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안 쉬어져요"…'가방 살해 사건'과 '평택 원영이 사건'의 닮은점

[권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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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17 10:50

계모에 의한 의붓아들 학대행위 끝 사망

'천안 가방 살해 사건'의 계모 성모씨(왼쪽)와 '평택 원영이 사건' 계모 김모씨 모습/권혁민 기자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가둬 살해한 '천안 가방 살해 사건'은 4년전 7살 아이를 한겨울 화장실에 가둬 맨살에 락스를 들이붓는 등 상상을 초월한 학대행위를 가한 '평택 원영이 사건'과 너무 흡사하다.

두 사건 모두 계모에 의한 의붓아들 학대행위며, 학대로 인해 생을 마감한 두 피해 아동은 10살의 나이도 채우지 못했다.

두 피해 아동이 마지막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둡고 캄캄한 공간이었다.

가방 살해 사건의 피해 아동은 가로 44㎝·세로 60㎝·너비 23㎝의 여행가방 안에서, 원영이는 한 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가로 174㎝·세로 189㎝의 화장실에서 꽃다운 청춘을 피워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다.

가방 살해 사건의 피해 아동 정모군(9)은 지난 6월1일 충남 천안시 소재 주거지에서 무려 7시간을 여행용 가방에 갖혀 고통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계모 성모씨(41)는 양육문제로 동거남 정모씨(40대)와의 갈등이 심화되던 중 정군에게 여행용 가방(가로 50㎝·세로 71.5㎝·너비 30㎝)에 들어가라고 시켰다.

키 132㎝(몸무게 23kg)의 정군은 웅크린 자세로 가방에 들어갔고, 성씨는 지퍼를 잠갔다.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군은 가방 안에 갇혔다. 이 사이 정군은 가방 안에서 소변을 봤고, 성씨는 정군이 '반항하고 있다'고 여겨 오후 3시30분께 가로 44㎝·세로 60㎝·너비 23㎝의 더 작은 여행용 가방에 정군을 가뒀다.

이미 3시간 이상 밀폐된 가방 안에서 웅크린 자세로 있으면서 땀과 소변으로 온 몸이 젖고 기력이 약해져 있는 정군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에요, 아니에요"가 전부였다.

더 작은 가방 안에서 얼굴과 목 부위를 숙이고 온 몸을 웅크린 자세로 있어 숨 쉬기가 어려워진 정군은 성씨에게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말했다.

가방이 얼마나 작았으면 박음질 부분의 지퍼가 뜯어졌고, 성씨는 가방을 완전히 밀폐시키기 위해 뜯어진 지퍼 끝 부분에 테이프를 붙였다.

오후 6시께 정군은 가방의 뜯어진 부분을 통해 손을 내밀었고, 정군의 마지막 저항에 성씨는 당시 73kg의 체중으로 가방 위에 앉았다가 올라가 뛰거나 밟았다.

정군이 호흡곤란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뱉은 외마디 한 말은 "숨…"이었다.

그날 저녁 7시께 가방 속 정군은 아무 미동도 없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정군은 이틀 후 3일 오후 6시30분께 숨졌다. 사인은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관에 안치된 신원영군의 유골함 모습/권혁민 기자

4년전 평택 원영이 사건 역시 이와 유사하다.

2015년 11월~2016년 2월 계모 김모씨(당시 38)는 의붓아들 신원영군(당시 7)을 난방이 되지 않는 화장실에 가둔 채 굶기며 손과 발, 플라스틱 막대 등으로 때리고 원영군의 전신에 락스를 붓는 등 학대·방치했다.

이 기간 김씨는 원영군에게 하루 한 끼의 밥을 주며 수시로 때리고 신군이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몸에 락스를 뿌렸다. 한 겨울에 찬물을 끼얹은 뒤 20여시간 방치된 원영군을 결국 숨졌다.

원영군은 2016년 1월의 마지막날과 2월의 첫날 사이 추위와 굶주림, 락스로 인한 화학적 화상 등의 고통 속에 숨졌다. 사인은 신체 내외부 출혈, 영양실조와 저체온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원영군이 죽음을 맞이할 당시 친부이자 남편 신모씨(당시 38)와 함께 족발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고 모바일게임을 즐겼다.

김씨와 신씨는 원영군의 시신을 이불로 싸서 10일간 베란다에 보관하다 평택 청북면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법원은 성씨에게 징역 22년을, 김씨에께 징역 20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