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맹이 빠진 '가업상속공제' 반쪽 정책

임상재 기자 ㅣ
등록 2019.06.11 16:38

임상재 산업부 기자

정부와 여당이 11일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까다로워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중소·중견기업의 입장을 수용해 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일부 소수 계층을 위한 '부의 대물림'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중소‧중견기업 역시 공제대상 확대는 빠져있어 정부가 개선 시늉만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렇게 보면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어렵사리 공론화 시킨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은 결국 반쪽짜리도 못된 셈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100년 전통의 명품 장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1997년 도입됐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가업을 물려줄 사람(피상속인)이 10∼3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하는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세금을 공제해줘 가업 승계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 10년간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수차례 개정돼 적용 대상과 공제 규모가 지속해서 확대됐다. 1997년 도입 당시 공제 한도는 1억원으로 시작해 2008년에는 30억원, 2009년 100억원, 2012년 300억원, 2014년 500억원으로 급격히 올랐다.


공제대상도 처음에는 중소기업에 한정됐으나, 2011년 매출액 1500억원 이하의 중견기업으로 확대됐고 현재는 3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공제가 가능해졌다. 작년 기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모두 3471개 업체로 전체 중견기업의 86.5%를 차지한다.


이처럼 제도 도입 이후 적용 대상과 공제 규모가 급격히 늘었지만, 제도 이용은 미미한 증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공제 건수는 40∼50여건에 그쳤고 최근 3년을 보더라도 2015년 67건, 2016년 76건, 2017년 91건으로 이용이 저조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기업이 적다며 공제 요건 완화를 요구해 왔고, 결국 정부는 공제 제도의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개편안을 내놨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재계는 개편안에 대해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시민단체 역시 소수 계층만 혜택을 보게 하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 침체 여파로 푼돈 쓰기도 어려운 서민들에게 수백억에 달하는 상속세를 공제해 준다는 정책은 마치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수 밖에 없다.


실제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인원은 전체 피상속인의 0.02%에 불과해 소수의 고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며 "불평등의 해소를 주장했던 이번 정부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완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가업상속 지원세재 개편안'을 9월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기업가들과 시민, 양쪽 모두 반기지 않는 정책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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