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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너무 바쁜 당신, 세탁은 앱에 맡기세요"…크린바스켓 김우진 대표

정영민 기자 기자 ㅣ appetizer@chosun.com
등록 2015.07.17 10:02

'딩동'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늦은 밤, 마침내 기다리던 손님이 왔다. 뽀얗게 세탁된 겨울 옷들이다. 퀴퀴한 옷장을 빠져 나간 지 꼭 이틀만이었다.

세탁할 옷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세탁소에 맡기고, 또다시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오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세탁소 운영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내내 세탁 주문을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시간을 설정하기만 하면 배달원이 직접 집을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해간다. 수거부터 다시 되돌려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48시간.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이 터치 몇 번으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세탁 서비스 앱 '크린 바스켓'을 통해서다.

'크린바스켓'은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맞벌이 부부, 야근이 잦은 직장인, 세탁이 번거로운 1인 가구 등이 주 고객이다. 김우진 대표는 어떻게 이들의 불편함을 콕 짚어낼 수 있었을까? 여의도 증권맨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워시앱코리아 김우진 대표를 만나봤다.

#. "세탁소 갈 시간 없던 증권맨 시절…아이디어 계기가 됐다"

Q. 젊은 직장인, 1인 가구의 불편함을 정확히 읽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나?

창업 전 여의도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다녔는데 출근 시간이 이르고 야근이 잦았다. 거의 매일 와이셔츠를 입어야 하는데 세탁소 시간을 맞출 수가 없으니 너무 불편한 거다. 음식 배달이나 영화 예매처럼, 세탁도 앱을 통해 불편한 점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1인 가구 수와 맞벌이 부부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히 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Q. 이력이 특이하다. 주로 금융회사에서 일했고, 미국에서 MBA도 마쳤지 않나. 갑자기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가 뭔가?

IT/인터넷 애널리스트, 전력컨설턴트와 인터넷 회사 전략기획팀 등 다양한 직장 경험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100세 시대에는 자기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계속 창업 기회를 계속 눈여겨봤고, 마침 좋은 아이템과 좋은 팀을 찾아 창업을 결심했다.

Q. '크린바스켓'은 지역에 있는 우수한 세탁소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하는 게 특징이다. 가장 먼저 강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또 홍보를 어떻게 했는지도 궁금하다.

처음 확보한 파트너 세탁소의 위치와 주 타깃 고객층인 1인 가구 및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고려해 강남을 선정했다. 호텔에 납품하는 수준의 세탁소만 발굴해 서비스하다 보니 까다로운 강남 아줌마들도 결국엔 만족하더라. 홍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뿐 아니라 전통적인 방식인 전단지, 포스터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호텔 납품 수준의 세탁소와 계약…경쟁업체와 차별성"

앱을 이용한 세탁 서비스는 처음이지만, 이전에도 유사 서비스는 있어 왔다. 대표적인 업체가 전국에 2300여 개가 넘는 대리점을 가진 '크린토피아'다. '크린토피아'는 '와이셔츠 세탁과 다림질에 단돈 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급격히 성장했고, 현재는 전화를 통한 수거 및 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다. 유사 경쟁업체에 대한 김우진 대표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봤다.

Q. 경쟁상대와 비교했을 때 '크린바스켓'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선 '크린토피아'는 공장형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지역 대리점에서 옷을 수거해 대량으로 옷을 세탁할 수 있는 공장으로 운반돼 세탁이 이뤄진다. 반면, '크린바스켓'은 지역별로 우수한 세탁소를 직접 발굴해 이곳에 세탁을 맡긴다. 여기서 질적인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전화보다 앱이 익숙한 젊은 층에게 더 쉽게 어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Q. 호텔에 납품할 수준의 지역 세탁소와 계약을 맺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지역의 영세한 세탁소는 피해를 볼 것 같다. 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현재는 기존 세탁소 사용에 불편을 느끼는 고객들이 니치(틈새) 시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이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지역 세탁소 수준을 '크린바스켓'의 세탁 품질 기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상생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잠재력을 갖춘 영세 세탁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생각 중이다.

Q. 세탁 서비스가 편리하긴 하지만 세탁물 분실, 손상과 같은 고객 불만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는지, 혹 세탁물이 손상됐을 때 고객들은 어디서 배상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크린바스켓'은 세탁물이 세탁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세 번, 세탁 완료 후 고객에 가기 전까지 두 번, 총 5번의 확인 작업을 거친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문제가 생기더라도 어느 과정에서 잘못된 것인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책임자를 밝혀낸 뒤 소비자 보호법에 준하는 대로 배상을 한다.

#. 세탁 배달 서비스는 세계적 추세…"고객에 즐거움 주고 싶다"

세탁 배달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으며, 관련 업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 세탁 배달 서비스인 '워시오(Washio)'의 경우 1년 만에 약 8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이뤘으며, 한화 약 63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영국의 '런더랩(laundrapp)'은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크린바스켓'이 나아갈 길은 어떤 것일까? 김우진 대표에게 향후 계획을 물어봤다.

Q. 미국,영국,중국 등에서는 세탁 배달 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크다. 벤치마킹하고 싶은 앱이나 서비스가 있나? 이유와 함께 말해 달라.

미국의 선두업체 '워시오'. 품질 관리를 위해 내부 세탁 기술자를 두고 있고 작업을 디지털화 하여 효율을 높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세탁을 위한 우버'를 목표로 탄생한 만큼, 공유경제 모델도 도입하고 있다. 즉, 본인의 차와 시간만 있으면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워시오'의 수거, 배달원이 되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크린바스켓' 역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공유경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Q. 지금으로서는 앱을 사용해 본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고 긍정적인 평가가 대다수다. 하지만 대표로서 생각하고 있는 '크린바스켓'의 위험 요인이 있다면 무얼까?

세탁 서비스는 편리함 뿐 아니라 품질의 우수함도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크린바스켓'의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파트너 세탁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내는 것이 앞으로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과제다.

Q. '크린바스켓'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크린바스켓'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또 서비스 지역이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알려 달라.

단순히 세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우리를 통해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사실 세탁이 작은 부분 같지만 우리의 기분을 많이 좌지우지 한다. 깔끔하게 세탁된 옷을 입으면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크린바스켓' 서비스는 현재 서울 강남, 서초, 마포, 용산, 동작, 관악, 여의도, 당산, 신촌 및 인천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올해 안으로 분당, 판교를 비롯한 수도권, 내년에는 부산, 대전 등 대도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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