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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방차별성 환경영향평가 조례로 물의…특정업체 독식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0.02.13 15:10

시민단체 “서울시 안일한 행정,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제한·침해"
특정 업체에게 일감몰이 정황, 특정 업체 3곳이 환경영향평가 66.2% 독식
경쟁업체들 "서울시 공무원과 특정 업체와의 친분에 대해 의심"

/서울시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이하 환경본부)가 지방차별성 조례를 만들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 포함 전국의 지방업체들은 서울시 환경본부가 대행하는 사업의 접근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법인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법에도 근거가 없는 '주소지 제한' 조항을 만들어 9여년간 운영해 물의를 빚은 것이다.

13일 환경업계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공무원과 친한 예평이앤씨 등 3개 대행업체가 서울시 환경영향평가의 절반 이상을 수행하는 사실상 독과점을 해왔다"며 "경쟁업체들은 서울시 공무원과 특정 업체와의 친분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종업계도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주소지 제한 때문에 지방 차별이 발생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기지역 업체관계자는 “특정업체로 일감이 쏠리다 보니 나머지 업체의 일감이 줄어들었다”며 “지방업체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여년간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의 주소지를 서울시로만 제한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특정 업체가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독식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인식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도 "말로만 '신고'라고 했지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되도록 조례가 악용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자유시민은 지난 4일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제대로 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놓았다. 이 성명서는 "서울시는 환경영향평가 회사가 서울에 위치해야 한다는, 유래와 이유를 알아볼 수 없는 내용의 조례를 운영해 특정 3개 업체가 서울시의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독식하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밝혔다.

자유시민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나아가 침해한 것으로 보이는 조례를 9년간 유지해 왔다"며 "고의로 소수 업체에게 업무를 독점하게 한다면 공정거래법 등을 어기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자유시민은 "명확한 범의가 없다 할지라도 제도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것이고, 직무에 대해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특정 업체에게 일감몰아주기식의 문제점을 불러일으킨 것이 지역균형발전과 글로벌 서울시를 지향하는 박원순 시장과도 대치되는 조례다.

박 시장은 최근 "CES(세계가전박람회) 참가로 서울의 유망 혁신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고 직접 글로벌 가전박람회까지 참여하고 있는 마당이다. 서울시 조례대로라면 서울시 유망기업들은 해외 공공기관 사업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는 셈이다.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서울시의 방조는, 건축 사업자가 소수 대행업체에게 업무를 쏠림으로 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빨리 마쳐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무원과 친하다고 알려진 대행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영업의 자유, 평등권,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적인 조례로, 애초에 만들면 안 됐던 것"이라며 "그런 조항이 (9년 동안) 있었던 게 말이 안된다"라고 꼬집었다.


◆경기도, 부산, 인천 등 8개 도시 주소지 제한 없어

서울시와 환경영향평가 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본부는 2009년 5월 '서울시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조례'(지금의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개정, '제11조(환경영향평가 대행자 신고)'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 제35조에 따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에 등록한 주소지가 서울시인 대행자로서 평가서 등의 작성을 대행하고자 하는 평가대행자는 대행 계약일부터 20일 이내에 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독소 조항은 2010년 7월1일자로 시행, 9년간 적용해오다 논란이 되자 2019년 1월 삭제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법에는 평가대행사와 관련해 주소지가 '우리 지자체 행정구역에 있어야 한다'고 제한을 두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주소지 제한에 관한 조항을 만들며 근거로 든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법 제35조에는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려는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술능력·시설 및 장비를 갖추어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영향평가 대행자로 등록하여야 한다"라고만 명시됐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각 지방 환경청에 대행업자로 등록만 하면 된다. 서울시를 제외하고 경기도, 강원도, 경남, 광주, 대전, 부산, 인천, 제주 등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갖춘 8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대행업체에 대해 주소지 제한을 둔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실제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수행이 특정 업체로 쏠린 것이 주소지 제한 때문이라는 국회의원들의 저적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실 '환경영향평가 사업 리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신청일 기준) 9년간 서울시에서 실시한 98건의 환경영향평가 사업 중 65건(66.2%)을 '예평이앤씨', '동해종합기술공사', '제일엔지니어링종합 건축사사무소' 등 3곳이 독식했다. 전체 환경영향평가 사업 중 예평이앤씨는 29건으로 29.59%를 차지해 1위였다. 이어 동해종합기술공사 23건(23.40%), 제일엔지니어링 13건(13.26%) 순이었다.

2015년부터 올해 12월까지 최근 5년간 수행실적을 보면 쏠림현상은 더하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실시한 52건의 환경영향평가 사업 중 40건(76.9%)을 예평이앤씨, 동해종합기술공사, 제일엔지니어링 등 3곳이 했다. 이 가운데 예평이앤씨는 가장 많은 21건(40.4%)을 수행했다.

건축업체 관계자는 “쏠림이 발생하는 뒷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업자 입장에선 환경영향평가를 빨리 마쳐야 비용이 절감되고, 그러다보니 공무원과 친분이 있다고 소문난 대행업체를 찾게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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