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진국 요양원보고 충격 24시간 CCTV로 개방"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1.08.05 14:08
한국은 급격한 노령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노년기 생활은 복지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40대 후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실버 사업을 시작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의료기술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노인 인구, GNP, 개인의 자산 증가로 인생 후반에 건강과 경제력을 갖춘 노년층이 늘어나고, 실버 사업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시니어 케어사업은 아직까지 사각지대처럼 보일 정도로 뒤처져 있다.

시니어사업에 뛰어들 맘을 먹고 복지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을 때 대부분 실버 사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을 들었다.
전문가들 조차 국내 시니어케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이 낮아 우리나라에서의 복지사업은 최소 1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시니어 케어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복지가 발달한 미국과 일본을 방문해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두 나라의 시니어 케어 시설 방문 확인 후, 오히려 내 불안한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고 남은 내 인생의 ‘평생사업’이라는 신념으로 발전했다.
먼저 미국에서는 방문요양센터ㆍ실버타운ㆍ널싱홈을 직접 현장 방문해 탐방했을 땐 관련정책, 시장의 흐름, 노하우, 시니어 연계사업 등 정보를 수집하며 사업성을 봤고, 특히 일본에서는 현지 18곳 시설방문을 통해 미국에서 느꼈던 사업성의 확신을 굳혔다.

일본에서의 요양원 원장, 센터장,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과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했을 때의 만족도등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사업적으로만 접근해서 수용시설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가올 미래에 있어 실버사업이 한국사회의 노년을 멋지게 가꾸는 역할을 하고 사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는 커다란 설레임과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무작정 요양원을 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나름 창업준비를 철저히 했음에도 너무 힘든 과정을 거쳤다. 건물계약, 시설설비공사, 인테리어 공사, 법규 등 여러 부서를 오가며 사업허가를 얻는 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뿐인가 오픈만 하면 바로 요양원이 어르신들로 만실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개원 1년이 넘어가는 동안 요양원은 조용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계기로 요양원이 달라졌다.

106세 장수 어르신께서 첫 입소자가 되어주셨다. 치매 증상으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셨고, 하반신 마비에 한쪽 눈도 실명하신 분이셨다. 입소 초기에는 새벽에 잘 주무시지 않고 침대에서 내려와 밤새 바닥을 헤짚고 다니셨다. 여기에 망상 증세도 있어 요양사분들이 밤새 힘겹게 보살펴야 했다.
요양사분들이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이럴 날이 반복됐고 힘들어하는 요양사분들을 위해 내가 직접 모셔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르신과 실내에서 같이 먹고 자기 시작했다. 새벽에는 같이 꼭 부둥켜안고 등을 토닥거려주며 같이 잠을 잔적도 많았다. 가끔은 어르신에게 "이년, 저년" 찰진 욕도 많이 들었다.
그러기를 한 달. 어르신은 조금씩 안정됐고 지금은 치매 증상도 오히려 좋아져 인지수업과 동화책 1권을 매일 읽으실 만큼 건강해지셨고, 우리 요양원의 마스코드가 되셨다.
어르신이 건강해지시는 동안, 더불어 우리 요양원도 조금씩 안정되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과 함께하다 보니 이제는 입소시 대기가 필요할 정도로 요양원이 활발해졌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실에 한국의 낙후된 시니어 케어 사업은 더욱 치밀하게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같은 곳으로 생각하고 차이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쉽게 설명하면 요양원은 지병이 있지만, 급성질환 없이 수발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서적인 케어를 하는 곳이고, 요양병원은 만성질환이 급격하게 진행되거나 의료치료를 필요로 할 때 가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 어르신을 보면서 나는 시니어케어 및 실버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보통 뉴스에서 접하는 수면제를 과잉처방하고 폐쇄적이고 구속한다는 이미지를 연상하는‘요양원’은 이제 그만 떠올리길 바란다.

카페같은 인테리어와 호텔에서 받을 수 있는 질 높은 일상케어, 그리고 24시간 CCTV로 모니터할 수 있고,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요양원이 주변에 많아졌으면 한다.

우리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이 곧 ‘내 집’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직원과 열심히 최상의 관리를 위해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열심히 현장에서 노력 중이다. 시니어 사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동참해서 나와 같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졌음 하는 마음이다.

문은하 사회복지사(행복한실버홈요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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