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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發 빅테크기업…완성차업계와 '짝짓기' 속도

정문경 기자 ㅣ jmk@chosun.com
등록 2021.01.20 12:02

협업 및 공동 개발 시너지 노린다…시장 선점 경쟁 가속

현대차 EV 콘셉트카 '프로페시'/현대차 제공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가운데 애플, 소니, 바이두 등 거대 정보기술(IT)기업이 모빌리티사업에 뛰어들면서 업체간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와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소니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 2021’에서 전기차 프로토타입 ‘비전 S’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비전-S는 지난해 열린 CES 2020에서 소니가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위해 내놓은 첫 전기차다. 지난해 12월 기술평가를 위해 오스트리아 공공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시작했다. 에어피크는 무인항공기(드론)로 소니의 알파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적용했다.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는 지난 11일 중국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하고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국의 양대 인터넷 공룡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미 중국의 3대 전기차 스타트업인 웨이라이와 샤오펑의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 상하이시 푸둥신구 정부와 함께 스마트 전기차 제조사인 즈지자동차를 설립했다.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도 자동차 제작에 뛰어들었다. 디디추싱은 최근 자사가 개발을 주도하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생산한 호출 차량 전용인 밴형 전기차를 공개했다. 이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사업부인 웨이모가 작년 미국 피닉스주에서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데 이어 올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상용화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작년 자율주행기술기업인 죽스를 인수하고 첫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를 공개했다.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진 애플은 최근 완성차 형태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애플은 2024년까지 자율주행 승용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현대차를 포함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개발했고, 올해부터 이를 적용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E-GMP를 적용한 전기차 아이오닉 5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애플이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율주행차용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함께 제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니 자율주행 전기차 '비전-S'. /소니 제공


애플이 자동차 생산을 현대차그룹에 맡길 가능성도 있다.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이 거론된다. 미국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중 한 곳에서 애플의 자동차를 수탁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과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튼, LG전자와 마그나, 폭스바겐 등이 '애플카 생산업체'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 폭스콘은 중국 지리자동차와 손잡고 전기차 주문 제작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합작사는 양사가 각각 절반의 비율로 출자해 만들었으며 완성차는 물론 자동차 부품, 자동차 스마트 제어 시스템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향후 자동차산업이 하드웨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플랫폼, 생산·통합의 영역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는 부품 공급망과 안전·환경 규제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파워트레인과 섀시, 차체 등을 개발하며 차량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 등 IT·전자 기업은 자율주행 기능과 응용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합해 완성차를 생산하는 생산·통합 기능은 양산 능력을 갖춘 기존 완성차 업체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이 담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앞으로 빅테크와 완성차, OEM 기업이 플랫폼 제공자로 거듭나기 위해 협력과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중 연구원은 "이종 산업 간 협력이 결국 상대방 영역까지 장악하기 위한 경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토대로 자율주행차 개발·출시를 위해 완성차 업계와 협력하겠지만, 소프트웨어 플랫폼 지배력을 높인 뒤에는 결국 하드웨어 플랫폼 제공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완성차 업체들은 IT 기업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내재화하려 할 것"이라며 "OEM 기업들은 하드웨어 개발·설계역량을 키워 완성차업체의 역할인 하드웨어 플랫폼 제공자 지위를 넘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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