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향해 순항하는 구광모호 2년, 젊은 감각으로 형식보단 실용 추구

[정문경 기자]
jmk@chosun.com
등록 2020.06.29 17:40

전 계열사 디지털 전환 가속도…격식 깬 조직 문화
선택과 집중' 통한 성장동력 발굴∙육성 추진
미래사업 먹거리 찾아 전격적인 세대교체로 변화에 발빠른 대처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이면 취임 만 2년을 맞는다.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취임 2년간 짧지만 큰 변화의 행보를 보였고, 올해 취임 3년차에 접어든 구 회장은 ▲고객가치 ▲미래준비 ▲실용주의 등 3대 키워드를 기반으로 '뉴 LG'를 향한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최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과 미래사업 육성을 위한 실탄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구 회장은 고객의 관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자는 의미의 '고객 가치' 실천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회의체나 모임 등을 간소화하고 보고 및 회의 문화를 개선하는 등 실용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구 회장은 회장이라는 칭호도 부담스럽다고 임원들에게 지주사 대표로 불러달라고 한 대목만 봐도 그의 실용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의사소통 과정을 간소하게 하는 등 실용성을 극대화 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는 대표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 "어려울수록‘고객가치’에 집중해 새로운 기회 포착"

구 회장은 코로나가 국내외에 한창 확산되던 지난 4월 초 사장단에게 메일을 보내 LG만의 고객을 향한 기본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 데 이어 4월 말 계열사 CEO 등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주재해, 고객가치 실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등 변화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달라질 미래 환경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지난 2월에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디자인이야말로 고객 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임을 당부하며 디자인을 통한 고객감동의 품격을 높이는 방안을 듣고 논의했다. 그 결과로 LG전자는 최근 일체형 세탁건조기 ‘트롬 워시타워’, 약 20mm 두께의 벽밀착 TV ‘올레드 갤러리 TV’ 등 가전제품에서의 디자인 명작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5월에는 서울 마곡에 위치한 R&D 허브인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디지털 전환과 AI와 같은 혁신 기술을 앞서 준비해 미래 기회를 선점하자고 강조했다. 최근 LG는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계열사 IT시스템을 올해 50% 이상, 2023년까지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주요 소프트웨어 표준화, 업무지원로봇과 언어 자동번역 시스템 도입, 전담 조직 구축 등을 통해 제품, 서비스, 생산 등 경영활동과 업무 방식 전반에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제공


◆ '선택과 집중' 통한 성장동력 발굴∙육성을 추진

구광모 ㈜LG 대표 취임 이후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장동력 발굴∙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미래 성장 사업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1분기 중국 CATL, 일본의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GM과 1조원씩 출자해 ‘얼티엄 셀즈’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의 방송·통신 융복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을 출범해 방송통신 융복합을 주도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 4월 맥쿼리그룹이 지분 35%를 약 1조원에 인수 완료하면서 일감몰아주기 우려를 해소하고 맥쿼리그룹이 가진 글로벌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신사업 영역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대형 OLED 패널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한다. 2023년까지 중국 광저우 신규 패널 공장과 파주 추가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연간 1000만대분의 TV용 OLED 패널 생산으로 OLED 대세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 밖에 LG전자가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 인수, LG화학이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LG생활건강이 미국 뉴에이본, 일본 에바메루 인수, 유럽 피지오겔의 지역 사업권 인수 등 성장사업 M&A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 벤처 캐피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8년 출범 이후 그룹의 미래 준비 차원에서 신기술 및 역량 확보를 위해 현재까지 AI, 로봇, 자율주행 등 18곳의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에 약 46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LG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고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 등 선제 대응 필요성이 확대되며, 올해 2월 LG전자, LG화학, LG상사가 가지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해 약 1조 3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LG전자가 연료전지 사업 청산 및 수처리 사업을 매각했고, LG화학이 LCD편광판 사업 매각,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매각 등 비핵심 사업∙영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조정을 진행했다.

구 대표는 취임 후 2번의 정기인사에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세대교체, 외부인재 영입 등을 추진했으며, 특히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취임 이후 LG그룹의 모태인 LG화학의 CEO로 1947년 창립 이래 첫 외부 인사인 신학철 3M 부회장을 선임하는 등 외부 인재를 수혈한 것을 포함해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16명을 신규 선임했으며, 2018년 134명의 역대 최대 신규임원을 선임한 데 이어 지난해 106명을 대거 발탁했다.

◆‘실용주의’ 기업문화 정착

구 대표 취임 이후 시무식 등 모임과 회의체가 축소되거나 형식이 많이 바뀌었다.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구 대표의 실용주의 경영기조 때문이다. 이는 고객과 LG의 성장을 위해 과거의 방식이 아닌 진정 가치 있는 일에 역량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그룹 시무식은 처음으로 LG트윈타원가 아닌 LG사이언스파크에서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수 백명이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 대신 신년 메시지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25만 글로벌 임직원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2018년 말부터 대부분 계열사가 자율복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던 ‘사업보고회’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따라 수시로 전략방향을 논의함에 따라 올해부터 하반기 한차례 진행하기로 했으며, 보고가 아닌 토론 형식으로 격식 없는 소통을 이끌었다.

400여명이 한꺼번에 모여 분기별로 개최하던 임원세미나도 ‘LG포럼’이라는 100명 미만 규모의 월례 포럼 형식으로 바꿔 임직원 간 자유로운 스터디와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