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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별세]양보다 '질' 강조 "마누라·자식빼고 다 바꿔라"…'사업보국(事業報國)' 실천"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0.10.25 11:11

이건희 회장, 패스트 팔로워 전략 통해 삼성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
신(新) 경영 선언 통해 반도체 등 신수종 사업 세계 초일류로 키운 성과

한국경제 성장의 역사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조선DB

한국 재계 서열 1위 기업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일궈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2014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5개월만이고, 그의 나이 향년 향년 78세이다.

 

이건희 회장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파란만장했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했던 1987년 당시 1조원이던 시가총액을 2012390조원대로 40배나 성장시켰고 총자산 500조원대로 성장 시키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건희 회장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

 

198711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가 타계하면서 그의 셋째 아들이 2대 회장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 시대의 개막이었다. 이건희 회장 취임 후에도 삼성의 외형적 성장은 계속됐다. 하지만 주력회사인 삼성전자가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3취급을 받고 있었고, ''보다 '외형'을 중시하는 관습에 빠져있었다.

 

삼성 경영진은 전년에 비해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판매했는지 양적 목표에만 집중했다. 부가가치나 시너지, 장기적인 생존전략과 같은 요소는 소홀하게 취급했다.

 

이 회장은 19932월 전자 관계사 주요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LA에서 전자부문 수출 상품 현지비교 평가회의를 개최했다. 그는 현지 매장의 한쪽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놓여있는 삼성 제품들을 살펴본 뒤 "먼지 구덩이에 처박힌 것에다가 왜 삼성이라는 이름을 쓰는가. 이는 주주, 종업원, 국민, 나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통탄했다

 

결국 199367일 임원과 해외주재원 등 200여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켐핀스키 호텔에 불러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삼성그룹 '()경영'을 선언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라는 그의 유명한 발언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이건희 회장이 외친 신경영은 양 위주의 외형만 강조하는 경영 관습을 타파하고, 질을 중점적으로 챙기는 새로운 경영구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도 불린다.

 

이후 이건희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신경영 문화를 삼성에 뿌리내리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과정에서 삼성 임직원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가하는 일들도 종종 시도했다. '라인스톱제', '휴대폰 화형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인스톱제란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다음 재가동함으로써 문제 재발을 방지하는 제도다. 라인스톱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세탁기 생산라인이었고, 이후 모든 전자 관계사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전자제품의 경우 1993년의 불량률이 전년도에 비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줄어들었다.

 

19953월에 있었던 불량 무선전화기 화형식은 품질 사고 대책의 일환으로 수거된 불량 제품을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500억원어치의 전자제품을 불태워버린 사건이다.

 

당시 삼성전자의 무선전화기 사업부는 품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완제품 생산을 추진하다 제품 불량률이 무려 11.8%까지 올라가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고, 이 회장은 품질사고 대책과 향후 계획을 점검하면서 고객들에게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수거된 제품을 소각함으로써 임직원들의 불량의식도 함께 불태울 것을 제안했다. 15만대, 500억원 어치의 제품이 수거됐고 화형식을 통해 전량 폐기 처분됐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은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된다. 2000년대 초중반 무렵만 해도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삼성전자는 단지 글로벌 기업 수준을 벗어나 세계 전자·정보기술 업계에서 명실상부한 리더로 평가되고 있다.

 

2004년에는 일본 10대 전자업체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순이익을 냈다. 이후 10여 년에 걸쳐 스마트폰 분야까지 글로벌 선두 업체로 자리잡았다. 이후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자 삼성전자는 소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사용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07년에는 휴대폰 부문에서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 2위의 핸드폰 제조업체에 등재됐다

 

2009년 스마트폰 시장에도 뛰어들어 갤럭시 라인업을 발표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지 2년만인 20113분기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오른다. 삼성전자는, 2012년 부터, 노키아와 애플을 제치고, 전체 휴대전화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을 시작으로 삼성은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등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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