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정유사③태양광에서 탄소저감 사업까지…친환경에너지 기업 '환골탈태'

[류범열 기자]
ryu4813@chosun.com
등록 2020.10.16 17:56

SK이노, '그린 밸런스 2030'로 딥체인지 추진…김준 사장 "친환경 기업 변신못하면 생존 못해"
현대오일뱅크, 탄소 배출 70% 수준으로 줄이는 '탄소 중립 그린 성장’ 추진
에쓰오일, '탄소 경영 시스템' 도입…친환경 연료 직도입도

'그린 밸런스 2030'을 강조하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SK이노베이션 제공


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석유 대신 태양광에서부터 탄소배출 저감을 통한 신사업까지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환경 부정 영향을 '제로'로 떨어뜨리는 ‘그린 밸런스 2030'을 내걸고 딥체인지를 추진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친환경 가치를 지켜나가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새 경영목표로 '그린 밸런스 2030'을 내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친환경 사업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 생산부터 수리, 재활용까지 생각하는 가치 사슬을 만들어 전기 운송수단(e-Mobility) 솔루션 제공자로 성장해 나가겠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과 연계해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통해 친환경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와 맺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 협력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친환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이번 협력관계를 통해 ▲재활용에서 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 및 소재 공급 안정성 강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전기차와 배터리 재사용을 연계한 최적 설계와 이를 통한 부가가치 최대화 등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뿐 아니라 정유·에너지 부문에서도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회사 SK에너지는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 사업을 선택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말부터 경상남도 창원시에 위치한 SK내트럭하우스 부산 신항 사업소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본격 가동했다. SK에너지는 작년 7월부터 부지 넓이 5만㎡에 달하는 부산 신항 사업소의 화물차 주차면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해왔다. 주차면을 활용한 것은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면적을 최대로 확보해 발전용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부산 신항 사업소 한 곳에서만 995.4kwh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확보했다. 발전용량 3kwh 수준인 주택용 태양광 발전시설과 비교하면 300배가 넘는 규모다.

또 올해 4월 SK에너지는 친환경 탈황설비 양산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SK종합화학도 2025년까지 친환경 제품 비중을 현재의 20%에서 7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VLSFO 공정 전경/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탄소배출 제로화를 통해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을 선언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현재의 70%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탄소 중립 그린 성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78만t에 달했던 탄소배출량을 2050년 499만t으로 줄일 예정이다. 목표 저감량 179만t은 소나무 1270만그루를 새로 심어야 정화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목표의 상당부분은 관련 신사업 진출로 달성하기로 하고 미래 성장동력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정유, 석유화학사 중 일반적인 탄소중립 성장 대신 미래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연구기관, 협력 업체와 공동 연구를 통해 공장 가동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과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탄산칼슘은 시멘트 등 건설자재와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메탄올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와 플라스틱, 고무, 각종 산업기자재를 만드는 데 쓰인다.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하반기부터 이들 기술을 순차적으로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한 예상 감축량은 연간 54만t 수준이다. 상용화가 완료되는 2030년부터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개선효과도 기대된다.

공장 운영도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24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3기의 중유보일러를 LNG보일러로 교체한다. 한전 등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도 2050년까지 전량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해 연간 총 108만t의 탄소배출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은 '탄소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찌감치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왔다. 시스템 및 공정 도입은 물론이고 친환경 연료 직도입도 실시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IT 기반의 탄소인벤토리 시스템으로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모든 온실가스를 파악하고 기록한다. 단순히 탄소 배출량만을 알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감축 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토대로도 활용한다.

연료에도 탄소 경영을 적용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사와 2033년까지 연간 70만톤의 LNG를 구매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직도입으로 탄소 저감 지속성을 담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코로나 등으로 석유산업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한계에 달했다"며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은 이미지를 넘어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