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9 10:08
[작년 대한항공 7030억, 아시아나항공 815억원 순손실]
- 兩社 여객 점유율 55%로 하락
원화 약세에 비용 부담 눈덩이… 외국항공사·저비용항공사 공세
화물 수송사업 매출 하락세, 내부적으론 노사 문제까지 겹쳐
해외시장 영업 강화하고 비용·수익 구조 개선 나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대형 항공 2사(社)가 안팎으로부터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원화 약세, 화물 물동량 감소, 외국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저가(低價) 공세에다 최근엔 노사(勞使) 갈등까지 증폭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한항공은 703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회사는 비용·수익 구조 개선과 해외 시장 개척으로 활로(活路)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줄줄이 밀려드는 외환(外患)
회사 밖 가장 큰 위협은 환율이다. 작년 4월 한때 1070원 아래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8일 기준 1207원까지 올라갔다. 대형 항공사들은 항공기 구입·임차 비용은 물론, 유류비와 정비료, 보험료 등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26억원의 순손실을 본다.
두 회사는 여객 운송 시장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다. 외국 항공사와 LCC의 공세 탓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합산 점유율은 2012년 62%에서 작년엔 55%로 떨어졌다.
미국·유럽과 국내를 오가는 장거리 노선에서는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국내 대형 항공사보다 최대 30% 싼 항공권을 파는 중동(中東) 항공사들의 공세가 거세다. 에미레이트항공·에티하드항공·카타르항공 등 중동 3사의 한국 노선 수송객은 2011년 50만5142명에서 작년 69만462명으로 5년 새 37% 늘었다.
단거리 노선에선 LCC가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제주항공·진에어 등 국내 5개 LCC의 올 1월 국제선 여객점유율은 작년 1월보다 52.4% 늘었다. 여기에 외국계 LCC도 가세했다. 일본 최대 LCC인 피치항공은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가 운항 중인 인천~일본 하네다(도쿄) 노선에 취항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화물 수송 사업의 매출도 두 자릿수 하락세다. 중국 항공사들이 자국 항공 화물 수요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중동 항공사들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다.
◇내부의 위기, 노사 갈등과 운항 정지
회사 내부적으로는 노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김포 본사 앞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220여명이 함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평균 약 5000만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의 운항 중단 여부도 고민거리다. 이 회사는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사고로 받은 '운항 정지 45일'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지난달에 패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소할 계획이다. 최진국 극동대 교수(항공운항학)는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이 45일간 정지되면 해당 노선 이용 승객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수익구조 개선 작업 돌입
두 회사는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에 B747-8i나 A380 등 프리미엄 좌석이 강점인 최신 기종을 도입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환율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달러로 결제되는 미국과 남미 노선 등 해외 시장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기광 대한항공 상무는 "화물의 경우 신선화물·의약품 등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해 중동이나 중국 항공사가 쉽게 따라 하지 못하면서 수익이 많이 나는 품목의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수익 노선 폐지 등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지점은 23개에서 14개로 감축을 진행 중이며 지난달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인도네시아 발리 노선 운항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대형사 입장에서 수익이 떨어지는 중단거리 노선을 상반기 출범할 LCC 자회사 '에어서울'에 넘기고 나면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