이용자들도 많더라. 광고가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과 직결되는 것일텐데 고민이 되겠다. 해결책을 찾았나?

- 현재 '테마키보드'의 재방문율이 90%가 넘는다. 광고가 불편하긴 해도 이 때문에 앱을 삭제하거나 교체하는 경우는 적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광고 표현 방식이나 빈도를 조정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5월부터 키보드 위에 툴바가 생기고 그 안으로 광고가 들어갈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사용자 불편이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Q. 마지막으로 릴레이 인터뷰 다음 주자를 추천하고 간단한 이유를 말해달라.

- 서정민 브랜디 대표를 추천한다. 2007년 직접 그린 그림으로 DIY 소품을 만들 수 있는 바이미닷컴을 만들어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를 받는 등 승승장구 했지만 회사가 어려워 사업을 접게 됐다. 그러던 중 최근에 '브랜디'라는 브랜드 커뮤니티 앱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젊어서 실패와 재기를 두루 거친 경영자가 드문데, 이 분은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청년들에게 강연할 때마다 '실패 매트리스를 쌓으라'고 조언한다는 표철민 대표. 그의 화려한 명함 뒤에도 어김없이 두툼한 매트리스가 숨겨져 있었다. '한국의 주커버그'는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아니었던 거다. 표철민 대표는 오는 3월 군입대를 통해 또 한 번 성장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회사가 어려워 군대를 미뤄왔는데, 위자드웍스가 마침내 흑자 전환을 한 올해가 최고의 적기"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16년차 사업가의 연륜이 묻어났다. 1년 10개월 뒤 군필로 돌아온 그는 우리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벌써 궁금해진다.

▶ '테마키보드' 앱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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