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역사에 자리잡은 애경타워. /애경그룹 제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인수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연내 매각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최대 2조원으로 추정되는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은 흐름에서 거론되던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은 점도 주판 알을 튕겨보니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4일 재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 매각을 위해 금호산업과 크레이트스위스(CS) 증권이 전날 오후 2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과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등 포함해 5곳이 제안서를 냈다. 입찰 의사를 밝힌 3곳을 제외한 2곳은 현재 비공개에 있다. 매각절차를 주관하고 있는 금호산업과 CS증권 측은 예비입찰의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새 주인은 금호산업이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잠재투자자에게 이전한다. 또 6개 자회사를 함께 인수하려면 전체 자금이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호산업과 CS 증권은 1주일 안으로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를 선정한 뒤 다음달부터 본 실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11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계 및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나 매각이 연내 성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곳의 참여로 입찰리스트를 확보하긴 했지만, 이 후보군이 정부와 채권단이 원하는 아시아나항공 통매각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 수혈 계획을 감당하기엔 역부족하다는 평가다. SK, 한화, GS 등 유력 대기업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반쪽 흥행이라고 여겨진다. 전날 입찰리스트가 밝혀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도 종가 기준 4.33% 감소한 5540원을 기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매각전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부에서 국적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대기업에 매각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여 유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의 경우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GS,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으나, 이렇다 할 진전 없이 단독으로 예비입찰에 참여하게 됐다. 인수가격을 고려할 때 애경그룹이 단독으로 인수할 여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나아항공 인수로 용산 HDC신라면세점 및 아이파크호텔, 마리나 리조트 등 보유하고 있는 면세, 레저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기존 사업 다각화 방향성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운송업 특성상 실적의 변동성이 높으며, 개발사업과 연관성도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평가에 주가 또한 하락했다. 전날 종가 기준 9.48% 감소한 3만2650원을 기록했다.
KGCI의 경우에도 사모펀드 주도의 컨소시엄이 구성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단이 원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KGCI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을 밝히진 않았지만,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항공사·물류·항공기리스·IT 등 다양한 업종의 시너지 투자자들과 함께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의 구주지분을 비싸게 매입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 입장에서 이번 인수전은 유찰 상황까지도 고려하면서 가장 합리적인 비용으로 인수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K, GS, 한화 등 대기업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관련된 사업성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경우 최근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계열사 SK텔레콤이 항공기 운항 관리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냔 의혹이 제기됐다. 한화도 사업 타당성과 매물분석, 딜(Deal) 구조 등에 대해 검토를 진행했으며, 사모펀드 운용사를 만나 협업 가능성에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GS의 경우 정유·석유화학 및 리테일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내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사업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