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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보호수용제 같은 근본 대책 필요"…출소 후 취업제한 속여 몰래 취업

김동성 기자 ㅣ estar@chosun.com
등록 2020.12.16 16:00

전국 성범죄자는 3625명…경기도 내 거주 854명으로 가장 많아
학교·학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 취업제한 기관에 108명 몰래 취업 적발
전문가들 "보호수용제와 같은 대책 필요"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모습/사진=캡쳐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정모씨(36)는 하루에 1~2번씩 스마트폰으로 '성범죄자 알림e' 앱을 검색한다. 인근에 성범죄자가 거주하는지, 새로 이사를 온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런 습관은 지난달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의 출소 뉴스를 접한 뒤부터 생겼다.

정씨는 "조두순 출소 뉴스를 보면서 우리 주변에 성범죄자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두렵다"며 "성범죄자 알림e 앱과 성범죄자 신상정보 우편물을 받고 있지만, 사건이 예고하고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범죄자가 세상에 나오면 인근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이 두려움을 느낀다"며 "국가에서 별도 보호를 하는 등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씨의 거주지 인근에는 아동성범죄자 3명을 포함한 16명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범죄자들에게 위치와 동선이 파악되는 전자발찌를 채워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와 보호관찰기관 등이 관리하고 있지만, 외출금지 명령을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불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씨의 출소를 계기로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 등에 대해서는 출소 뒤에도 격리해서 관리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출소한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이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거주지로 들어서고 있다/조선DB

◇학교 주변 1km 내 성범죄자 거주···전체 59.4% 차지

여성가족부는 12월 현재 전국 성범죄자는 3625명이라고 14일 밝혔다. 경기도 내 거주하는 성범죄자 수는 854명(23.5%)으로 가장 많다. 뒤이어 서울 524명, 경남 263명, 인천 235명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성범죄자들이 초·중·고등학교와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주변 성범죄자 현황'을 보면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2466곳 중 1466곳(59.4%) 학교가 반경 1km 안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었다.

부천시 A여고 인근에는 16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었다. 이중 2016년 3~8월까지 부천 오정구에서 19세 미만 여자 청소년 6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등 성적학대행위, 유사성행위,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4년, 신상정보공개 5년을 선고받은 이모씨(50)씨가 살고 있다. 

수원시 B여고 인근에는 2007년 7월~2009년 4월까지 20대 여성 6명을 대상으로 강간과 강간미수, 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천모씨(36) 등 10명이, 같은 지역 C초등학교 인근에는 성범죄자 16명 중 7명이 19세 미만 여성 청소년을 상대로 강제추행 등의 성범죄를 저질렀다.

성남시 D고등학교 인근에는 16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2015년 3월 서울 노원구와 강북구에서 여자 초등학생 2명을 대상으로 강제추행 및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모씨(36)가 살고 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경우 특별한 취약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길거리 등에서 유인하는 수법을 많이 쓰고 지리에 익숙한 거주지 인근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동성범죄자가 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것은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성범죄자에게 학교 근처에 살지 말라고 법으로 규제를 할 수 없는 만큼 지역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감시를 해줘야한다"며 "외국은 아이를 혼자 두는 것부터 학대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성범죄 등 각종 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년 신설학교 폐쇄회로(CC)TV 설치에 3억3000만원, 학교 내 외부인 출입 관리와 등·하교 및 교통안전 지도 등을 담당하는 학교 안전지킴이에 127억원 등 총 130억3000만원을 투입한다. 

도 교육청은 2018년부터 신설학교와 성범죄자가 다수(10명 이상) 거주하는 학교 주변에 고화소 CCTV를 보급해 오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심알림이 서비스와 학교안전지킴이 운영, 고화소 CCTV 설치 등을 하고 있다"며 "지자체, 경찰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학생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범죄자, 아동·청소년시설 근무···지난해 108명 적발

경기도의 한 치과 원장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불시 점검에 성범죄 경력이 들통나 병원 폐쇄 명령을 받았다.

수년 전 수원시에서 아동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받은 20대 남성이 어머니가 운영하는 컴퓨터 학원에 취직해 카운터를 보다 성범죄 미조회로 수원교육지원청에 적발돼 폐쇄됐다.

학교나 학원, 어린이집 등 아동·청소년 관련 취업제한 기관에 108명이 몰래 취업하거나 관련 기관을 운영해오다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7년은 24명, 2018년은 163명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관련 취업제한 기관 54만3721곳에 종사 중인 317만2166명을 지난해 2~11월까지 '성범죄자 취업제한 기관 점검'을 실시한 결과 106개 기관에서 총 108명이 적발됐다. 이중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직접 운영한 사람은 50명, 종사자는 58명이었다.

적발된 운영자 중 41명에게는 기관폐쇄를, 9명은 운영자를 변경하도록 했다. 종사자 58명 전원은 해임하도록 관련 기관에 조치했다.

적발 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조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 1000만원의 과태료 또는 직권말소 처분이 부과될 수 있다.

적발된 성범죄 경력자는 개인과외, 학원 강사, 학원 원장 등 사교육시설이 30.56%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체육시설은 23.15%, 경비업 법인은 11.12%로 뒤를 이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는 아동·청소년 대상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기관·사업장을 일정 기간 동안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성범죄자가 취업제한 기간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몰래 일을 하다 적발되기도 하고 취업제한이 지나면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이 모순"이라며 "하루빨리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성범죄자 거리 활보 전,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2008년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지난 12일 출소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52)은 내년 9월에 15년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나온다. 

2013년 8살 조카를 5년간 유린한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강모씨와 2012년 3세 친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9년을 선고받은 김모씨도 내년 3월 출소한다.

잔혹한 아동 성폭행범의 복귀를 앞두고 피해자 가족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보호수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제도만으로는 성폭행범의 재범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보호수용제는 성범죄자들이 출소하더라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하는 제도로, 인권침해를 우려해 번번이 무산돼 왔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안전과 지원을 비롯해 아동성범죄자들의 사회 복귀 후 관리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아동성범죄자들이 이미 출소해 활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출소 예정인 범죄자들이 많기 때문에 보호수용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두순에게 야간 통행 및 음주 금지 등이 내려지면 사실상 바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며 "보호수용 상태였다면 조두순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비난과 위협을 받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어진 변호사는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에게 보호수용은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기 때문에 소급적용이 어렵다"며 "다만 아동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높은 만큼, 고위험군의 성범죄자는 일과시간 외에 거리 활보를 못하게 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조두순 만기 출소와 관련, 성범죄자 재범을 막기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지난 12일 오전 서면브리핑에서 "제2의 조두순을 막기 위한 ‘조두순 격리법’을 제정하고자 당정 간의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당국과 지자체는 지역주민이 믿고 수긍할 수 있는 빈틈없는 대책을 계속해서 보완해달라"고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재범 위험이 높은 출소자를 보호시설에 보내는 보호수용법 제정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상근부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에서는 성폭력범죄 또는 살인범죄를 저지르는 등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을 형기 종료 후 일정 기간 사회와 독립된 시설에 격리하는 '보호수용제도' 관련 법안을 이미 제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고 '조두순 감시법'으로 불리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했다.

국회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찬성 250표, 반대 4표, 기권 26표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사람의 경우 야간이나 통학시간 등 특정 시간대에 외출을 제한하도록 했다. 부착자의 이동 범위도 주거지에서 200m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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