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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사랑받는 '국가대표 벤처'…젤리버스 김세중 대표

정영민 기자 기자 ㅣ appetizer@chosun.com
등록 2015.08.26 17:37

"뉴욕 한복판에서 직원들 모두가 감동했죠. 우리가 미국, 그것도 뉴욕에서 애플이 선정한 대표 앱을 만들다니!"

젤리버스 김세중 대표에게 지난해 전 직원이 함께 떠난 해외 워크숍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매년 3번이고 4번이고 전 직원이 모두 외국으로 워크숍을 간다는 말에 '회사가 커지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 걱정스레 물었다. "작은 회사를 지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인원을 늘릴 생각은 없다"는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비용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더 큰 성과가 있기 때문일까. 4년간 뮌헨, 싱가폴, 홍콩, 도쿄, 뉴욕 등 전세계를 부지런히 다니며 미팅과 벤처 탐방을 거듭한 결과, 젤리버스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국가대표 벤처기업'이 되었다. 젤리버스에서 만든 사진 앱들은 앱스토어 1위는 물론,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해외에서의 매출이 전체의 95% 이상, 한국 내 매출은 5%도 채 안 된다. 전 직원 10명 남짓한 이 작은 회사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저력은 어디 있었을까. 김세중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노크…“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었다”

Q. 우습게도 젤리버스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순간, 버스 관련한 앱을 만드는 곳인 줄 알았다. 젤리버스라는 회사명은 무슨 의미인가?

A.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번 들으면 기억에 남는 회사 이름을 만들고 싶었다. 우선 '젤리'라는 단어는 재미있고 친숙함을 주기에 쓰고 싶었고, 여기에 '함께 간다'는 공동체적 의미를 갖는 단어를 고민하다보니 버스가 떠올랐다. 바로 미국 친구들에게 어떠냐고 물어봤다. 모두들 좋다고 하더라.

Q. 첫 시작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사실 처음 사진 앱을 출시한 곳은 국내 티스토어였다. 티스토어에서 게임을 제치고 1등도 해봤지만 매출이 크지도, 꾸준하지도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에 대해 '무료'라는 개념이 강했고, 국내 시장만 바라보기엔 성장성이 크지도 않았다. 실패하더라도 이를 시행착오로 여기고 배울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노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깃으로 삼은 것이 미국과 일본 시장이었다.

Q. 젤리버스 매출 국가 1위는 미국, 2위는 일본인데 반해 한국은 5위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아시아 국가이고 유저들의 속성도 비슷할 것 같은데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가 뭔가? 또 이밖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A. 현재는 중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미국과 더불어 공동 1위다. 중국과 일본이 같은 아시아 국가임에도 한국과 달리 매출이 많은 이유는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실질적인 구매자 수가 많다는 점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제품을 돈을 주고 사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 구매전환율(다운로드 대비 유료 구매하는 사람 비율)이 높다. 중국의 구매전환율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인구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매출이 높게 잡힌다. 두 번째로, 젤리버스가 애플 생태계에 최적화된 노하우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다. 반면 일본은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높고, 때문에 젤리버스가 많은 유저를 모을 수 있었다.

최근 다운로드가 큰 폭으로 성장하는 국가들은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이다. 한국은 이미 스마트폰 보급률이 포화 상태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이제 막 스마트폰 보급률 50%를 넘으며 성장하기 시작하는 국가들이 꽤 많다.

# 5년간 사진 앱 한 우물…'마케팅 비용 0원'으로 이룬 성과

젤리버스는 사진 앱 개발에만 집중해 성공을 이뤘다. 지금까지 선보인 앱은 모두 7개, 그 중 3개 정도가 주력 앱이다. 전문가 수준의 사진 편집을 목적으로 하는 '픽스플레이(PICSPLAY)', 여러 장의 사진을 하나로 합쳐 일상적인 스토리를 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몰디브(MOLDIV)', 10대 여성을 타깃으로 셀카, 사진 디자인, 편집 기능을 제공하는 '루키캠(Rookie Cam)' 등이 출시 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앱들이다.

젤리버스가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사진 앱 '몰디브(왼쪽)'와 '루키캠(가운데)', '픽스플레이(오른쪽)' 서비스 화면.

Q. 유독 사진 앱 개발에만 집중해 온 까닭이 있나?

A. 사람들이 정말 많이 하는 것, 일상생활에서 행복과 즐거움에 관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다. 언제나 우리 삶에 함께 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사진이더라. 사진 뿐 아니라 동영상 앱 서비스도 생각하고 있는데, 우선 한 분야에 최고가 된 후 확장하자는 생각에 최고의 사진 앱 개발에 집중해 왔다.

Q. 유저들은 매우 유동적이다. 게임 앱도 그렇고, 조금만 흥미가 떨어져도 바로 다른 앱으로 갈아타지 않나. 사진 앱도 예외가 아닐텐데 이용자들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한 젤리버스만의 비결이 있나?

A. 젤리버스는 절대 유행에 따라 앱을 만들지 않는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사진 앱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직접 모니터링하고 그 목적에 맞게끔 앱을 제작해 왔다. 소비자들의 사진 이용 행태와 패턴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작업은 기본으로 늘 하는 것이다. 또 고객들이 보내오는 의견이나 문의사항을 꾸준히 제품에 반영해오고 있다. 덕분에 젤리버스 제품에 대한 평가는 별점 5점에 가까운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도 높아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입소문이 굉장히 빨리 퍼진다.

Q. 젤리버스가 창업할 때는 사진 앱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현재는 사진 앱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A. 젤리버스의 글로벌 첫 출시작이 나왔을 때는 인스타그램도 없었다. 지금은 알다시피 누구나 사진 앱을 사용할 정도로 흔해지고 종류도 많아졌다. 소비자들의 사용 행태가 고착화되어 쓰던 것만 쓰는 경향도 강해졌다. 그러나 시장에서 아무리 제품이 넘치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언제나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사진 이용 패턴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도 이에 발맞춰 진화해야 할 것이다. 미처 우리가 몰랐던 곳,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서 패러다임이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Q. 지금까지 젤리버스의 마케팅 비용은 0원이다. 놀랍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일인가?

A. '훌륭한 제품이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게 젤리버스의 철학이다. 실제로 비용을 쓴 건 아니지만 마케팅 활동과 노력은 누구보다 꾸준히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모든 고객에게 이메일 응답을 거의 실시간으로 해왔다. 독일어로 질문이 오면 구글 번역기를 써서라도 독일어로 답변을 했고, 일본 사용자들에겐 일본 특유의 친절함을 살리기 위해 더 애썼다. 의견, 불만 등을 이메일로 보내오는 고객들은 상당한 파워유저들이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이 일을 5년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특히 사장에게 직접 답장을 받으면 그 감동은 몇 배로 크기에, 나를 비롯한 경영진은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실제로 그 효과는 몇 천만원 마케팅 비용을 들이는 것만큼이나 컸다.

젤리버스에는 이메일 응답 외에도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100가지도 넘게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 "생각대로 일이 풀리는 건 1%도 안 돼…문제 발생을 즐겨라"

김세중 대표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출신이다. 7년간 NHN과 넥슨에서 일했던 그는, 당시 번 돈을 20대 초반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갚는 데 고스란히 다 쏟아 부었다. 그러고는 다시 창업의 길을 걸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회사에서는 그것을 할 수 없어서'가 이유였다. 하지만 7년간의 세월이 건네준 수확도 분명 있었다. 빚을 다 갚는 것은 물론, 국내 최고 IT·게임 회사의 성장기를 직접 경험하며 새로운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Q. 젤리버스는 창업 2년차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 전의 상황은 어땠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당시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자금도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고, 한국에는 아이폰도 들어오기 전이라 모두들 모바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기였기에 자금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돈을 벌지도 못했고 고객도 모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나는 포기를 싫어하는 성격이었기에, 회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제품 개발에 열정을 쏟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 공부하고 고객과 소통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해준 젤리버스 구성원들의 공도 무척 크다.

Q. 젤리버스는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를 자랑한다. 크리스마스 겨울방학, 의류비 지원, 생일선물, 영화 컬처데이, 해외 및 국내 워크숍…. 대충 나열한 것만 이 정도다. 입사하려면 엄청난 스펙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직원들을 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A. 벤처회사는 대기업에 비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젤리버스가 BEP(손익분기점)을 넘어 매출 성장을 이뤘을 때 가장 먼저 결심한 것이 구성원의 행복지수를 높이자는 거였고, 그 결과 다양한 복지제도가 완성되었다.

젤리버스에 입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다. 벤처에서의 하루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매일이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때문에 스스로 성장하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배움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가장 중요시한다. 덧붙여 고객을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한 만큼, 예의범절도 많이 보고 있다. 능력은 회사에 들어와 함께 키워나가면 된다.

김세중 대표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젤리버스 멤버들.

Q. 현재 젤리버스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어디인가? 또 벤치마킹 하고 싶은 대상이 무엇인지도 말해달라.

A. 경쟁상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실 다른 회사로부터 배움을 얻으려고 하지 '내가 더 잘해야지, 이겨야지' 생각하진 않는다. 닮고 싶은 회사는 디즈니다. 디즈니가 오랜 세월동안 고객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진화해 온 과정은 앞으로 젤리버스가 넘어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Q. 김세중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창업에 도전해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겪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무언가? 또 본인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하겠다는 후배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A. 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업을 하면 분명 문제가 많이 생긴다. 특히 직원들을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실수는 창업자들이 흔히 하는 것이다. 함께 커간다는 파트너쉽과 동업자 마인드가 있어야 회사도 사람도 성장할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인내심과 끈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일이 풀리는 경우는 1%도 안 된다. 문제 발생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며, 결실을 거둘 때까지 끈기있게 도전해야 한다.

창업을 하기 전에 스스로 이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을지, 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실패를 딛고 성공해도 성공이고, 한 번에 잘 되도 성공이다. 실패라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가진 나머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길 조언한다. 또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다양하므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길 위에 서서 사업을 하길 바란다.

김세중 대표는 지난해 젤리버스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날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젤리버스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업은 잘되면 잘될수록 어렵다'는 그는 습관적으로 위기에 대해 자주 떠올린다. 하지만 대표는 위기를 얘기할지라도, 젤리버스가 이미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내년 초 동영상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반기에는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젤리버스의 최종 종착지는 어디일까. 김세중 대표는 사람들의 행복과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미디어 회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답한다.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는 젤리버스 TV에 대한 구상도 있다. 

"하지만 작은 벤처가 모든 것은 잘할 수는 없잖아요. 올해는 아직 더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보려구요."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젤리버스. 그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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