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3사 글로벌 점유율 34.6%…전년(15.5%) 대비 두배이상 성장
LG화학 중국 생산 테슬라 '모델Y' 배터리 전량 수주로 선두 재탈환 전망
오창 생산라인에서 LG화학 직원들이 배터리 셀을 확인하고 있다/LG화학 제공
K배터리가 세계 시장 점유율 3분1을 차지하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배터리3사는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하거나 해외 공장 증설 등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력 투구하는 모습이다. 특히 LG그룹은 LG화학을 분사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화전략에 승부를 띄웠다.
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국내 대형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은 작년 15.8%에서 올해 1~3분기 34.6%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기차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2020년 현재 2.7%에서 2025년 10%, 2040년 58%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순위에서 국내 배터리업체 LG화학의 올해 1∼9월 누적 사용량은 18.9GWh(22.9%)로, CATL(23.1%)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5.1GWh(6.2%), 4.6GWh(5.5%)로 각각 4위, 5위를 차지하며 국내 배터리3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선두 자리를 수성해왔던 LG화학은 CATL과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최근 테슬라와 2021년 초부터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Y’ 배터리를 수주해 조만간 다시 선두를 탈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화학은 전세계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한 화학기반 회사로 소재기술을 바탕으로 한 배터리 구성물질 개발능력이 타사 대비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화학은 1990년대 들어 2차전지에 관한 연구개발을 검토하다 1995년에 본격적인 독자개발에 착수했다. 1996년 4월에는 1999년까지 리튬이온 2차전지의 개발에서부터 양산까지 모든 것을 완료하겠다는 마스터 플랜을 전격 발표했다.
일본업체의 경우 10여년간에 연구개발을 통해 양산에 성공했으나 LG화학의 경우 지난 1996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착수해 3년만인 1998년에 양산에 성공했다. 2001년 LG화학은 2200mAh(미리암페어)급 노트북용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세계 최초 양산에 이어 또 다시 2005년 2600mAh급을 일본업체보다 한발 앞서 세계최초로 양산함에 따라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 종류인 폴리머 타입의 경우 LG화학은 Stack & Folding 구조라는 자체 개발 특허기술을 적용해 경쟁사가 채택하고 있는 Winding 구조나 단순 Stacking구조보다 전지 내부 공간활용을 극대화해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실현했으며, 안정성이 뛰어나다.
아울러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의 경우 특허를 획득한 SRS(안전성 강화 분리막)를 통해 배터리 셀 자체의 근본적인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같은 배터리 경쟁력을 통해 현재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 1위로 평가 받는 등 2차전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3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기업 평가에서 LG화학은 주요 업체들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또 ESS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2013년에 이어 2015년에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중대형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LG화학은 현재 현대∙기아차를 비롯, 미국의 GM, 포드, 유럽의 폴크스바겐, 르노, 볼보, 아우디, 다임러 등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삼성SDI 제공
◇ 삼성SDI, 기술 리더십 바탕 품질·수주·실적 3박자 갖춰
삼성SDI가 축적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리술 리더십'은 삼성SDI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연구개발 등 기술 투자와 성과를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이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삼성SDI의 축적된 배터리 기술 리더십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전망을 더욱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연구개발 부문에서의 초격차 기술 전략이 눈에 띈다. 미래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이 필요하다는 기조 아래 삼성SDI는 니켈 비중을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낮춘 ‘하이니켈계 양극 소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니켈 비중을 높이면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향상되고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또 희소금속인 코발트 비중을 낮춰 원가도 절감된다.
반면 배터리 안정성이 취약해질 수 있지만 삼성SDI는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하이니켈계 양극 소재' 양산에 한 걸음 앞섰다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내년 출시될 Gen.5(5세대) 전기차 배터리에는 하이니켈 기술을 접목한 NCA기술을 적용한다. 니켈 함량은 88% 이상이다. 이를 통해 한번 충전에 600키로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올 전망이다. 삼성SDI의 NCA 배터리는 BMW 전기차에 적용되며 관련해 4조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가 극대화된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도 삼성SDI는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삼성SDI 관계자는 "검증된 소재 기술과 고체 전해질 등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규 소재를 접목하여 고에너지밀도, 고안전성 전지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삼성SDI는 집중적인 연구개발비 투자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구개발비용 6197억 원을 집행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8000억원을 초과해 연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7년부터 연구개발비용 상승곡선을 이어오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6% 이상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눈앞에 다가온 전기차 시대를 예견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씨앗으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SDI는 울산, 중국, 헝가리에 총 3개의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 거점을 갖추고 있으며 20GWh(기가와트아워) 이상의 생산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국과 오스트리아에는 전기차 배터리 팩 공장이 위치해있다.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 리더십과 투자는 다수의 장기공급계약 수주로 이어졌다. BMW,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 다수의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들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의 기대감은 주가로 나타났다. 현재 삼성SDI의 시가총액은 약 37조 원으로 코스피 9위다. 지난해 매출 10조 원 대를 기록한 삼성SDI가 코스피 10위권 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성을 뒷받침할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용 배터리 셀/SK이노베이션 제공
◇ 배터리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톱3 성장 목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의 물량 수주를 늘리고, 물량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한 글로벌 증설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7년 11월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의 수주 물량 증대에 따라 서산 제 2 배터리 공장에 7호 설비 증설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해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 가동에 돌입한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은 총 4.7GWh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서산 공장 신규 생산설비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전기차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00km에 달하거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기준 60km 이상 달릴 수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3세대 배터리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며 세계적인 기술 수준에 올라섰음을 증명하게 됐다. 제품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고 에너지밀도 배터리 셀 기술력을 세계에 알린 것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유럽, 미국 등에서 글로벌 생산 설비를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중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수주를 늘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지난 2017년 8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의 합작을 통해 장쑤성 창저우시 금탄경제개발구 내 전기차 배터리 첫 해외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완공한 창저우 배터리 공장을 통해 약 30만m2(약 9만 평) 부지에 전기차 연산 25만대 분량인 7.5GWh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후에도 중국 내 투자를 지속해 온 SK이노베이션은 창저우 공장을 비롯한 중국 내 배터리 공장에서만 2021년까지 총 27.5GWh 배터리 생산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유럽 지역에서는 헝가리 지역을 중심으로 배터리 생산 시설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3월 헝가리 코마롬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공장은 다수의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이 있는 유럽 시장 공략의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3월 SK이노베이션은 급증하는 유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지역에 제 2배터리 공장 건설 투자를 확정했다. 제2 공장은 SK이노베이션이 최초 헝가리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코마롬시 현지에 확보한 축구장 약 60개 크기의 부지 43만m2(약 13만 평) 중 일부가 활용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코마롬 제 1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해 7.5GWh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제 2 공장은 2020년 공장 준공 이후 설비 안정화 및 시운전, 제품 인증 등 과정을 거쳐, 2022년 초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2022년까지 유럽지역에만 약 17GWh 수준의 대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있는 유럽 시장 공략의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한국-중국-헝가리-미국을 잇는 글로벌 사각 배터리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2025년 생산량 100GWh 규모의 글로벌 톱3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