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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테랑→세자매' 반가운, '배우' 장윤주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1.24 08:00

영화 '세자매'에서 미옥 역을 맡은 배우 장윤주 / 사진 :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화려했다. 모델 장윤주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레전드'라는 말이 붙을 만하다. 그때의 장윤주가 있었기에, 가능해진 일들이 많다. 20대의 장윤주는 그의 말 그대로 "패션에 미쳐"있었다. 신기하게도 18살 때부터 영화 제의가 들어왔고, 대학에서 영화 전공을 택했고, 영화 '베테랑'을 통해 한 번에 천만배우가 됐다. 이후, 배우 장윤주를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 바로 영화 '세자매'다.

영화 '세자매'는 말 그대로 세자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늘 '미안한' 첫째 희숙(김선영), 겉으로 보기에만 완벽한 가식의 둘째 미연(문소리), 그리고 장윤주는 막내 미옥 역을 맡았다. 미옥은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이자, 남편(현봉식)과 의붓아들과 함께 사는 인물이다. 둘째 언니의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해 달리던 어린시절의 미옥은 성인이 돼 노랗게 탈색한 머리로 처음 등장한다. 처음부터 파격적이었다.

"추상적이고 희미한 고민이었는데요. 그림을 그리는 친한 친구가 '탈색하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어요. 메이크오버 한다고 하니, 제가 미옥을 자신감있게 할 수 있겠는 거예요. 모델로서 '메이크오버'를 수없이 반복했고, 이미지가 주는 '레드썬'이 제 안에도 있거든요. 저 역시도 이미지가 주는 게 큰 사람인 것 같아요."

영화 '세자매'에서 미옥 역을 맡은 배우 장윤주 / 사진 :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민이 많았다. 사실 장윤주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찍히는 사람이 되다보니까, '왜 찍는 사람은 될 수 없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화과에 가서 찍는 사람의 포지션도 알고 싶었어요. 그런데 20대 내내 패션에 미쳐있었거든요. 해외에 왔다 갔다 하는게 큰 즐거움이었고요. 어떤 역할이 들어와도 아예 생각도 안 하다가, '베테랑'을 30대 중반에 만났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베테랑' 이후 류승완 감독님이 워낙 잘 맞고 해서 연기를 한다기보다 가서 '놀다 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영화가 유쾌하게 나왔고, 갑자기 뭔가 더 역할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미스봉스러운. 그때 제가 결혼하고 임신하게 되며 2년 정도 쉬게 됐고, 연기를 바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선뜻 드라마나 영화를 못 하겠더라고요"라고 장윤주는 그때의 시간을 설명했다. '세자매'를 선택한 것은 실제 세자매 중 막내인 자신과 문소리, 김선영과 함께 잘 해내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배우 장윤주가 열연한 영화 '세자매'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언니들과 같이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혼자만 다른 색이면 어쩌지?'라는 고민도 당연히 했었어요. 언니들에게 누가되지않는 막내가 되어야 하는데. 언니들 연기가 정평이 나있는 분이니, 제가 어우러질 수 있을까 고민도 당연히 했었고요. 그래서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요. 결정할 때 문소리, 김선영 언니가 힘이 되어주고, 제 의심과 고민들을 많이 들어줬어요. 그때그때 저의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시작이 되었던 것 같아요. 캐스팅이 결정된 후에는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어요. 앞으로 쭉 나갔던 것 같아요. 고민하지 않고."

앞서 말한 탈색은 첫 시작에 불과했다. 장윤주는 모델로서의 이미지와 커리어를 잠시 잊고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상을 담당하는 실장님이 있었지만, 장윤주는 직접 미옥이 입을 것 같은 옷을 쇼핑하기도 했다.

"어떤 의상을 입고 다닐까 고민을 하면서 쇼핑을 직접 다녔어요. 실제로 제가 쇼핑한 의상들을 영화에서 입고 나오기도 했고요. 늘 입고 나오는 노란 점퍼도 제가 미옥이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남자 사이즈였는데 그걸 샀어요. 아무래도 몸이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이잖아요. 전체적인 룩부터 변신을 했고, 촬영하기 전에 미옥의 집에가서 누워도 있었고, 앉아도 있었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미옥이라는 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요. 작업하는 방에 들어가는 순간 미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어머어머, 여기 뭐니, 새롭다'이러면서요.(웃음) 공간이 주는 힘이 있더라고요. 여러가지로 미옥이 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죠."

배우 장윤주,문소리,김선영이 열연한 영화 '세자매' 포스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마음으로 다가간 미옥은 "모든 것을 다 표출해버리는" 인물이었다. 장윤주는 "그때그때 감정에서 솔직하자, 그냥 뱉어버리자"고 접근했다.

"어찌보면 첫째언니는 아예 그런걸 초월한 것 같고, 둘째언니는 완벽하게 가리는데 능숙한 인물이고. 미옥이는 '왜 그걸 가려야해? 가린다고 가려져?',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사랑을 받지 못했고, 여기까지인가보지.' 이렇게 타인이 불편해지더라도 막무가내로 현실을 표현하는 인물이죠. 그런데 소리를 지르고 표현하는 건 잘나서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 두려웠던게 가장 크지 않았나 싶어요. 먼저 화도 내고 소리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더 약자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잖아요."

고마웠던 것은 남편(현봉식)이었다. 소리지르는 미옥을 모두 받아주었던 남편이다. 현장에서 문소리와 김선영은 농담처럼 '어머, 너는 시집도 잘갔다'고 했었다. 실제로도 현장에서 남다른 케미의 장윤주와 현봉식이었다.

배우 장윤주가 열연한 영화 '세자매'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탈색하던 날, 남편인 현봉식 배우가 옆에 있었습니다. 저희 남편이 알뜰살뜰 저를 많이 챙겨주었어요.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탈색하는 날 찾아와주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줬어요. 현봉식 배우가 그랬어요. '미옥이는 남편에게 다 해도된다'고요. 그냥 기다리게 해도 되고, 그냥 뭐든 원하는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된다고요. 그러니 탈색에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까 마음 편하게 자기에게는 막하시라고. 지금 생각하니 (현)봉식이에게 너무 고맙네요."

'세자매'를 찍는 동안 장윤주는 '미옥'을 사랑했다. 몸과 마음으로 다가갔다. 이를 이야기해준 것은 배우 김선영이었다.

"김선영 언니는 제 연기를 디렉팅해주고 함께해준 사람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배역을 사랑해야된다' 였어요.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내가 맡은 이 배역을 사랑해야야 된다고. 그게 새로운 접근 이었고요. 배역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서 더 고민하고 더 알아야했죠. 이걸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영화 '세자매'에서 열연한 배우 장윤주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배우 장윤주로서의 앞으로 계획도 있을까.

"'이런 배우가 되겠어'라기보다, 감사하게도 주어진 작품들에서 진심을 다해서 배역을 사랑하고, 해나가는 것이 저의 계획인 것 같아요."

'배역을 사랑하는 것'이 계획이라니, 배우 장윤주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말이다

영화 '세자매'에서 열연한 배우 장윤주 / 사진 :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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