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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역 참사 때처럼 퇴출될라···정몽규 현산 회장 사퇴에도 싸늘한 민심

신현우 기자 ㅣ hwshin@chosun.com
등록 2022.01.17 16:19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만 사퇴···HDC그룹 회장직 유지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자 가족, 면피용 퇴진 비난
도시정비사업 수주 빨간불···기존 계약 해지 위험도
과거 구포역 참사 때 삼성종합건설 퇴출당한 사례 있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에서 잇달아 벌어진 대형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나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는 HDC그룹에 여전히 머물러 면피용 퇴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최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수분양자 계약 해지 및 전면 철거·재시공 등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피해 구제 방법 등이 없어 사실상 급한 불 끄기만을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연이은 사고로 도시정비사업 수주 전에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과거 구포역 무궁화호 열차 전복 사고 때와 같이 건설사 퇴출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로 인한 장기적인 실적 악화 우려도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현대산업개발이 원청사였던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면서 사망 9명·부상 8명 등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외벽·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실종됐으나 최근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광주에서 발생한 두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도 “대주주 책무는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사고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게 대책이 될 것 같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그 원인을 찾는 걸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건물에 대한 안전 진단을 외부 전문가와 정부 등과 함께해 만약 문제가 있다면 수분양자의 계약 해지 및 완전철거·재시공 등도 고려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HDC 회장직은 유지한다. HDC는 현대산업개발 지분 40%를 지닌 최대주주며 HDC 최대주주는 정몽규 회장(33.68%)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피해자 가족 협의회는 “고개 몇 번 숙이는 건 '가식'이고 '쇼'일 뿐"이라며 "상황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 상황을 만들고 나중에 책임지는 건 면피"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몽규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듣고 '정말 가증스럽고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봤다"며 "현 사고에 대해 사과 몇 마디로 둘러대고 있는데 학동 참사와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을 우롱하고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회장은 “사퇴로 책임을 벗어나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다. 책무를 회피하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구체적인 피해 해결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철거와 재시공은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피해가 수분양자에게로 이어질 게 분명한데 여전히 구체적인 해결책 없이 원론적인 얘기만 한다”며 “입주 지연이 자명한 상황에서 주택비 지원 및 지연 손실금 보상 등에 대한 언급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확한 안전진단 등이 진행된 이후 구체적인 피해 지원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 전에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흐르는 데다 수주한 도시정비사업마저 해지 위험에 놓였다. 과거 구포역 무궁화호 열차 전복 사고로 삼성종합건설이 시장에서 도태된 사례가 있어 시장 퇴출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지난 1993년 부산 구포역 인근 삼성종합건설의 공사현장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전복돼 78명의 사망자와 19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삼성종합건설은 삼성건설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1996년 삼성물산에 흡수합병됐다. 문제는 이 사건으로 부산권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고 계획했던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임원들은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시공 계약 해지 의견이 다수일 경우 총회를 통해 계약 해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 측은 "광주 학동 참사에 이어 화정아이파크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조합원의 시공 계약 해지 여론이 높다"고 전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주택의 사업 비중이 상당한 만큼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드리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 회복을 위해 충당금을 쌓을 경우 실적 회복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신규 수주도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이 사업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해 이번 사고로 인한 여파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0원(0.79%) 내린 1만8750원에 장 마감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현장/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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