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인터뷰] 강한나, 연기 공책을 내려놓고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7.28 00:01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양혜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한나 / 사진 : 키이스트 제공

배우 강한나의 시작은 강렬했다. 레드카펫 위에서 한 디자이너의 노출 있는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도 세 남자에게 얽혀있는 기녀 가희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옮겨냈다. 그랬던 그가 데뷔 8년 만에, 작품 속에서 활짝 웃었다. 계산없이 사랑을 듬뿍 받는, '간 떨어지는 동거' 속 혜선 역을 통해서다.

혜선은 구미호에서 인간이 됐다. 속에 품고 있던 붉은 구슬이 파랗게 물든 날, 인간이 됐다. 실제 나이는 747살이지만, 주민등록상 나이는 22살. 강한나는 혜선 역으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고, 완벽하고 차가운 모습이 아닌 허당기 있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도재진(김도완)의 무한 사랑을 받으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배우로서 해보지 못했던, 표현해보지 못했던 인물에게 끌려서 작품을 선택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혜선이는 특별하게 다른 지점이 있었고, 그 부분이 제 마음을 끌었어요. 아무래도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처음이고, 혜선이의 인물 설정도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구미호로 700년 넘게 살았지만, 인간으로서는 5년 차인 서툰 부분이 많은 캐릭터였거든요. 인물의 기본 설정값도 특별했고, 중반부 이후 도재진과 멜로라인으로 엮이면서 풋풋한 사랑도 보여줬고요. 저에게는 여러모로 연기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양혜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한나 / 사진 : 키이스트 제공

유독 관용어에 약했다. 인간으로는 5년밖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쓰는 관용어를 있는 그대로 이해했다. '발 벗고 나서자', '가슴에 손을 얹고' 등의 표현을 그대로 실행해 친구들을 당황하게 했다. 그리고 그런 혜선을 보며 시청자들은 웃음 지었다.

"혜선이의 코미디는 순수함에서 오는 부분이잖아요. 일부러 웃기려고 하거나, 호흡을 웃기게 하기보다, 순수하게 혜선이로서 진짜 못 알아듣고, 진짜 자랑하고, 진짜 심각하고, 매 순간 혜선이로서 순수하게 연기하는 게 가장 코믹한 거로 생각했어요. 강한나는 알고 있지만, 혜선이는 모르는 거죠. 순수하게 상황을 믿어버리려고 했어요."


"'발 벗고 나선다'는 사실 대본에는 '혜선이 신발을 벗는다'까지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그 뒤에 '너는 왜 안 벗어?'부터는 저와 (김)도완 씨가 만든 번외의 장면이었어요. 감독님께 쓰셔도 되고, 안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도재진이 실제로 당황하고, 자기 신발까지 벗었거든요. 드라마에는 당황한 모습까지 담겨있지만, 대본 이후의 상황에서도 케미를 이어가려고 했어요."

드라마 '간떨어지는 동거' 포스터 / 사진 : tvN 제공

김도완은 좋은 파트너였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사랑하는 마음이 같았다.

"현장에서 혜선과 재진을 애정하는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그 장면을 표현할 때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혜선이와 도재진의 순수함을 예쁘게 담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같이 했었어요. 잠깐 쉬는 시간에도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게속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이런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최선의 장면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실제 강한나도 혜선이와 비슷한 성격이다. "나름 자기중심이 잘 잡혀있는 사람이지만, 사실 냉철하고 빈틈없이 사는 유형은 아녀서요. 어찌 보면 혜선이처럼 그때의 감정에 충실하고, 따뜻하게 주변을 바라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 하는 부분은 좀 실제 저와 닮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양혜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한나 / 사진 : 키이스트 제공

사실 상반된 캐릭터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한 드라마 '스타트업' 속에서 강한나가 연기한 원인재는 성공을 위해 달리는 냉철한 인물이었고, '간 떨어지는 동거' 속 혜선은 허당기 가득한 '예쁜' 인물이었다. 여기에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의 DJ로도 활약 중이니, 몸이 하나라고 믿기 힘든 행보다. 주변에서는 "건강 잘 챙겨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간 떨어지는 동거' 같은 경우는 제가 신나게 연기하고 있는 게 보여서, 되게 기분이 좋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제가 서로 예뻐하고, 결말에서도 이뤄지는 사랑을 해본 게 작품 속에서 처음이거든요. 저도 사실 둘의 사랑이 예쁘게 차곡차곡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너무 예쁘다, 이런 예쁜 장면을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생각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한 것 같아요. 외사랑은 혼자 준비하고, 마음 아프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쌍방향 사랑이다 보니 서로 예쁘게 만들기 위해 소통하는 작업을 많이 가졌던 것이 또 다른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 더 좋았던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연애 스타일은 혜선과 닮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있다. 강한나는 "혜선이가 순수한 사랑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사랑이 뭐가 필요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저희 드라마를 통해서 다시 용기가 피어났으면 좋겠어요. 실제 저는 적극적인 연애를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마음이 통하는 상대에게 솔직한 마음을 꺼내는 편인 것 같아요. 후회 없이 사랑하자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양혜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한나 / 사진 : 키이스트 제공

강한나는 데뷔 후 8년 차가 됐다. 꾸준히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강한나 역시 "물론 모든 과정들이 쉬운 건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했을 때 돌아볼 때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돌아본다.

"제가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요. 연기하면서 '내가 주목받겠지'라는 생각보다 '매 장면 최선을 다해 현장에서 연기하자'는 생각을 변함없이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분들께 좋은 연기 보여드리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영화 '순수의 시대'로 만났을 때 강한나는 "연기 노트를 쓰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노트라는 프레임에서 스스로 벗어났다. 노트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었다.


"예전에는 연기 노트를 열심히 작성했어요. 현장에서 모든 것이 낯설었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나, 선배님과 감독님께서 해주시는 이야기를 꼼꼼하게 정리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좀 바뀌었어요. 시나리오를 볼 때, 혼자 분석을 많이 해가는 대신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상대 배우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을 해요. 그러면 제가 준비한 이상의 것들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연기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에는 연기 노트보다 현장에서 열린 마음으로 좋은 장면을 위해 연기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 작품을 통해 강한나는 성장을 해왔다. '간 떨어지는 동거' 역시 그랬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저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새로운 연기를 해볼 수 있었어요. 저에게 기회였고, 연기적으로도 많은 도전이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연기를 처음 배울 때부터 그랬지만, 연기는 하면 할수록 그런 것 같아요. 계속 똑같다고 생각하다가 조금 알겠다 싶어서 작은 계단을 하나 올라간 것 같고요. 또 한참 발전이 없고 똑같다고 느끼다가, 작은 계단을 딛고 선 것 같고 그래요. 이번 작품은 저에게 새로운 계단을 올라가게 해준 의미 있는 작품 같아요."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양혜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한나 / 사진 : 키이스트 제공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 더보기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