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야 대선 후보,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한 비전 밝혀라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1.08.11 16:21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대한 북한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의 요청으로 복구된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통화까지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북한의 사전 포석에 우리가 걸려들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합훈련 축소, 실시 등에 대한 여야 정치인 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정책적 비전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할 ‘불편한 진실’은 1954년부터 시작된 한미연합훈련 변천의 전략적 동인은 미국 정부의 동북아시아 정책의 변화였다. 지난 4월 공개된 ‘1986년 외교문서’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었다.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980년대 중반 한중관계 및 미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팀스프리트 연합훈련을 중단 혹은 축소를 한국 정부의 제안(1986년 1월 21일)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싼 지금의 정치적 공방은 정략적 담론에 불과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논의 예정인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다.

한미 정부는 한미연합대비태세 유지를 위해서 정례적으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하고 있다. 한미 정부간 합의된 협정이 발효되기 위해선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합의사항을 제대로 심의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여야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공동의 정치적 책임’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관점이 크게 변질되었다는 것은 한미 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최종 합의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2019년 체결된 제10차 협정과 별다를 바가 없다.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해서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진행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한 증액을 요구했고,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한 증액안을 제시했고 미국이 이를 수용했다. 우리 국방비와 한미연합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방위비분담금은 완전한 별개의 사안인데도 도대체 누가 이런 패착을 두었는지 국회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비준동의시 제대로 심의 조차 하지 않았다. 제10차 협정이 사실상 제11차 협정을 협상하는데 중요한 근간을 제공했고, 우리 정부는 올해 4월 ‘2021년 13.9% 인상, 향후 국방비 인상률 연동’을 2025년까지 적용하는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우리 국방예산이 증가하게 되면 주한미군 전력에 대한 우리 군의 의존도가 낮아진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는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역행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례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3가지 전제 조건 중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를 위해선 필연적으로 예산이 추가 투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이 구비되면 당연히 미군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명백한 정책적 오판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이다. 또한, 헌법 제54조에 따라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데, 국방비에 대한 국회의 심의·확정이 자동적으로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 증액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백한 국회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는 후보들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답이 없는 담론’에 대한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답이 있는 담론’에 대한 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박진호 前 국회 국방위원장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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