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걱정되면 복부초음파부터 받자

강동현 기자 ㅣ kangdong@chosun.com
등록 2022.04.11 11:45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영상의학과 강경진 교수

유상철 축구선수나 영화배우 페트릭 스웨이지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던 젊은 유명인이 어느 날 갑자기 췌장암의 진단을 받고 허망하게 세상을 등진다든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으로 투병한 스티브 잡스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건강검진을 위해 오신 수검자들이 복부초음파 검사 후 “췌장은 괜찮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췌장암은 유병률이 전체 암의 3.2%정도로 발생 순위는 8위를 차지하는 정도지만 발견 당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치명률이 높은 암이다.

검사자의 입장에서는 “괜찮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라고 확실하게 대답하고 안심시켜 드리면 좋겠지만 췌장의 해부학적 위치나 초음파가 갖는 한계로 인해 구차한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췌장은 위 뒤쪽에 있고 주변에는 대장이 있는데 초음파는 장의 가스를 투과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어 위장에 의해 가려지는 부위가 많다. 또한, 다른 복부 장기와는 달리 둘러싸는 막이 없기 때문에 경계가 매끄럽지 않아 검사하기 어려운 부위다. 검사 시 췌장을 보다 선명하게 보기 위해 복부를 탐촉자로 눌러 주변 장의 가스를 밀어내는데 비만이 심하면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인해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음파가 갖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검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큰 불편 없이 검사 받을 수 있어 일차적인 스크린 검사로는 매우 유용하다. 췌장암의 70%는 췌장의 머리 부분에서 발생하는데 췌장 꼬리보다는 장에 덜 가려지고, 췌장 자체의 혹이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더라도 담도나 췌관이 늘어나는 등의 암과 관련한 이차소견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초음파로도 상당부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초음파로 동반된 간전이도 함께 진단할 수 있다. 다만 췌장암의 위험 요인들을 갖고 있는 경우, 예를 들어 50세 이상이고, 장기간 흡연한 경우, 음주로 인한 만성췌장염, 당뇨, 가족력 등이 있으면서, 상복부 통증이나 소화불량과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복부 CT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좋다.

2020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남자 80.5년, 여자 86.5년이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남자 65.6년, 여자 67.2년이다. 그래서 유병기간이 남자는 14.9년, 여자는 19.3년이나 된다. 백세시대가 축복이라고 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큰 불이라 해도 불씨일 때는 적은 물로도 진화를 할 수 있듯이 무서움 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치료는 병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법이므로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암을 발견하고 건강수명을 늘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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