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신동빈의 뉴롯데…전 계열사 실적 부진·호텔롯데 상장도 '먹구름'

[정문경 기자]
jmk@chosun.com
등록 2020.05.19 18:00

롯데케미칼 860억원 영업손실,롯데쇼핑 영업이익 전년비 74.6% 감소
야심차게 추진한 '롯데온' 출시 초부터 접속 오류 등 초기 소비자 이탈
호텔롯데 영업손실 791억원, 실적 개선도 불투명, 상장 빨라야 내년 전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뉴 롯데'를 완성하기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남은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이 실적 악화와 코로나 사태까지 덮치면서 불투명해졌다. 당초 호텔롯데 상장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하고, 뉴 롯데를 속도내서 구축할 전망이었지만, 이 같은 계획들이 코로나로 제동이 걸렸다.

19일 업계에 롯데 등에 따르면 60여일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신동빈 회장은 전날 국내 경영 현장에 복귀해 각 부문 BU장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각 부문 상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회장은 부친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49재를 치른 후인 지난 3월 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 회장은 '뉴 롯데' 구상을 하루 빨리 실현해 그룹의 총수로써 위상을 공고히 하고 싶지만 코로나 위기와 맞물려 급변하는 그룹의 경영환경 탓에 대응전략 마련에 온 신경을 집중할 전망이다. 면세점이 전면 스톱된 상태이고, 호텔 또한 상장을 추진 한다고해도 시기상 신 회장의 계획대로 진행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뉴 롯데의 시작으로 공정거래법 금산분리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 금융계열사 매각과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왔다. 지난 2년간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케미칼 등 롯데의 금융계열사 매각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호텔롯데의 경우 연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면세점과 백화점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로 기업 가치가 상당히 하락하면서 연내 상장을 시도 한다고해도 계획대로 성원될지 불투명하다.

이에 더해 롯데의 주력사업으로 떠오른 화학부문인 롯데케미칼도 지난 1분기에만 8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실적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폭락한데 더해 국제 정세도 불투명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롯데그룹은 올해 1분기 유통, 호텔, 면세점사업 등 주력사업에 뼈아픈 성적표를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온라인사업에 밀려 마트 등의 실적도 지지부진해왔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연결 기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5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53억 원 보다 무려 74.6%나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 1분기 영업이익은 2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1588억 원과 비교해 82.1%로 급락했다.

호텔롯데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5%나 감소한 1조874억 원에 머물렀다. 영업손실은 791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면세사업 부진 영향이다. 롯데면세점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5% 가량 감소한 8726억6000만원, 영업이익은 고작 42억 원에 그쳤다. 작년 1분기에 영업이익이 1000억원의 10분에 1도 안되는 금액이다.

호텔 사업도 심각하다. 객실 점유율은 10%도 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543억6000만원에 머물렀고, 적자 폭이 더 커져 63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관광객 유치가 관건인 롯데월드도 지난 1분기에 166억8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리조트 사업부는 28억7700만 원의 영업 손실을 보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호텔롯데의 무리한 상장을 시도해도 잔치를 벌일지, 초라한 성적을 거둘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상장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 핵심계열사들의 초라한 성적을 인식한 듯 신 회장은 늦었지만 빠른 손절에 나섰다. 일본 체류 당시 국내 200여 개 롯데쇼핑 관련 매장을 구조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미 경쟁사인 이마트는 더 발 빠르게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빠른 대처라는 평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내 백화점 5개, 대형마트 16개, 슈퍼 74개, 롭스 25개 등 120개 매장을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뒤늦게 경쟁사인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계열사 통합 쇼핑플랫폼인 ‘쓱닷컴’과 유사한 플랫폼인 롯데그룹의 온라인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린다.

쿠팡, 11번가, 지마켓 등 온라인쇼핑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이커머스업체와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가 SSG(쓱)을 필두로한 앞선 진입으로 시장은 출혈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후발주자로서 롯데온은 시작하자마자 접속장애 등을 일으키면서 초기 소비자 시선 사로잡기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온라인 시장이 플랫폼 안정성은 재방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경쟁력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온라인 강자 이베이 등에 밀린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늦게라도 온라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점에서는 호재이지만, 지마켓, 옥션, 11번가, 쿠팡, 티몬, 위메프 등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 나홀로 ‘장및빛 전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