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경제탐사] 3월 주총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예고한 국민연금. '연금사회주의' 현실화 되나?

임상재 기자 ㅣ limsaja@chosun.com
등록 2020.02.14 16:52

[김정호의 경제탐사 주요내용 요약]


안녕하세요? 김정호의 경제탐사. 오늘은 3월로 다가온 연금 사회주의 우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연금 사회주의란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들을 장악해서 국영기업처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3월 주총부터 이런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 단초는 국민연금의 2월 7일자 공시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시 내용은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56개 상장기업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한 겁니다.


일반 투자 목적이란 기업의 배당 수준, 정관 변경, 위법 행위를 한 임원의 해임청구 같은 행위를 말합니다. 그 전까지는 단순 투자 목적이었는데요. 그냥 주가 상승와 배당 등 재무적 투자를 단순투자라고 부릅니다.


그것을 일반투자로 바꿨다는 것은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말이죠. 그런데 경영 참여라는 말은 쓰지 않은 겁니다. 여기 미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자본시장법(147조)은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 와 <단순 투자> 두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경영참여 목적의 투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공시요건을 부여합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자본시장법에 딸려있는 시행령으로 일반투자 목적이라는 것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경영참여 목적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상당 수준의 경영 참여를 하도록 길을 터 놓은 것이죠.

자본시장법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바꿔버린 겁니다. 국회의 허락도 없이 공무원들이 법률을 바꾼 셈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국민연금은 자기들이 기업경영에 관여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기업 경영 참여는 국민연금의 본분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도 잘 아는 거죠. 하지만 실제로는 관여하고 싶어 합니다.


대통령부터 그 주변 세력들도 경영에 대한 개입을 원하지요. 삼성전자니 현대차 같은 곳의 경영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싶죠. 실제로는 경영에 개입을 하면서도 경영참여나 경영권 관여 같은 말을 쓰지 않는 방법을 궁리하다 찾아낸 것이 일반 투자 목적이라는 새로운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쓰기는 일반투자목적이라고 쓰고 읽기는 경영참여 목적이라고 읽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법 개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시행령에 넣은 겁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2월 7일의 공시를 통해서 바로 그 '일반 투자 목적'이라는 이름으로 경영 참여를 하겠다고 세상에 선언한 겁니다.


공시 대상이 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56곳인데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해요. 국민연금은 거의 모든 상장 기업들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죠. 2019년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규모는 724조원인데요. 우리나라 코스피 코스닥 상장기업 시가총액 규모가 1700조원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국민연금 기금의 1/4 정도만 투자하면요 180조원이고요. 전체 상장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기업에서 최대주주 또는 2대 주주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에서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곳이 37개입니다.


삼성전자 LG 전자. 현대차, SK 하이닉스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기업을 국영기업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123조원인데요. 앞으로 200조원 정도만 국내주식 투자를 한다고 해도 거의 모든 대기업들을 다 국민연금이 접수할 수 있는 거죠. 


국민연금이 접수한다는 것은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와 민노총 등이 접수하는 거라고 보면 되죠.


다른 나라들은 사정이 어떨까요. 대부분은 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합니다.


가급적 국내기업의 주식에 투자를 많이 안합니다. 모두 공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외국 국민연금들의 주식투자에 제도에 대해서 한국경제연구원이 아일랜드 일본 노르웨이 스웨덴 등 7개 국에 대해서 조사를 햇는데요.


대부분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대주주가 되지 못하게 막는 장치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 NPRF는 회사 지배가 가능한 비중의 주식보유 금지 됩니다. 일본 GPIF 는 리스크 분산을 위해 개별기업 발행주식의 5%를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게 합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개별기업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 희박 합니다. 노르웨이 정부연금펀드는 정부 스스로 기업별 주식 보유한도를 5%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AP Fonden의 경우 국내 비상장사 주식투자는 자산의 5%, 국내 상장사는 시총의 2%가 상한입니다. 호주는 900개에 이르는 개별펀드가 투자를 하므로 기업 최대주주로 있는 경우 희박합니다.


캐나다의 경우 국내기업 주식투자 비중이 낮아 캐나다 연기금이 개별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폴란드와 프랑스는 공적기금이 국내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직접 행사를 제한합니다.


노령화가 심화되면서 연금 기금의 액수가 커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2019년말 720조지만 2030년이 되면 170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것이 연금 사회주의의 종자돈이 되게 하면 안됩니다. 따라서 가급적 외국으로 투자처를 전환해야 합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는 가급적 의결권 행사를 자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동안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비교적 조심스럽게 투자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그 분위기가 바뀔 것 같습니다. 매우 공격적으로 경영개입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그나마 멀쩡한 대기업들도 모두 공기업처럼 돼서 경쟁력이 추락할 것입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국민이 직접 나서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김정호의 경제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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