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리더가 비전 위에 존재해서는 안된다"

등록 2019.05.16 16:10

[이성우 리더피아 리더십연구소장]
외부영입 CEO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기실적에 대한 부담감에 큰 변화요구
하룻밤 성공 스토리는 알고 보면 20년 투자한 결과

여름으로 들어선다는 입하가 있는 절기로서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한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는 소문만이 있으며 빠른 경우 모내기도 시작한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한다.

주역 괘상은 택천쾌(澤天夬)로서 연못의 물이 하늘로 올라가 비가 되어 내리는 모습이다. 만물을 적시니 좋은 현상이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상황이다.

기업도 이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별 어려움 없이 성장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궤도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확보했으며 내부 역량도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헤쳐 나가는 상황이다.

이 시기에 미래를 내다보며 해야 할 일이 있다. 곧 닥치게 될 고도성장과 그 다음 이어질 성숙기를 대비해 훌륭한 경영자들을 양성해야 한다. 직원들과 달리 경영자들의 중요성은 바로 의사결정권자인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시뮬레이션 등 최신기법을 통해 아무리 많은 정보가 주어져도 마지막 결정은 사람이 해야하는 것이다. 때로는 훌륭한 경영자의 직관에 의한 결정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위대한 기업들의 성공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CEO들의 90%가 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유능하고 카리스마 있는 CEO들의 효과는 미비한 것이다. 일반적인 우리들의 상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내부에서 입증된 성과를 토대로 훈련된 경영자들이 인기 위주의 단기 이윤 추구와는 거리가 멀게 기어의 경영이념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경영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이윤을 동시에 추가한 것이 기업을 오래도록 지속성장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진들이 열정과 역량으로 인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도록 하는 단계이다. 과거 삼성 반도체의 경우 신화를 이룩한 전설적인 인물들이 있다. 언론에도 자주 보도됐던 반도체 신화의 주역 진대제 前 삼성전자 사장,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前 삼성전자 사장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당시로서는 무모해 보이는 일본 반도체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열정과 꿈을 갖고 도전했던 것이다. 삼성 반도체가 64M DRAM의 세계 최초 개발을 필두로 1M DRAM 최초 개발 시리즈를 연이어 개발하면서 결국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추월하게 된 원동력이 된 것이다.

LG전자 역시 이 단계에 있을 때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서 고속 성장을 이룩했으며 이윤추구보다는 미래 성장을 대비해 디자인연구소, 제품시험연구소, 중앙연구소들을 잇달아 설립하면서 지속성장의 초석을 다져나갔다.

◆ 소인배 제거 위해 결단 내려야

하룻밤 사이에 크게 성공한 듯한 스토리는 알고 보면 20년 정도 가꿔낸 결과다. 사람들은 이런 숨은 노력을 보려하지 않고 도박과도 같은 성공만을 꿈꾸는 경향이 강하다.

훌륭한 경영자들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소홀이 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숨어있는 소인배에 해당하는 경영자들을 찾아내어 제거해야 한다. 택천쾌의 기업 괘상은 경영자(연못)가 비전(하늘) 위에 존재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비전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 경영자의 책무이거늘 오리혀 비전을 무시하고 급격한 성장에 매료돼 자신들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오버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비전이나 문화를 수호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명심하고 경영을 한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경영자들이 비전을 무시하는 행위는 다시 말하면 자신들의 영달을 우선하는 행태는 소인배들이라 할 수 있다.

택천쾌의 해석은 소인배들을 제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설명도 있다. 기업문화를 저해하는 소인배들을 솎아 내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인배들이 문제가 되는 근본원인은 지천태와 뇌천대장 단계를 거치면서 급속히 성장하는 시기에는 비전도 성공적이어서 급속 성장에 따른 논공행상을 하게 될 경우 발생하는 ‘무주공산’ 증후군 때문이다.

인력은 충분치 않지만 조직은 계속 확장을 하게 되면서 새롭게 생기는 조직에 누구를 앉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인력풀이 다양하지 않다보니 기존의 사람들이 큰 결격사유가 없으면 빈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만약 이틈으로 비집고 소인배가 등장해 기회를 갖게 되면 소인배들이 자기세력을 포진시키고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소인배들이 요직을 차지하게 될 때가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당장 문제가 생긴다면 아마도 누구나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문제는 항상 시간이 흐른 뒤에야 붉어지기 때문에 인정에 사로잡히거나 설마 하는 생각에 결단을 미뤄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요직에 위치한 소인배들이 전체를 위한 결정보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부터 기업은 서서히 몰락의 길을 가게 된다. 미숙한 경영자는 혼자만 무너지면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겠지만 조직 내의 새싹과 미래 희망들을 제거하고 자신들의 위치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미래를 갉아 먹는 최악의 경우가 된다.

GE의 前 회장 잭 웰치는 소인배들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가 설명하는 소인배는 실력은 없으면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유형이다. 부하직원들을 닦달해 오로지 자신의 업적만을 챙기는 악질로서 자신의 임무는 이들을 찾아서 솎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택천쾌를 잘 설명하는 내용이다.

결국 경영자조차도 시간을 갖고 양성을 해야 하는 것이다. 외국기업들의 내부 승계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인재양성을 게을리 하다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 불을 끄기 위한 소방관을 불러오는 안이한 방법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아마도 가장 성공적인 것은 파산시키지 않고 매각을 하는 것이다. 직원은 사라졌고 회사는 이름을 바꾸는 최악의 수이지만 오로지 소방관에게만 경력에 남은 유익한 결과로 마무리된다.

외부영입 CEO들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과거를 모르므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게 되고 단기 실적을 내야하는 부담에 눌리다 보면 조직이 받아들이고 소화하기 힘든 엄청난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다 보면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해 아직 남아있던 에너지, 자원마저도 제대로 활용 못하고 끝나게 된다. 회생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불행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말이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미리 대비하는 것이 지속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평범한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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