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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원통형 배터리' 수익개선 효자되나···중국과의 경쟁이 '변수'

류범열 기자 ㅣ ryu4813@chosun.com
등록 2021.12.25 09:00

LG엔솔 2023년까지 오창공장에 6450억원 투자
삼성SDI, '제2의 테슬라' 리비안에 원통형 배터리 독점 공급
"수익개선 요소될 수도"···"가격경쟁력 내세운 중국이 변수"

LG에너지솔루션 차세대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21700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 라인 증설에 나섰다. 그동안 파우치나 각형에 밀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으나 최근 주요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늘려서다.

특히 전기차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원통형 배터리 제조사의 수익 개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다만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경쟁에 뛰어든다는 점이 실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까지 오창공장에 645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 17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22GWh로 늘릴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중국산 ‘모델3’과 ‘모델Y’ 등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 증가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까지 430GWh 이상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 가운데 120GWh가 원통형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SDI도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리비안,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들의 몸집이 커질 수록 원통형 배터리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포드, 아마존이 투자한 리비안의 2023년 배터리 수요는 약 11GWh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원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 중인 삼성SDI의 중장기적인 수혜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18650’ 배터리에 이어 2017년 ‘21700’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양산했다. ‘21700’ 배터리는 지름 21mm, 높이 70mm의 규격을 갖춘 배터리로 기존 원통형 배터리 18650(지름 21mm, 높이 65mm)에 이어 새로운 표준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배터리는 주요 성능인 용량, 수명과 출력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사이즈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는 고객 차량 특성에 맞춘 최적의 사이즈와 소재를 적용한 다양한 크기의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EV용 원형전지 판매도 21700 전지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해 원형전지 내 비중이 10%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내년에는 기존 고객 프로젝트 물량 증가와 신규 프로젝트 추가로 판매 비중이 20% 이상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이처럼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생산과 비중을 늘리는 건 원통형 타입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올해 원통형배터리 시장 규모는 약 74GWh에서 2026년 173GWh까지 연평균 약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체에 탑재되는 배터리 유형은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 등 3가지다. 이 중 원통형 배터리는 노트북PC 등 IT기기용 중심으로 대부분의 시장을 형성해 온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원통형은 다양한 디자인이 불가능한데다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아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전기차가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면서 시장에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IT 제품의 슬림화로 소형전지시장이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고 부피 면적당 에너지 고효율인 파우치형 배터리로 이동하면서 가격하락과 유휴 생산시설의 가동을 위해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EVE는 지난달 초 20GWh 규모의 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테슬라 배터리 공급사이자 중국 최대 배터리사인 CATL도 4680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 외에도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전기차 스타트업이나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 완성차업체도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며 "전기차 판매량이 2030년 2580만대 수준으로 2020년 대비 15배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원통형 배터리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제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가격을 무기로 국내 제조사와 경쟁하고 있는데 원가를 고려할 경우 전기차 제조사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실적 부진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배터리 품질 우위로 전기차의 안전성 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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