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달의민족 결합심사 섣부르면 큰일난다

[류범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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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2.27 11:42 / 수정 2019.12.27 12:16

가맹점들에 대한 독점적 지위 통한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민간기업 수수료 통제 권한 없어

산업부 류범열 기자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업계 1'배달의 민족'5조 원 가까이 들여 인수하면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DH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은 사실상 독점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배달의 민족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할 것이란 합리적인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최승재)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두 기업의 결합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인 만큼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합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엄정한 심사에 나서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공정거래위에 가맹점들에 대한 독점적 지위 강화와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 수수료 등 거래조건의 일방 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 각종 불공정 행위의 위험 등을 충분히 반영해 결합 심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욱더 우려가 되는 것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18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봉진 대표에게 직접 수수료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받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인수합병을 하게 되면 초기에는 고용 보장 등을 약속하지만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박 장관의 발언은 많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우선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인 배달의 민족에게 수수료 동결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부분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 박 장관이 사기업인 배달의 민족에게 수수료 동결 등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 박 장관이 김 대표로부터 수수료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는 것은 법리상은 무리가 있지만 어찌 보면 월권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에 대해 백남 법률사무소 백재승 변호사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 박 장관이 사기업인 배달의 민족에게 수수료 동결 등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박 장관이 김 대표에게 수수료 동결을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절하지 않은 행위로 볼 수는 있을지 언정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의율하는 것은 법리상 무리"라고 말했다. 또 현재 문제의 소지가 되고 있는 독점 여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사기업을 두둔하는 '편들어 주기' 아니냐는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박 장관은 "김 대표는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어 했고, 이를 모험적 도전, 모험적 투자로 생각한다""응원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며 옹호했다. 이어 "공유경제에서 가장 큰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인구"라며 "플랫폼 경제는 글로벌화 하지 않으면 자연 도태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인 독일기업 DH가 향후 수수료 인상을 단행한다면 박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앞서 국내법으로 통제되지 않는 기업도 부지기수라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독일계 기업인 BMW의 화재 사건에서도 우리 정부는 여러번 독일기업에 농락 당하는 학습효과를 경험했다. 국토부의 수차례 자료 제출요구에도 BMW측은 몇달간 시간끌기로 일관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자료 지연·늑장 제출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차량 운행제한과 관련해서도 일반 대중에 대한 안전 확보 장치 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징벌적 배상제도 관련 제조물 책임법에 대한 특례규정도 보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지적받았다. 


박 장관과 김 대표가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이조차도 DH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속내로 5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장관이 민간기업이 이윤추구를 할 목적으로 외국계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는데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은 여러 가지 의구심을 유발시킨다는 지적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임영태 사무총장은 "배달 앱 시장 1~3위 기업이 한식구가 되면 경쟁이 사라지고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다른 회사로 운영한다고 말하지만 고객의 데이터베이스(DB)는 하나고 기업이 독과점이 되면 자기 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도 "요기요, 배달통을 거느린 DH가 배달앱 시장 1위인 배달의 민족까지 인수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셈이라며 "소상공인의 우려를 담아 합병 반대의견서를 조만간 공정위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인수 후 독과점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시물레이션을 통해 한국 소상공인들이 독일기업으로부터 수수료 독과점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결합에 대해서 심사숙고 후 결론을 내기를 바란다. 소홀히 했다간 큰 코 다칠 중대한 결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