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 생산라인에서 LG화학 직원들이 배터리 셀을 확인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급속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이자 동력원인 배터리 산업은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 꼽히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 중이다. 이 시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급성장으로 인해 더욱 더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은 한국의 배터리 생산 기술을 높이 평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에 주목하고 있다. 급격한 성장과 동시에 글로벌 업체간의 패권 다툼도 더 가열되는 형국이다.
최근 몇 년 새 전기차와 배터리 성장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14일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400만대, 배터리 시장 규모는 약 2000억달러(232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30% 가까이 성장해 전기차 판매량 500만대, 배터리 시장 규모는 2500억달러(290조7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5.6%로 작년 동기(15.9%)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7월까지 누적 13.4GWh로 작년 동기보다 무려 97.4% 성장했다.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은 중국 CATL의 추격을 뿌리치고 25.1%의 누적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지켰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6.4%, 4.1%의 점유율로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양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작년 동기대비 52.6%, 86.5% 증가한 것이다.
2위인 중국의 CATL(점유율 23.8%)과 3위인 일본의 파나소닉(18.9%)은 코로나에 따른 전기차 수요 감소로 작년보다 성장률이 25.5%, 30.9% 각각 감소했다.
LG화학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유럽 전기차 판매량 증가로 분석된다. 3사가 공통적으로 배터리를 납품하는 테슬라 성과를 제외하면 차이는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서 나타난다. CATL과 파나소닉은 각각 중국 전기차, 파나소닉을 등에 업은 대신 유럽 고객사는 미미하다. 실제로 CATL은 중국 전기차 판매량에 비례해 배터리 점유율 등락을 보이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전기차 1위인 미국 테슬라를 비롯해 폴크스바겐·현대자동차·BMW·제너럴모터스(GM)·벤츠·포르쉐·포드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또한 제 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루시드 모터스의 첫 전기차 루시드에어에도 LG화학의 배터리가 독점 공급된다. LG화학은 루시드 모터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기존 파우치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EV(71kWh), 포드 쿠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BMW 330e 등,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니로 EV, 소울 부스터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용량이 급증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서 배터리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빅뱅' 본격화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국가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유럽시장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기업이 주로 공급하고 있고 CATL은 중국 내수 시장에, 파나소닉은 테슬라를 중심으로 집중하고 있어 각국의 현재 주 타겟은 다르다.
현재 전기차시장 성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중국의 비중(누적판매 기준)도 2013년 8.3%에서 2018년 45.0%로 확대됐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2%다. 자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힙입어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도 고속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축소하고 완성차 업체의 신에너지차량 의무생산비율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하는 추세다.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배터리 보조금을 2021년 전면 폐지하기로 하고 단계적 축소를 시작했다. 수요 촉진 정책에서 공급 경쟁력 강화로 정책 방향이 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향후 중국 내 전기차 수요 성장 속도는 이전보다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배터리 업체는 해외로 판도를 더 적극적으로 넓힐 전망이다. 특히 제2, 제3의 시장인 미국와 유럽지역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와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쩡위친 CATL 회장은 한 컨퍼런스에서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으로 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 규모가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며 "더 적극적으로 유럽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CATL은 글로벌 진출 가속을 위해 3조원이 넘는 투자도 단행한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의 공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미국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자국 기업인 도요타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지난 4월 설립했다. 합작사 설립 이전에도 하이브리드카 배터리 생산기업에 공동출자 하는 등 자동차 배터리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직접 2차전지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스웨덴의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는 최근 배터리 공장 증설 및 연구·개발(R&D)을 위해 최근 16억 달러(약 1조9081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폴크스바겐과 BMW도 이 회사에 자금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최근 BMW와 20억 유로(2조8152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한 독일 배터리 업체인 바르타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진출을 천명하고 독일 정부 등으로부터 3억 유로(약 4223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 가운데 최근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3사 수장과 연쇄 회동을 하며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에 나섰다. 3사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은 불가피 하겠지만 현대차그룹과 각 배터리 업체 간 협업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코리안 어벤저스' 동맹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 빅뱅이 시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