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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회장, 탄소섬유 국산화 '기술고집' 가속도…"해외 톱3 진입"

정문경 기자 ㅣ jmk@chosun.com
등록 2019.08.21 16:45 / 수정 2019.08.21 16:59

2028년까지 탄소섬유 공장 증설에 1조 투자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연간 2만4000t으로 증설

문재인 대통령과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이 지난 20일 전북 전주시 효성 탄소섬유 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조선DB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의 기술고집이 빛을 발휘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포부를 통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소재 독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효성이 탄소섬유 국산화 만큼은 일궈내겠다는 포부를 내뱉은 만큼 성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21일 효성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계열사 효성첨단소재의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을 열고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국내 탄소섬유 생산량은 연간 2만4000t 규모로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2000t 규모의 1개 라인을 10개 라인까지 확대한다. 이는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이다. 현재 1차 증설 계획이 진행 중으로 오는 2020년 1월 연간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하고, 2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소재, 부품산업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 의존도가 높은 탄소섬유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국산화에 탄력을 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증설이 끝나면 효성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올해 기준 11위(2%)에서 글로벌 탑 3위(10%)로 올라서게 된다. 효성은 고용도 현재 400명 수준에서 대폭 늘어나 2028년까지 23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사는 전라북도, 전주시 등 정부∙지자체 간 ‘신규 증설 및 투자지원을 위한 투자 협약식’을 가졌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일진복합소재, KAI 등 탄소소재 관련 기업 간 공동 테스트 등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얼라이언스 MOU 체결식'을 진행했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 건축용 보강재에서부터 스포츠레저 분야,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산업에 이르기까지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꿈의 신소재'이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이지만 10배의 강도와 7배의 탄성을 갖고 있다.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이 훨씬 뛰어나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항공, 우주, 방산 등에 사용되는 소재인 만큼 전략물자로서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적인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 기술보유국이 손에 꼽을 정도다. 효성은 2011년 전라북도와 전주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과 협업을 통해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섬유인 '탄섬' 개발에 성공,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 개발이다.

탄소섬유는 수소경제 시대의 핵심소재로도 꼽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해 전·후방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수소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약 1800대 수준이던 수소차를 2022년까지 약 8만1000대, 2040년에는 약 62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차는 차량을 경량화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주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 받고 있다. 탄소섬유는 수소차 수소연료탱크의 핵심 소재로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과 수송, 이용에 반드시 필요하다. 수소연료탱크는 플라스틱 재질 원통형 용기로, 여기에 탄소섬유를 감아 강도와 안정성을 높인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일반 공기보다 수 백배의 고압에 견뎌야 하는 수소연료탱크의 핵심소재다. 2030년까지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 시장은 1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은 1966년 창업 후 '소재 한 우물'을 파며 기술 독립 외길을 걸었다. 1971년 국내 최초 민간기업 부설연구소인 효성기술연구소를 세운 이유도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효성은 1992년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고탄성 신축섬유 스판덱스를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했다. 효성의 스판덱스 원사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2000년 이후 글로벌 1위(시장 점유율 기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효성은 스판덱스 등 의류용 원사뿐 아니라 타이어코드와 에어백용 원사 등 산업용 원사 분야에서도 세계 1위다.

효성은 2000년대 초반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들었다.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선진국은 탄소섬유를 전략물자로 지정해 기술 유출을 엄격하게 통재했다. 일본의 도레이와 도호, 미쓰비시레이온 등이 세계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했다. 다들 투자를 망설일 때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지금이 투자 기회"라며 탄소섬유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를 지시했다. 철을 대체할 수 있는 탄소섬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해 가치가 무궁무진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조현준 회장은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탄소섬유 후방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수소경제로 탄소섬유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1등이 가능한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적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또 다른 소재 사업의 씨앗을 심기 위해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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