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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상의 공간이 지옥으로 변한 순간 시작된 '여고괴담6'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1.06.16 17:53

'여고괴담6: 모교' 리뷰 / 사진: kth 제공

일상의 공간이 지옥으로 변하는 순간. 그 처절한 고통은 겪은 이만이 알 터다. 올여름 극장가에 출사표를 내민 '여고괴담6: 모교'는 누군가에겐 추억이 깃든, 누군가에겐 지옥의 공간이었을, 한 여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두 사람,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한 한 여자와 문제아로 낙인찍힌 한 소녀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다. 출입이 금지된 공간에서 마주했고, 그곳에서 뭔가를 느꼈다. 학교괴담의 배경으로 딱인 그곳, 캐비닛으로 가려진 3층 창고는 과거엔 화장실로 쓰였던 공간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곳은 '고스트스폿'으로 통한다.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교로 향한 '은희'다. 왠지 모를 설렘을 가지고 모교로 돌아온 은희는 점점 환영에 시달린다. 한쪽 실내화가 벗겨진 채 교복을 입은, 얼굴이 지렁이로 뒤덮인 한 소녀가 자꾸 따라온다. 소녀가 있던 자리에 어김없이 남겨져 있는 3층 창고의 문고리도 섬뜩하다. 고교시절 기억이 없는 그는 답답하기만 하다. 은희는 그 공간과 자신 사이에 얽힌 뭔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 한다.

'하영'은 3층 화장실에서 자살한 친구의 귀신을 기다린다. 함께 버텨내고 살아내자고 약속했지만, 현실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먼저 가버린 절친이기 때문이다. 하영은 친구를 그렇게 만든 범인을 응징하고 싶지만 그가 속한 사회, 학교는 그런 하영을 문제아로 낙인찍는다. 그런 하영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가 은희다. 교내 상담사를 자처한 은희는 하영의 반항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하영이가 감춰왔던 비밀을 알게 된다.
작품은 극 초반부터 기묘한 분위기를 풍겨낸다. 뭔가를 숨기려는 듯 방패처럼 줄지어 서 있는 캐비닛, 그 한쪽을 치우고서야 보이는 화장실 입구, 열어도 자꾸 닫히는 창문, 깨진 거울, 그리고 목을 맨 소녀의 모습까지 시각적 요소를 충실하게 채웠다.

게다가 고립된 듯한 외관의 학교, 그리고 '여고괴담'의 묘미 점프컷을 위한 긴 복도가 반가운 공포감을 자아낸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학교 외부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집, 주택가 골목길 등 일상적 공간에 침투한 공포를 은희의 시점에서 그려내며 점점 가까워지는 소녀의 존재를 부각했다.
'여고괴담1'을 오마주한 신이 있기도 했지만, 이번 시리즈만의 색다른 공포감은 찾기 힘들다. 공포 영화를 몇 번 본 관객이라면 예측 가능한 타이밍에 어김없이 호러 요소를 넣었다. 이전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메시지다. 그간 '여고괴담' 시리즈가 학교 폭력, 우정과 시기, 성범죄 등을 다뤘었다면, 이번엔 기존 소재에 더 광의적이고 보편적인,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아픔을 그려냈다. 그 속에서 은희와 하영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위로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광주 민주화운동, 그리고 하영의 서사가 은희의 기억 되찾기에 활용되는 방식은 아쉬웠다.
김서형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계 없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는 잊혀진 진실에 다가가며 광기에 사로잡히는 '은희'를 특유의 처연한 눈빛으로 표현했다. 무의식 저편에 간직해둔 아픔을 꺼내는 과정 속 김서형은 연약한 소녀 같기도, 또 냉소적인 악마 같기도 했다. 김서형이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김현수는 그간 보여줬던 모범생 캐릭터에서 벗어나 반항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최리는 길에서 마주쳤을 법한 이 시대 고딩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했다. 그리고 '스타 등용문'이라는 명성을 가진 '여고괴담' 시리즈를 통해 생애 첫 연기에 나선 비비(김형서)까지, 배우들의 색다른 도전이 눈길을 끌었다.

"공포 영화는 못 보지만 '공포퀸'은 되고 싶다"는 김서형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영화 '여고괴담6: 모교'는 오는 17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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