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화구화(以火求火)…산하기관 직원이 시의원에게 보인 행태를 보고

김원태 기자 ㅣ kwt365@chosun.com
등록 2021.01.20 21:30

/조선DB

경기 성남시 산하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간부직원이 시의회 의원들에게 감사에서 적발된 상황에 대한 해명자료 제출에 응하면서 시의원에게 변호사 남편의 명함을 내밀어 숨은 의도가 있는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비위행위에 대한 지적에 대해 소명을 할 자리에서 변호사 남편을 뒀다고 과시 및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암묵적인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위원장 박호근)에 따르면 공사에 대한 의회의 행정사무 감사시 지적된 간부직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 관련 소명자료를 요구한 상태에서 해당 의원에게 이같은 행동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공사 소속 직원들이 관내 주차장의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사용한 것이 적발돼 주차장 무단 사용에 대한 건으로 관련자들이 중징계 처리됐다.

그러나 그는 소유차량 2대를 번갈아 사용해 주차장을 이용하면서도 4개월 동안 주차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근무시간 중 수차례에 걸쳐 근무지 이탈 등 의혹도 불거져 있는 상태이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시의회는 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공사 고위 간부의 비위행위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주차장 입·출차 기록과 사용료 납입 현황 등 입증 자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출된 자료에 의해 간부의 주차장 사용료 미납 사실이 확인됐다.

이같은 비위 사례에 대해 오는 25일 열리는 성남시의회 임시회에서 관련 문제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한 당사자가 자료를 요구한 의원에게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자리에서 남편의 명함을 제시하는 것은 오해를 충분히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과수원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명언이 있다. 굳이 사건과 무관한 남편의 명함을 좋은 자리도 아닌 감사하는 자리에서 내민다는 자체가 오해가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명함을 받은 모 시의원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 이를 소명하는 자리에서 묻지도 않은 변호사인 남편의 명함을 내민 의도가 어디에 있는 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특히 1개월 전인 지난해말 행정사무감사에도 "자신의 남편이 변호사다. 의회 의원들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남편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런 사항이 상기되면서 그 의도가 아주 불순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직원이 본인 남편(변호사)의 명함을 시의원에게 전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시의원 제공

이에 대해 해당 간부직원은 남편의 명함을 준 이유에 대해 "인근 지역에 남편이 사무실 개업을 하게 되었고 홍보차원에서 명함을 건넸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전했다.

불을 끄기 위해 불을 사용하는 것을 이화구화(以火求火)라 하며 아주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조직의 수장이 공석인 경우 그 원인을 파악해 자숙하며 시민의 행복과 시 발전, 공사발전을 위해 숙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시점에 간부 직원이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 의원에 대한 도발행위는 욕개미장(欲蓋彌章:나쁜 일을 숨기려다 도리어 드러나는 것)이다.

한편 공사는 시의회의 해임촉구결의안 의결에 따라 사장이 이사회에서 해임조치된 이후 사장이 재심을 요구했으나 재심에서도 해임 결정된 상태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이 사장을 대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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