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WHO '게임' 질병 분류 신중해야

정문경 기자 ㅣ jmk@chosun.com
등록 2019.05.17 14:16 / 수정 2019.12.12 14:10

정문경 산업부 기자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에 과몰입하는 증상을 질병으로 등재하는 회의를 하는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임업계는 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반면, 의료계 등에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이달 22∼28일 제72차 총회를 여는 가운데 온라인게임과 포르노 중독을 비롯한 섹스 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방안의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게임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보면 산업이 위축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자체 분석도 내놓을 정도로 민감하다.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산업 전반의 막대한 손실은 물론 종사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이를 근거로 한 새로운 규제 등 다양한 문제로 파생될 전망이다.

앞서 일부 정치권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정부는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셧다운제 시행과 함께 게임중독법 제정 논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중독물질’과 ‘사행성조장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WHO의 국제질병 분류코드 추진이 현실화된다면,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 객관적인 연구가 부족한 ICD-11의 정신 장애 질병코드 분류 자체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ICD-11에서 게임 장애 진단 기준을 질병으로 분류하고는 있으나 도박·알코올 중독이나 조현병 등 다른 정신 질환에 비해 우선순위를 낮게 보고 있다. 또 질병이 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펼친다.

또 정신건강복지법이 있는 것처럼 알코올, 도박, 마약, 인터넷, 게임 등을 모두 아우르고 중독이라는 개념 전체를 포괄하는 가칭 ‘중독관리법’의 제정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와 치료법 등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여러 대비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게임업계는 의료계가 경제적인 이점을 노리고 찬성한다는 비판도 한다. 새로 질병코드가 분류되면 한동안 의료 수가의 통제를 받지 않은 비보험 치료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론이다.

의료진 입장에서 게임에 중독된 새로운 고객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고, 치료로 경제적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이해 관계 때문에 생기는 갈등으로 몰기엔 게임 등 콘텐츠산업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또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중독자 취급하고, 업계 종사자를 중독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취급해 딱지를 붙이면 산업이 위축되고 갈수록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게임 과몰입 질병코드 부여는 여러가지 파생적인 부분가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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