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로만 살 것인가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이사 발행인

    입력 : 2018.07.03 16:08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이사 발행인

    얼마 전 한 유통업체 CEO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격앙된 표정으로 "요즘 기업하기 너무 어렵다"며 하소연을 했다. 최저임금 상승,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인건비는 상승하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의 경제정책들이 현장을 모른 채 탁상공론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남북, 북미관계 개선으로 한반도 평화모드가 우리 삶의 전부를 대변하는 듯 하지만, 실제 기업인들은, 특히 중소기업 CEO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요즘 만나는 CEO들마다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현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일자리 창출을 기조로 여러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기가 어렵다며 새로운 고용창출을 꺼리고 있다.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취업이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올해 자영업자 폐업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지난 해 하반기 자영업 전국 8대 업종의 폐업률이 2.5%로 창업률(2.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대기업은 이러한 법과 환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모면하기 위해 납품가 인하, 판촉비 부담 등 중소 협력업체에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CEO는 '지금과 같이 납품가를 인하해서 팔아봤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목멘 소리를 한다. 대대적인 혁신경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 공공의 책임이 있는 대기업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만 위기 모면하고 배부르면 된다는 심보다.


    그야말로 '을'만 죽어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정부와 중소기업가 모두가 관점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봐온 경제 교과서와 참고서를 버려야 할 것 같다. 또한 현장을 등한시하는(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자주 제대로 듣고 있는지 모르지만) 막연한 '휴머니즘 경제정책'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는 찬성한다. 삶의 질 향상과 소득재분배 등은 한국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공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미래 자본주의의 성공은 결국 다수 대중의 행복 창출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이고 독창적인 혁신경영을 추구하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기업들에겐 이러한 정책들이 그리 절실하진 않다. 오히려 법과 제도적 규제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자유로운 비즈니스 활동에 장애로 작용해서 일에 대한 행복을 빼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외부 영향들에 목멘 소리만 할 것인가? 이제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용어는 접어버리고 혁신경영 했으면 좋겠다. 기존 사업 리모델링하고 신규 혁신사업 과감히 도전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인터뷰 한 중견기업 CEO는 학창시절 자신이 배우지 못해 사업초기 다양한 교육을 통해 셀프-이노베이션을 했다. 그는 교육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직원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직원이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회사가 존재한다는 확고한 사명과 리더십 철학을 갖게 됐다. 그 회사에 최저임금이니 노동시간이니 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 일뿐이다.


    사업하기 참 어렵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사업이 즐겁고 쉬울 수도 있다. 매번 '을'이 당할 수밖에 없는 기존 경제환경에 순응하지 말자. 새로운 시각과 가치 있는 사명을 재정비해서 과감한 도전으로 '갑' 위에 서는 새로운 '갑'이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