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하던 대우조선해양, 대표 바뀌니 2조원 적자 부실회사로

    입력 : 2015.07.16 09:47

    '빛 좋은 개살구'였나.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우량한 성과를 자랑했던 대우조선해양 (8,750원▼ 3,750 -30.00%)도 결국 실적부진의 오명을 뒤집어 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조선 3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지만, 결국 올 2분기 실적에 해상(海上) 플랜트 분야 등에서 2조원대의 누적 손실을 반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불황으로 공사를 하고도 받지 못한 금액인 미청구공사 급증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취임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빅베스’(big bath·새 CEO가 전임 CEO의 손실을 초기에 회계에 반영하는 것) 충격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고정식 해양플랜트 '아쿠툰다기 플랫폼'/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올해 미청구공사 급증... 2분기에 2조원대 손실 반영할듯


    1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자체 조사를 하고 있는데 올 2분기 실적에 2조원 정도의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적인 손실 규모는 다음 달 초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 플랜트는 고정식이나 이동식 원유 시추·생산 시설 등을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선업계의 전통적인 대금 결제 구조인 헤비테일(Heavy-tail·공정 단계별로 대금을 나눠 받는 것) 계약 건 중 공사를 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보통 선박 가격의 60%에서 최대 90%를 마지막 단계인 인도시 받게 되는데, 업계 불황으로 선주사가 지급을 미루면 조선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입이 지연돼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미청구공사 추이./에프앤가이드·유안타증권 제공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9조400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55%를 차지한다. 이는 현대중공업(20%), 삼성중공업(43%), 한진중공업(29%) 등 업계 수준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헤비테일 계약 방식의 드릴쉽 공사량이 늘고 있는데, 이는 미청구공사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 2011년 1척당 6000억원에 수주한 4척의 극지(極地) 리그(반잠수식 시추선) 건조의 경우, 이미 올 6월 한 척이 인도됐고, 두 척은 하반기, 한 척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지만 업황 불황으로 대금 지급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정성립 사장 (가운데), 재경부문장 김열중 부사장 (우측), 종합기획부문장 조욱성 부사장 (좌측)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린 모습./대우조선해양 제공


    ◆빅베스 가능성, 경영진 교체로 인한 부실 털기라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 대해 경영진 교체로 인한 빅베스(Big-bath)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빅베스란 새로 부임하는 대표이사(CEO)가 자신의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임 CEO의 재임기간에 누적된 손실을 최대한 털어내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110,500원▼ 4,500 -3.91%)(3조2000억원 적자)과 삼성중공업(해양플랜트에서 7500억원 손실을 입어 영업이익이 2013년 대비 80% 줄어든 1830억원에 그침) 등 경쟁사들은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에 반해 대우조선해양은 조선3사 중 유일하게 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에 대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반적인 업계 불황에서 대우조선해양만 영업이익을 많이 낸 데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며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안고 있던 손실요인들이 올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지난 1분기 실적의 경우, 정성립 신입 사장 취임 전에 결산이 이뤄져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손실은 1000억원대에 그친 상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사장이 남아있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충당금을 상당부분 반영하는 등 2분기에 대대적인 부실털기를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의도적 '부실털기'라는 지적에 대해 "손실액을 재무 회계 기본원칙을 준수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