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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리 "송중기 덕분에 트인 시야 갖게 돼"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2.28 00:02

영화 '승리호'에서 장선장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태리의 필모그래피를 한 단어로 요약해보면 '도전'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것 같다. 1500:1의 경쟁률을 뚷고 영화 '아가씨'의 숙희 역을 맡은 것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한국 최초의 SF영화 '승리호' 속 장선장 모습을 보여줬다.

장엄한 표정과 굳은 결의에 찬 발걸음을 내디딜 것 같지만, 사실 김태리는 그런 이미지와는 다르다.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진행한 기자들에게 모두 "우리 오래오래 일해요"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배우, 보고 있으면 미소를 짓게 되는, 그러면서도 속에 무언가 가득 차있는듯한, 그런 배우가 바로 김태리다.

'승리호'의 장선장에 대해 김태리는 "'승리호'가 권총이라면, 장선장은 방아쇠라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린 매트에서 상상력을 더해 연기해야 했고, 볼드한 선글라스를 쓰고 마치 홍콩영화 속 주윤발 같은 모습으로 등장해 선원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김태리에 대해 조성희 감독은 "큰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승리호'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큰사람이라는 것이 조성희 감독님께서 장선장에게 보고 싶었던 모습인 것 같아요. 얼굴은 그렇게 안 생겼는데 되게 센 사람. 저는 선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모습을 선내에서 어떤 작은 몸짓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를 많이 찾았어요. 시나리오에는 써있지 않은 부분들을 고민했죠."

과거 인터뷰에서 김태리는 캐릭터를 준비할 때 자신의 보물상자를 열어 찾아본다고 했다. 장선장의 모습은 어떻게 풀어냈을까.

"일단 그 인물의 옷을 입고 현장에서 풀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배우들 만나고, 이야기하고, 장선장이 사용하는 공간에 앉아보고, 사용하는 물건들을 만지면서 적응해나간 것 같아요."
"제 안에서 많이 싸웠어요. 제 안에도 클리쉐적인 인물상이 있잖아요. 선장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건 유해진, 진선규, 송중기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해결했던 것 같아요. 선장 개인에 집중하기보다, 주변 인물과 호흡을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풀어진 것 같아요."

'승리호' 현장은 영화 속 처럼 따뜻했다. 차가운 우주였고, 첫 SF 영화를 만들면서 모든 것이 도전이었지만 '함께 만든다'는 마음이 있었다.

"선장같은 역할은 (유)해진 선배님이 가장 든든하게 해주셨어요. 또 놀란 부분이 (송)중기 오빠가 현장에서 (조성희) 감독님과 두 번째 호흡이기도 하고, 더 편안하게 사람들을 응원하고 다독이며 '으샤으샤'하는 역할을 잘 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이것이 주연배우다라는 느낌이랄까.(웃음)"
"'승리호'를 하면서 좀 더 주변을 보게 된 것 같아요. 현장 사람들, 함께하는 스태프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모두에게 도전인 작품을 하고 있다는 점이, 그 안에서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강하게 하나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장선장은 볼드한 선글라스, 독특한 프린팅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이는 모두 계획돼 있었다. 다만 헤어스타일은 김태리에게 맡겨졌다. 김태리는 "우주선이라 물이 귀하거든요. 그런 느낌을 주는 머리"라고 장선장의 헤어스타일을 설명했다.

김태리가 '승리호'를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넷플릭스 회사 안에 있는 작은 극장에서였다. 이후 할머니를 보여드리기 위해 스마트TV처럼 만들어주는 제품을 이용해 TV로 봤다. 김태리는 "외국의 것을 답습하는게 아니라 한국적인 정서를 통해 가족애, 인류애를 이야기한다는 점"을 '승리호'의 장점으로 꼽았다.
도전을 계속하는 배우에게 '기대'는 또 다른 이름의 무게다. 김태리는 지난해 12월 매거진 '씨네21'에서 선정한 '가장 주목해야 할 여성배우' 1위에 뽑히기도 했다. "두드러진 변화는 없는 것" 같다는 김태리는 "조바심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감정이 들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조바심이라는건 정말 연기적인 에너지를 내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되거든요. 오히려 위축될 뿐이고요. 조바심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요. 그건 시간이 해결해주고요. 힘들면 하루종일 잠만 잘 때도 있고요. 요즘에는 여러 취미생활도 해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고 있다. '승리호'를 하면서 현장의 따뜻함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현장이 편해지고 있기도 하다.
"'승리호' 현장에서 느낀 것과 결부해서, 개인적으로 현장이 조금 더 편안해지고,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 조금 더 따뜻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점점 '관계맺음'을 해나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최근 김태리는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도 계속 해나가고 있다. 편안한 김태리의 소통방식은 이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을 하면요, 제가 말도 빠르고요. 한 번에 두가지를 잘 못해요. 그래서 댓글을 본의아니게 무시하게 되는데, 그것에 원성을 사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웃음짓는 김태리다.

"SNS는 회사가 여러가지 지점에서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설득을 해주셨어요. SNS를 지양한 이유는 제가 그걸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별로 없었어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구체적으로 아이디어 같은 것이 있을 때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없이 시작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옛날 사진 올려드리고, 팬 분들과 인사드리고 그러고 있네요."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는 점은 자신을 향한 믿음에서 온다. 김태리는 그런 면에서 깊은 곳에서부터 당당함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와서, 그것에 대한 큰 자부심이 있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무게감을 내려놓고 답한다.

"마음 가는대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너무 좋은 감독님, 선배님을 만나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고요. 겸손을 위한 말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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