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년연장, 섣불리 접근하면 부작용 커

정문경 기자 ㅣ jmk@chosun.com
등록 2019.06.14 16:03

▲ 정문경 산업부 기자

정부가 정년연장 도입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못한 탓에 논란이 거세다.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만큼 가야 할 방향인 것은 맞지만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섣불리 접근하면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이미 노인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화 사회가 됐다. 현재까지의 고령화 속도를 대입하면, 불과 7년만인 2025년에는 노인인구 비율 20%가 돼서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에 더해 5년 더 있으면 노인인구 비중이 25%가 된다. 10년만 있으면 세계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게 될 것이다. 그만큼 활발하게 일할 나이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이미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구조적 환경에서 노인인구에 대한 부양을 생산가능인구가 다 떠안기에는 부담이 크다. 또한 노인 스스로도 '할 수 있을때까지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벼룩시장에 따르면 구직자 10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몇살까지 일하고 싶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평균 '63.9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이 될수록 희망 퇴직 나이는 늘어났다. 60대 이상 응답자의 평균 희망 퇴직 나이는 '72세'로 20대와 10.5세의 차이가 났다. 30대는 '62.8세', 40대는 '64세', 50대는 '66.5세'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일하고 싶은 연령도 점점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또 정년 연장을 찬성하는 이유는 노동연한 연장과 국민 평균수명 및 실질 은퇴 연령이 늘어난 점을 꼽았고 ▲노년층의 자립적 경제능력이 강화됨(33%) ▲미국, 영국 등은 이미 정년을 폐지함(8%) 이라고 답했다.

노인이 정년 연장을 원하지만 논의될 부분은 많다. 우선 일을 할 수 있을 때 일 다운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60세 정년으로 연장했지만, 실질적인 퇴직나이는 50대 초반이다. 하지만 노인들은 실직적으로 이미 70대 초반까지 노동시장에서 활동을 한다. 이 20년 동안 상당수 노인들은 임시직 또는 저임금을 받으며 불안한 고용시장에 내몰려 있다. 사실상 자체적인 정년연장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20년 동안이 굉장히 고달픈 20년으로 지내게 된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정년연장 그거 무슨 소리지? 사실 70세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년연장을 반기는 사람은 공무원들, 대기업 조합원 정도로 한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년연장은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현실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도 사무직들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정년 연장을 추진해도, 임금체계 개편과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호봉제 공무원 등 급여를 줘야하는 국가와 대기업들의 재정부담은 늘어난다.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근로자 노화와 기업 부담을 고려해 일하는 방식의 개혁뿐 아니라 연령이 아닌 근무형태와 성과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 개편 등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생산현장에서 연공서열 방식으로 매년 임금이 올라가는데 정년만 늘리면 부담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대신 임금체제를 개편해 기업에 기여하는 몫만큼 임금을 가져가는 성과급 기반으로 가는 방식이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획일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과 정년제를 아예 폐지하는 방법, 개별적으로 일 하고 싶은 사람을 재고용하는 방법 등 세가지의 선택지를 줬더니, 대부분 기업들은 퇴직한 다음에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근로자를 활용했다. 실제 근로자 대부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유지됐다. 재고용 후 받는 임금은 퇴직 전의 25~75%였다. 기업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사실상 종업원 스스로 낮은 임금을 받고 더 일할지, 60세에 그만둘지 선택해야 했다.

실제 60세 이상 넘어가거나 고령자가 되면 생산성이 다를 뿐 아니라 신체적 여건도 달라지고, 또 일주일에 2, 3일만 근무한다던지, 파트타임을 정해 개별적으로 원하는 시간에 따라, 사업장별로 감안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유연하게 근무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노인과 기업에게 모두 윈윈(WIN-WIN)하는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정년 연장 논의를 하는 이유는 60세 정년을 65세까지 노동을 보호하는 식으로 일 할 수 있도록 하고 지금 노인 기준을 65세로 돼 있는 것을 75세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해서 일과 복지가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방향일 것이다. 이른 숫자 기준 도입 보다는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까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서 정책을 실행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에 짙은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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