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이모저모

강동현 기자 ㅣ kangdong@chosun.com
등록 2021.04.19 09:14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소화기내과 정희선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소화기내과 정희선 교수

위암의 위험요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알아볼까요? 위암 발생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위암에 대한 관심도가 높습니다. 위암의 위험요인으로 헬리코박터균, 음식물(짠 음식, 질산염화합물 등), 흡연, 가족력 등이 대표적으로 손꼽히며, 이중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은 급성과 만성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이란 인간의 위 점막에 기생하는 그람 음성 나선균으로, 1983년 처음으로 배양된 이후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소화성궤양, 위 MALT림프종, 그리고 위암의 원인인자로 규명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기능성 소화불량증, 원인불명의 철분결핍성 빈혈, 만성 특발 혈소판 감소 등이 관련있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약 50% 가량의 사람들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연구에 의한 혈청학적 유병률이 1998년 66.9%, 2005년 59.6%, 2011년 54.4%, 2015년 51.0%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이에 따른 위생상태가 호전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헬리코박터균의 전파경로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입이나 분변을 통해서 전파된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의 자녀나 배우자에게서 높은 감염률을 보이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일반적인 세균은 위안에 들어오면 위산의 강한 산성으로 인해 생존할 수 없지만, 헬리코박터균은 다른 균과는 다르게 요소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요소를 분해하여 암모니아로 만들어 자신의 주위를 중성에 가깝게 만들어 살 수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을 검사하는 방법에는 내시경을 이용하는 방법(요소분해효소검사, 조직검사 등)과 내시경을 이용하지 않는 방법(요소호기검사, 혈청항체검사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의 정확도는 100%가 아니므로, 검사 결과의 판단 및 치료 등에 관해서는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위·십이지장궤양, 위 MALT 림프종, 조기위암에 대한 내시경 치료 후, 만성 특발 혈소판 감소증에는 반드시 제균치료를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 경우에는 약제에 대한 보험급여가 인정됩니다. 그 외에 위암의 직계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축성 위염, 기능성 소화불량증이 있는 경우 일부 환자에서, 그리고 환자가 제균 치료를 강력히 원하는 경우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아직 국내에서 보험급여 인정이 되지 않습니다. 검진센터에서 시행한 위내시경 결과에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과 같은 만성적인 변화는 흔히 발견되는데, 이런 소견이 보이는 경우 제균치료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논란이 있고, 이에 대한 연구들이 계속 진행중입니다.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일반적으로 1차 제균의 경우 위산분비억제제와 2종류의 항생제(아목시실린과 클라리스로마이신)를 아침, 저녁 하루 2회 14일간 복용하면 됩니다. 치료를 받은 사람 중 약 70-80%에서는 제균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약제를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제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후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을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1차 제균에 실패한 경우에는 다시 약을 바꾸어서 1-2주간 복용 합니다. 이러한 치료 후 헬리코박터균 재감염률은 국내에서 연 2-4%정도로 보고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경제수준 및 위생상태 향상으로 헬리코박터 유병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항생제 내성률, 재감염률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향후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권장되는 범위는 늘어날 것으로 판단됩니다. 헬리코박터균 뿐만 아니라 다른 위암의 위험인자에 대한 관리 및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진을 통해 위암 발생률은 감소하고 위암 조기 발견 및 치료성적은 좋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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