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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협받는 항공업계…월급 반납, 사직·운항중단까지 '고사위기'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0.02.25 14:17

보이콧저팬·코로나 등 잇따른 악재에 영업손실 커져
이스타항공 2월 임직원 급여 40%만 지급, 에어부산 전 임직원‘일괄 사직’

에어부산은 대표이사 이하 전 임직원이 24일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는 고강도 비상경영에 들어갔다./에어부산 제공.


항공업계가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과 미·중 무역분쟁, 홍콩사태 등 악재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으로 수천억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급여를 일부만 받는 등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항공사들은 무급휴가와 임급 일부 반납 등 위기경영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부도 위기에 처해 인수합병을 모색하는 등 국내 항공업계가 최대 위기에 처했다.

우선 급한대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요 중단거리 노선을 중단하는 등 비용절감에 들어가면서 버티기 작전을 펼치지만 이마저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이달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한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이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 "최소한의 회사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오늘 지급키로 했던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추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올해 1월 말 부터 급속히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는 정상 회복에 매진 중인 회사를 다시 한 번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전했다.

에어부산도 대표이사 이하 전 임직원이 24일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급여 20~30%를 반납하기로 지난주 결정한데 이어 이번 사직서 제출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영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각 부서장도 임금 10% 반납에 동참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직원들 역시 3월부터 전 직원 무급 희망휴직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아시아나 계열사인 에어서울도 다음 달 한 달 동안 전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전 노선 운항 중단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3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늘어났다. 당기순손실은 6727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일본 노선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여객수요 전반이 위축돼 국내 항공업계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실적을 발표한 업계 1위 대한항공도 작년 영업이익이 2910억원으로 전년 대비 56.4% 줄었다. 순손실 규모는 2018년 1070억원에서 2019년 5710억원으로 4640억원 뛰었다.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각각 490억원, 1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적자전환했다.

진에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822억원, 영업손실은 604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4분기 잠정 영업손실은 부정적인 영업환경이 이어지며 전분기 영업손실(131억원) 대비 4배 이상 확대됐다.

티웨이항공의 당기순손실은 433억19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저비용 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은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기준 첫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작년 연간 영업손실 329억원을, 에어부산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의 잇다른 적자 전환은 일본 불매 운동과 홍콩사태 등으로 단거리 노선이 부진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물 부문 역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교역량이 줄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국제선 노선 중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던 LCC들은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운항을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는 항공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해에는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줄어든 여객 수요와 항공 화물 부진을 겪었다. 올해는 완화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지난달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새로운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일본 여객 수요 감소에 대응해 중화권 노선을 확대했지만, 신종 코로나로 중국 노선이 잇달아 감편과 중단에 들어가는 등 위기는 더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월 초 59개 노선 주당 540여회였던 운행 횟수가 이번주엔 26개 노선 160차례로 70%나 줄었고,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로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3000원대까지 떨어진 김포발 제주행 편도 항공요금도 등장했다.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은 25만8000명을 밑돌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정도 감소했다.

대형사들은 유럽 등 대체 노선을 마련하는 등 복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한계가 명확하고, 수요가 단기간에 살아나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이에 저가항공 1위인 제주항공은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3∼6월 사이에 15일 이상 무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희망자에 한해 해당 기간에 근로시간 단축(하루 4시간), 주당 근로일 단축(2∼4일 근무) 등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임원들의 급여도 30%를 반납하는 등 초강수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저가항공사로도 전파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중국 취항을 계획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꺾여도 여행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취항 조정 등 정부당국과 업계의 위기탈출 노력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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