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동북아 통신]일본 노인 범죄자들 “외로워서 그랬어요”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1.11.24 14:29

일본 도쿄 신주쿠의 거리./EPA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일본 치바현의 한 편의점에서 74세 여종업원이 89세 남자 강도를 제압한 사건이 일어났다. 손님을 가장한 용의자는 흉기를 들이대며 현금 출납기에서 8만엔을 빼앗았지만 범행 직후 여종업원과 20대 남성 고객에게 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코로나19로 잠시 묻혀있던 고령화 문제가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일본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2025년 일본인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 5명 중 1명은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령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범죄율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법무성이 발표한 지난해 범죄백서에 따르면 형사사건은 연간 75만여 건으로 17년 연속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 용의자 비율은 22%에 달해 30년 전에 비해 10배 가량 증가했다.

현재 일본 고령자 범죄 가운데 70%는 벌금형으로 즉흥적이고 경미한 것들이 대다수다. 특이한 것은 상습범이 많아 절반 이상이 전과 23범이고, 점원 또는 경찰관과 교류를 통해 고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범죄가 많다는 점이다.

일본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도 60세 이상 고령자가 20%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절도 행위를 거듭하며 교도소를 마치 제집처럼 들락날락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얘기 나눌 사람이 있고 무엇보다 식사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고령화 문제 전문가들은 교도소가 양로원이 돼버린 것은 고장난 사회 시스템 탓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고령화 사회를 위한 복지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감옥을 최고 안식처로 여기는 노인들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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