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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트홈' 이도현, 스며든다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0.12.27 00:01

'스위트홈'에서 은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해당 인터뷰에는 '스위트홈'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스며든다. '스위트홈' 속 은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은혁의 시작은 차가웠다. 의대생으로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을 표현하는데는 서툴다. 사람보다는 생존율을 먼저 계산하는 리더. 그런 인물에게 빠져들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처음보다 끝에 남는 인물이 바로 배우 이도현이 보여준 인물 이은혁인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욕망으로 인해 사람이 괴물로 변화하게 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괴물은 사람을 해하려 하고, 사람은 이에 맞서 살아남아야 한다. 아파트 그린홈 1층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르바이트를 가려고 집을 나서던 길에 괴물을 마주하게 된 이은혁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여동생 은유(고민시)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리더의 위치에 서게 된다.

'스위트홈'에서 은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이도현은 은혁 역을 맡아 고민이 많았다. 평소 성격도 활발한 편이고, 카메라 앞에서 표현하는 것을 고민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반대로 덜어내는 것을 고민해야 했다. 이도현은 "너무 가만히 있는건 아닌가, 너무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너무 무미건조하게 대사를 해서 책 읽는 것처럼 느껴질까, 고민이 많았어요. 이응복 감독님께서는 '넌 이미 은혁이다,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해주셔서 멘탈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고민의 지점을 말한다.

원래부터 원작 웹툰 '스위트홈'의 팬이었다. 그래서 은혁보다는 현수에게 더 마음이 가있는 상태였다. 오디션을 보러갔을 때도 현수를 준비해갔었다. 그런데 은혁이라는 캐릭터를 주셨다. "오디션 대본이 사실 뚜렷하게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1, 2화 때 대사였던 것 같아요. 그때 은혁이가 현수에게 뭔가 명령하는 대사였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왜 제가 은혁이었냐'고 이응복 감독님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이도현은 "오디션 때 첫 대사 뱉자마자 조감독님께 '얘가 은혁이다'라고 하셨대요. 대사 한 두마디 듣고 바로 캐스팅하셨다고 들었어요"라고 전했다.

은혁의 외모도 눈길을 끌었다. 이도현은 올드한 헤어스타일에 안경을 썼다. "일단 안경같은 경우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것도 있고요. 의대생으로 나오다보니 공부를 정말 많이했을거라는 생각도들었고요. 그래서 시력이 안 좋아졌을 것 같았고요. 헤어스타일은 어쩔 수 없이 그 머리를 했어요. 다른 촬영이 함께 이어지면서 머리는 바꿀 수 없는 상태라서 긴 머리로 촬영에 임한 건데요. 촬영하면서 오히려 다른 헤어스타일이었다면 안 어울렸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은혁이가 꾸미는데 시간을 소비할까 싶었거든요. 그런 부분이 고지식한 은혁의 면을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은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10화까지 모두 보고나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인물 중 하나가 '은혁'이 아닐까. 이도현은 그만큼 은혁의 시작부터 끝을 그려놓고 작품에 임한 것 같았다. 이도현에게 은혁의 전체적인 구상을 물어본 이유이기도 하다.

"은혁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다가, 문이 잠기고, 그 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틀 같아요. 괴물에게 내 동생 은유(고민시)를 지켜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런데 그 속에서 죄책감이 생겨요. 두가지 포인트로 나눠서 생각했거든요. 걸림돌로 흡혈괴물이 나타났고요. 그러다 어린이집 원장님의 딸이 달려왔는데, 은혁이가 선택하지 못해 죽음을 맞이했다. 그게 첫 번째 포인트였어요."

"두 번째는 재헌이(김남희)의 죽음이었어요. 그때가 최고조였던 것 같아요. 지수(박규영)와 재헌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살릴 수 있고, 꺼내올 수 있었지만, 그 속으로 화염병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큰 선택인 거죠. 그 두가지 포인트를 쥐고 연기하다 보니, 오히려 마지막에 혼자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은혁이다운 선택으로 생각됐어요. 내가 이렇게라도 해서, 누군가를 해한 죄책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10화까지 연기를 이어나간 것 같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은유와 은혁 역을 맡은 배우 고민시와 이도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예상치 못한 러브라인이 시청자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 은혁과 은유였다. 이도현은 "전혀 생각못했었고요. 아마 (고)민시도 생각 못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제가 친동생처럼 (고민시를) 바라보기도 하고, 지금도 가끔가다 동생같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그렇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게요. 촬영장에서도 한 두번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거든요. '이상하게 멜로 느낌이 나네'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고)민시랑 좀 더 연기에 집중해서 오빠, 동생처럼 바라보고 연기하자, 평소에도 그렇게 해보자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멜로 느낌을 덜어냈다고 생각하는데요."

"(고)민시랑 나이가 동갑인데요. 사실 (고)민시가 빠른 95년생이거든요. 그래서 (송)강 형이랑 친구인데, 저랑도 친구였거든요. 저는 최대한 내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연기할 때도 자연스레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쉬운게 (고)민시랑 함께한 장면이 많지 않아서요. 뺨을 때렸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오빠로서 동생에게 손지검 하는게 쉽지 않은데, 그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위트홈'에서 은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은유는 은혁이가 움직이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사람들을 구하고자하는 욕망도 컸지만, 은유가 제일 컸던 것 같고요. 은혁이 스스로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도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괴물화 되기 전에 죽음을 선택한 것 같고요. 저 말을 확신했으면, 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요."

가장 많이 공들였던 장면도 은혁의 마지막이었다. "제 스스로에게는 마지막 죽는 장면을 잘해내고픈 욕심이 컸어요. 코피를 흘리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가족사진을 보고, CCTV를 보며 끝이나는데요. 그 장면을 가장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은혁이 어떤 감정일까 캐치를 못했거든요. 왜 하필 그럴까. 이 궁금증은 촬영을 매회 거듭하면서 조금씩 실타래가 풀렸던 것 같아요. 걱정보다는 수월하게 촬영한 점이 있습니다."

만약에 은혁이가 괴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것 역시도 은유와 연결돼 있다. "수호천사로 나오지 않을까요. 은유의 수호천사로요. 제 동생이 가장 크다고 연기해서요. 남몰래 은유를 지켜주는 괴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위트홈'에서 은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과거에는 많은 준비를 하고 현장에 갔다. 이런 상황일 때는 이렇게라는 잔가지를 많이 준비해갔다. 그런데 '호텔 델루나'와 '스위트홈' 이후 변하게 됐다.

"많은 걸 준비하다보니, 현장에서 이뤄지는 좋은 소스가 있음에도 그걸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많이 준비해서 오히려 받아들일 자리가 없더라고요. 너무 과한 준비는 하지 않고, 깔끔하고 담백하게 준비를 해간 뒤에 현장에 생기는 소스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입니다. '18 어게인' 때도 그랬고요. 그래서 대본은 되게 깨끗해요. 그 전에 연구한 공책은 많이 더러운 편입니다."

'스위트홈'을 통해 배우 이도현으로서 얻게된 것도 있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요. 지금도 가지고 있고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있다는 점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내가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넌 표현할수있는 아이야'라는 자신감들. 그러다보니 새로운 방식의 연기법을 터득했달까요. 그래서 저 스스로는 너무 좋아요. '이런식으로도 연기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해준 작품이고, 사람들인 것 같아서 한없이 감사합니다."

'스위트홈'에서 은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이도현은 차기작으로 오는 2021년 방송 예정인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확정지었다. 배우 고민시와 재회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이도현은 다시 의대생이 된다. 그가 맡은 인물은 황희태 역. 5.18이 일어났던 1980년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운명처럼 명희(고민시)에게 빠지게되는 인물이다. 이도현은 고민시와의 케미를 '오월의 청춘'에서 잘 터트려보자는 마음가짐이다. 다가올 새해에 이도현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2021년 목표는 조금 전에 생겼어요. 영어공부를 하겠습니다. 원래도 헐리웃 진출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취미삼아 영어 공부를 했는데요. 제대로 마음먹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영화촬영을 해보고 싶고요. 스크린을 통해 시사회도 하고, 관객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스위트홈'에서 은혁 역을 맡은 배우 이도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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