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타다-택시 갈등 속 '혁신' 생태계 조성될까?

이승재 기자 ㅣ ministro0714@chosun.com
등록 2019.05.23 18:12 / 수정 2019.06.04 10:56

이승재 산업부 기자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택시업계는 23일 오전 타다 퇴출 시위를 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또 다시 이재웅 쏘카 대표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택시업계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함이라 쳐도 최 위원장의 발언은 현 정부가 혁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를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전날 이 대표와의 설전과 동일한 맥락이다.

이를 인지했는지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위원장의 발언 기사를 인용하며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정보통신업계 벤처인들은 발끈했다. 한국 1세대 벤처 기업인으로 꼽히는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냐"며 이 대표를 거들었다.

카풀 서비스 '풀러스'를 운영하는 서영우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의 그늘을 살피라'는 발언이 대체 무엇을 저격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여론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택시업계가 도태되는 현 상황은 그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22일 '택시 서비스 전반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53.4%로 '만족한다(37.6%)'는 응답보다 15.8%p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택시 기사의 친절성과 승차 거부 여부, 운행 안전성 등이 평가 요소로 고려됐다.

필자도 택시 승차 거부를 여러 차례 겪은 적이 있다. 최근 12시경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카카오택시는 물론이고 전화로 호출하는 이른바 '콜택시' 역시 이용할 수 없었다. 운임을 2배로 불렀기 때문이다. 운임을 부풀리는 것은 불법이다. 처음에 이를 거부하고 1시간 뒤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다시 호출을 시도했지만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단속이 있는 곳은 택시가 아예 정차도 않았다. 결국 3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당장 온라인 커뮤니티를 검색해 봐도 유사한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타다와의 비교 글도 많이 올라온다. 승차거부가 없다는 점 외에도 '기사가 불필요한 말을 걸지 않고 요구사항을 잘 들어준다', '과속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공간이 넓어 짐을 싣고 이용하기 편하다'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을 장려한다는 정부의 한 기관장이 택시업계를 편드는 발언으로 택시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시키기 보다 혁신 기업 대표를 혼내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앞에서 "ICT 산업은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며 혁신을 시도하는 국내 IT 기업들에 대한 보호를 촉구했다. 세계적으로 공유차량 서비스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많이 뒤처져 있다. 정부가 혁신생태계를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혁신(革新)'의 사전적 정의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고 '무례하다'고 혼내는 권위의식에 가득찬 최 위원장의 태도가 과연 '묵은 풍속이나 방법을 바꾸는 것'과 가깝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같은 생태계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을지는 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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