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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미도 "'슬의생'은 39살에 찾아온 기적…제 모든 운 쏟아부은 것 같아요"

이우정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0.05.29 08:00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관객을 사로잡았던 전미도가 이젠 시청자까지 매료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종영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전미도를 만났다.

전미도는 공연 무대 경험만 14년 차인 베테랑 배우다. 그가 매체 연기를 시작한 건 2018년 tvN 드라마 '마더'부터다. 나름의 인지도를 가진 뮤지컬계를 두고 드라마에 도전한 전미도는 새로움을 갈망하는 천상 배우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미도 인터뷰 /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전미도는 "공연을 14년 정도 했는데, 그렇게 하면서 어떤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편인데, 공연을 오래 하다 보니 제 연기가 어느 선까지 한정적이게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전미도는 익숙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필드를 벗어나 신인의 자세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단계를 가고 싶었어요. 질책을 받거나 욕을 먹더라도 그러고 싶었어요. '마더'를 잠깐 하게 되고, 영화 '변신'이라는 작품에 참여하면서 '나는 진짜 안되겠다'고 좌절하기도 했죠"라며 웃어 보였다.

"카메라 앞에 처음 섰을 땐 굉장히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어색했어요"라고 운을 뗀 전미도는 "다행히 '슬기로운 의사생활'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제가 부담스럽지 않게, 긴장을 하지 않게 애써주시는 게 느껴질 정도로 신경 써주셨어요. 덕분에 그런 부분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매체 연기 경험도 적은 데다 주연까지 맡은 전미도는 무대와 차별화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야 했다.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의 톤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했다. 크고 작은 공연장을 모두 경험했고, 뮤지컬뿐 아니라 연극도 겪은 전미도는 스스로를 '뮤지컬 발성만 가진 배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르와 필드를 막론하고 배우로서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무래도 무대 느낌을 덜어내려고 많이 노력했죠. 신원호 감독님과 여러 번 만나서 리딩 연습을 계속했어요"라고 모범적인 답을 내놨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급으로 출연, 짧은 호흡의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를 이끌게 됐다. 이번 연기를 통해 얻은 성과를 묻자, 전미도는 "무대 연기는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해요.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는 그런 힘이 많이 빠지는 것 같아요"라며 "공연은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걸 가지고 똑같이 하면 되는데, 드라마는 각자가 준비해온 걸 즉석에서 맞춰야 했어요. 순발력과 유연성이 필요했죠. 그런 면들을 겪으니 정말 정글에 던져진 것 같더라고요"라고 회상했다.
극 중 전미도가 연기한 '채송화'는 신경외과 교수인 데다 병원 내에서도 인망이 높은 인물이다. 디스크를 앓고 있으면서도 열 시간이 넘는 수술도 정신력으로 버텨내는 강철 멘탈을 가졌다. 뇌를 다뤄야 하기에 예민할 법도 하지만,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환자들에게 정을 쏟는다.

처음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을 봤을 때는 주인공인줄도 몰랐다고 말한 전미도는 "1차 오디션을 보도 몇 달 뒤에 2차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그때서야 '아, 조금 비중 있는 역할인가' 싶었어요"라며 "감독님과 작가님이 '채송화' 역할을 설명해주셨을 때 굉장히 차분하고 이성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애가 있다고 하셨어요. 차분하다는 것 때문에 성격이 눌려 있을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조금씩 변주를 줘야 해서 (연기하기에) 까다롭기도 했죠"라며 캐스팅 당시를 전했다.

그는 "사실 그런 면이 잘 드러나게 작가님이 잘 써주신 게 전부에요. 저는 의사로서 전문적인 모습을 부각하면 좋겠다는 마음, 의사가 아닐 때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라고 연기적 주안점을 밝혔다.

'채송화'를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은 어땠을까. 전미도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3부까지 대본이 나왔는데, 이것만 봐도 채송화가 너무 멋지더라고요. 너무 좋은 사람인데 제가 이걸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라며 "음치 콘셉트도 있고, 막 식탐이 많다든지 하는 엉뚱한 면들이 있어서 그나마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나 싶어요. '저런 사람이 어딨어?'라고 느끼실까 봐 반대적인 면모를 살리려고 노력했죠"라고 말했다.
이날 전미도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고야 마는 성격으로 '야망뱁새'라는 별명을 얻은 송화. 과연 시즌1 후반부에 입질을 시작한 송화-익준(조정석)-치홍(김준한)의 삼각 러브라인 향방이 궁금했다. 전미도는 "송화가 익준이와 치홍이 사이에서 어떤 마음인지 저도 궁금해요"라며 "대본상에는 송화의 첫사랑이 누구인지에 대한 언질이 없어요. 단지 익준이가 기타치는 모습을 보고 잠깐 반했을 뿐이라고는 나오지만 그렇다고 첫사랑인지 아닌지는 저도 몰라요"라며 시청자가 된 듯 궁금증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새 러브라인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 그는 "시즌2가 어떨지 전혀 모르지만, 새로운 사람이 나온다면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 선배님과 연기한 '김윤기' 선생님이 정신과 선생님으로 들어오시면 좋겠어요"라고 이무생을 향한 팬심을 전했다.

다음 시즌에서는 어떤 '채송화'를 보여줄지 묻자 전미도는 "송화가 속내를 드러내는 신이 유독 없었어요. 환자들을 대하는 모습, 친구들을 대하는 모습이지, 개인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 그런 신들이 (다음 시즌에) 많이 생기면 훨씬 더 송화라는 인물을 깊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식으로 좀 더 인물을 밀도 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라고 말했다.
전미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대중적 인지도도 얻었다. 그의 배우 생활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지 궁금했다. 잠시 고민한 전미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나에게 39살에 찾아온 기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저는 배우로서 공연할 때도 운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이 드라마를 만나면서 정말 천운이라고 생각했죠"라며 "제 나이에 이런 기회가 오는 게 쉽지 않고, (드라마) 경험이 별로 없는 저에게 이런 큰 역할이 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런 좋은 멤버들, 이런 좋은 환경을 만나다니 제 인생의 모든 운을 쏟아부은 것 아닌가 싶어요"라고 감개무량한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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