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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경제단체장으로 활발히 뛴다…재계 구심 역할 기대

[정문경 기자]
jmk@chosun.com
등록 2021.02.23 14:55

상의 회장 오른 최태원…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
구자열 LS그룹 회장, 무역협회장으로 선출
정경유착으로 위상 추락한 전경련 역할 대신해 경제인 소통창구된다

최태원 SK 회장.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나란히 경제단체 수장으로 취임하는 등 재계 총수들이 어느 때보다도 경제단체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기업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폐지설이 대두될만큼 위상이 떨어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권력형 로비창구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순수하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단체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삼성 사태에서 보듯 정경유착은 기업에게도 큰 상처를 주는 치명적 손실을 초래하고 이를 요구하는 정치인 또한 훗날 고초를 겪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회장을 제24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추대된 후 인사말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맡은 데 대해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 고초가 있었지만 나름 무거운 중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상의 회장을 이끌어 나가며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이야기가 있어야지, 혼자서는 이 일을 해 나가기 어렵다"며 "많은 분과 함께 경영 환경과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항상의 회장을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현 정부 들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부상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정부와의 소통 기능을 상실한 전경련의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 기업들의 구심점이 돼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 회장은 재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도사'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 기업이 사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의 취임과 함께 서울상의는 정보통신(IT), 스타트업, 금융 등 기업인들을 회장단으로 대거 합류시켰다. 새로 합류하는 서울상의 부회장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 글로벌㈜ 대표,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7명이다.

또한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24일 한국무역협회장으로 데뷔한다. 무협은 이날 정기총회를 열어 구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무협 회장은 그간 퇴직 관료들이 회장을 맡았으나 구 회장의 선임으로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이 무역협회를 이끌게 된다.

구 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경륜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이 더 적임이라는 재계 의견에 따라 차기 회장으로 뽑혔다.

구 회장은 2013년부터 LS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형제 가족이 9년씩 돌아가며 공동 경영을 이어온 전통에 따라 올해 말 구자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길 예정이다.

이번에 무역협회까지 기업인 회장을 맞이하면서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5대 경제 단체' 전체가 15년 만에 기업인 회장 시대를 열게 됐다.

최태원 회장과 구자열 회장은 각각 최종현 회장(전경련)과 구평회 회장(무역협회장)에 이어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경제단체장을 맡는 기록도 세웠다.

또다른 경제단체인 전경련은 이달 26일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뚜렷한 하마평이 없는 상태다. 재계는 현 회장인 GS건설 허창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제단체의 수장 교체를 계기로 업계에는 경제단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 새 수장들이 기업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제대로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