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화학 vs SK이노 '소송' 쟁점은 연봉 격차?

류범열 기자 ㅣ ryu4813@chosun.com
등록 2019.09.23 06:00

류범열 산업부 기자

"LG화학 직원들은 처우 뿐 아니라 조직문화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회사에 마음을 돌린 상태다"

지난해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의 말이다. 현재 두 회사 간 소송은 LG화학의 주장처럼 의도적으로 인력을 빼간 것인지 아니면 SK이노베이션의 주장대로 자발적인 이직인지가 쟁점이다. 이처럼 전기차용 배터리 인력유출을 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시발점이 연봉 격차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종 업계에서 연봉 등 처우를 비교할 수밖에 없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샐러리맨은 급여를 받자고 일을 하는 것인데, 연봉이 높은 회사로 이직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의 평균연봉은 8800만원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의 평균연봉은 1억2800만원이다. LG화학의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200만원 줄어든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700만원이 증가했다. 더욱이 두 회사 간 연봉 차이는 약 1.5배로 배터리 사업 성과급 차이까지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는 게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LG화학은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기업 중 1위 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도 4위에 달할 만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다만 직원들이 생각하는 수준은 업계 1위에 걸맞지 않은 연봉 등 처우라는 것이다. 동상이몽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직 근로자들이 매년 노사분규를 벌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LG화학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 퇴직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6년 464명에서 2017년 661명, 지난해에는 763명까지 늘었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간 직원수도 매년 증가세다. 2016년 300명이었던 퇴직자는 2017년 453명, 지난해 505명으로 늘어나 3년간 1258명에 달했다.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인원이 76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인력이 이탈한 것이다.

올해도 이직 시장에서는 LG화학 출신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은 "코콤(KOCOM) 회사의 경력직을 채용할 때 모든 지원자가 LG화학 출신이었다"며 "석유화학부문은 석유화학업계로, 전장 부문은 현대모비스, 콘티넨탈 등으로 가고 특히 작년 한화큐셀에서 경력 채용할 때는 LG화학 출신 100여명이 이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처럼 LG화학 인력 유출이 심화되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국내 배터리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또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비용도 최대 5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면서 소송이 길어질 수로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산업부 차관의 중재로 회동을 가졌지만 평행선을 그렸다. 오히려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벌어지고 있어 양사의 전쟁은 점입가경이다. 양사는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점을 찾아서 서로 회사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낭비를 하지 말아야겠다. 아울러 직원들의 냉정한 입장을 들어보고, 쟁점에 대해 면밀한 자체 조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본 시장에서 샐러리맨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자신을 더 대접해주는 곳으로 가길 원하는 자아실현의 논리를 막긴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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