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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콜'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0.11.26 18:12

'콜' 리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콜'이 비로소 대중을 만나게 됐다. 당초 올 3월 개봉이었던 '콜'은 코로나19 확산에 개봉을 잠정 연기하다, 결국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향했다. 작품은 여성 캐릭터들이 이끄는 스릴러 장르라는 점, 박신혜와 전종서의 만남, 이충현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 등 많은 점에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콜'은 버려두다시피 한 시골집을 다시 찾은 서연(박신혜)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어릴 적 화재 사고로 사망, 엄마(김성령)는 뇌종양 말기로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오는 길에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어쩐지 모든 일이 풀리지 않을 것만 같다.

그때 오래된 무선 전화기에서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급한 목소리로 구조 요청을 한다. 심지어 자신의 집 주소라며 서연의 집 주소를 부른다. 서연은 이상한 낌새를 애써 무시하고 집 정리를 시작한다. 그러다 복도 벽 뒤에 공간이 있음을 알게 되고, 숨겨져 있던 지하를 발견한다.

그곳에서 20년 이 집에 살았던 영숙(전종서)의 다이어리를 발견한 서연. 또 다시 걸려온 전화 속 영숙을 향해 '우리가 같은 집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어느덧 친구가 되고, 점점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우정을 쌓는다.
영숙은 신엄마(이엘)의 명령에 따라 감금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신엄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신딸을 낫게 한다는 명분으로 잔혹한 의식을 벌인다. 어느 날 영숙은 서연이네 화재 사건을 자신이 해결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서연에게 '아빠를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건넨다. 결과는 성공. 영숙이 화재를 막은 순간, 서연이 있던 공간이 변화를 맞는다. 건강한 부모님이 살아계신 화목한 집으로, 서연의 삶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서연은 영숙을 생명의 은인처럼 생각하며 고마워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자 점점 영숙과 멀어진다.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서연에게 분노한 영숙은 광기를 드러내고,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한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서연과 영숙의 관계를 따라간다. 매개체를 통해 다른 시공간의 인물이 이어지는 소재는 흔하다. 하지만 '콜'은 연출과 연기, 음악, 비주얼까지 다각도에서 차별점을 만들어 낸다. 과거가 변함에 따라 때로는 화목한 집으로, 때로는 악마의 아지트로 변하기도 하는 서연이네 집은 관객이 상황 변화를 직관적으로 알아채도록 한다.

영숙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음악도 흡인력에 한몫했다. 극 초반 신엄마와 영숙의 신, 비밀공간을 찾게 된 서연의 신에서는 스산한 음악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 억압된 삶을 살던 영숙이 일탈을 시작하는 장면에서는 세기말 감성의 음악으로 긴박감을 더했다.

미장센도 좋았다. 극 중 서연과 영숙의 공간은 색채 대비를 통해 상반된 분위기를 풍긴다. 광기에 사로잡힌 영숙의 공간은 분노가 느껴지는 붉은 빛으로, 무력함과 절망이 가득한 서연의 공간은 푸른 빛으로 차별점을 뒀다. 또한, 과거가 변하면서 서연의 공간이 바뀌는 신은 마치 블랙홀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보는 눈까지 즐겁게 했다.
특히, '콜'은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향연뿐 아니라,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극단의 감정으로 극에 빠져들게 한다. 그간 수동적 캐릭터를 연기했던 박신혜는 '콜'에서도 영숙의 계략에 휘둘리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나름대로 내제된 악을 쏟아내며 입체적 인물을 완성했다.

'버닝'에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전종서는 역시나였다. 그는 정신질환자, 사이코패스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광기에 사로잡히다 못해 악마적 성향을 드러내는 '영숙' 그 자체였다. 순수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는 폭주하는 영숙의 악함을 극대화했고, 반짝임을 잃은 눈빛은 온갖 살기를 발산했다. 전종서는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의 양면성을 유연히 넘나들며 소화했다.
대결을 하듯 엎치락 뒤치락하는 서연과 영숙의 관계는 마지막까지 쉴틈을 주지 않는다. 휘몰아치는 전개와 심리적 서스펜스를 만끽할수록, 스크린이 아닌 모니터에서 봐야 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크레딧까지 놓쳐서는 안 되는, '엔딩 맛집'으로 꼽고 싶은 '콜'은 오는 27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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