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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 잠시 안녕'…추석 앞둔 전통시장 모처럼 '시끌벅적'

권혁민 기자 ㅣ hm0712@chosun.com
등록 2020.09.23 14:32 / 수정 2020.09.23 15:23

수원 못골시장·지동시장 활기, 상인들은 미소띈 얼굴로 손님 맞이

23일 낮 추석을 맞아 장을 보기 위해 수원 못골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모습/권혁민 기자

"동태포 가져가세요. 3개 사세요. 3개 사야 더 쌉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일주일 앞둔 23일 정오께 경기 수원에 위치한 못골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맞았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 직격탄을 맞았지만 명절을 앞둔 이번주 들어서부터 몰려오는 손님들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생선가게 주인은 동태포를 사러 온 손님에게 "1팩은 4000원, 2팩은 7000원, 3팩은 1만원입니다. 3팩 가져가세요. 그래야 더 쌉니다"라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시선은 매장을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좋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유심히 살펴보는 손님과 그런 손님을 한명이라도 더 받으려는 상인들로 시장 안은 시끌벅적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과 상인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전통시장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최근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곳곳에서 '웃음'과 '미소'가 보였다.

김과 멸치 등을 판매하는 건어물 가게 70대 여주인은 "올 여름은 비도 많이 오고해서 습한 날씨 탓에 김이 눅눅해져 많이 버렸다"며 "그래도 이번주 들어서부터 손님들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민 기자

추석에 빠질 수 없는 송편. 알록달록 오색빛깔을 띤 송편 겉면은 먹음직스럽게 기름칠이 돼 있다. 

1팩에 5000원, 1만원 두 종류로 놓여진 송편에 손님들의 시선이 모였다. 주인은 연신 송편을 버무리며 손님들에게 "저희 집 떡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바로 옆 과일가게 진열대에는 사과와 배, 곶감 등이 보기 좋게 놓여 있는 것과 달리 여주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여주인은 "사과값이 작년에 비해 두 배 올랐다"며 "올해는 긴장마와 태풍으로 물건이 좋지 않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이어 "명절 이동 자제 등으로 선물 세트도 안팔린다"고 하소연했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시장에 풍기자 손님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전집에 옹기종기 모였다. 주인은 "우리집 전은 종류별로 다 잘나가요"라며 "코로나19로 어디 저희집만 어렵나요…"라며 손님맞이에 나섰다. 

/권혁민 기자

생선가게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20마리에 1만원, 1만5000원, 2만원으로 놓여진 조기에 주부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조기는 다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였지만, 주부들은 저마다 본인이 찜한 조기를 혹 다른 사람이 채갈까 서둘러 지갑을 열었다.

만두와 찐빵을 파는 가게에는 포장 손님들이 이따금씩 찾아왔다.

이곳에서 40년을 장사한 여주인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6개의 테이블이 꽉 찼죠. 그런데 요즘은 손님들이 들어오질 않아요"라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포장 손님들은 꾸준히 찾아 와요"라고 말했다.

못골시장과 인접해 있는 지동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정육점 가게 여주인은 고기를 썰며 "고기 가져가세요. 오늘 LA갈비 좋아요"라며 외치듯 손님들에게 말을 건넸다.

주인은 "손님은 많이 오는데 사가는 사람은 많지 않네요"라며 "전통시장 주 고객이 어르신들인데 자식들이 코로나19로 나가지 말라고 해서… 매년 20%씩 매출이 준다고 보면 돼요"라고 푸념했다.

한 상인은 "요즘은 새벽배송 등으로 인해 전통시장에 젊은 손님은 아예 없다"면서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손님들로 힘을 내고 있다"고 미소띈 얼굴로 손님을 맞았다.

/권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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